대전 3위 파인건설, 하도급대금 위반...4개월 만에 또 제재

최지희 2026. 3. 24.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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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재 쇼크에 물가 특약 원가 역전
자금 잠식으로 유동성 부담 증폭
2022년 시평 3457억원, 현재 35% 급감
공정위 시정명령...실표성 물음표


[대한경제=최지희 기자]공정거래위원회가 한때 대전 지역 시공능력평가 3위였던 파인건설에 하도급법 위반으로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지난해 11월 같은 혐의로 첫 제재를 받은 지 불과 4개월 만으로, 2022년 물류센터 신축공사에서 비롯된 유동성 위기가 하도급법 반복 위반으로 표면화한 것이다. ‘자재 쇼크’로 원가가 계약가를 역전하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하도급사로 전가되는 등 지방 중견 건설사의 전형적 추락 경로가 다시 한번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23일 공정위에 따르면 파인건설은 2022년 7월 수급사업자에 ‘평택 포승 방림리 물류센터 신축공사’ 중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 공사를 위탁한 후 목적물을 정상 수령하고도 하도급대금 총 141억2730만원 중 2억6383만5000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공정위는 미지급 대금 및 지연이자를 전액 지급하고 재발방지 명령을 내렸다.

파인건설의 유동성 위기는 2019~2021년 전국적으로 일었던 PF(프로젝트파이낸싱) 물류센터 개발 붐과 궤를 같이한다. 파인건설이 수급사업자에게 위탁한 PC 공사는 공장에서 철근콘크리트 부재를 대량 선제작한 뒤 현장 조립하는 공법으로 자재 의존도가 특히 높다.

문제는 계약 이후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자재값이 급등하면서 불거졌다. 전쟁 전 t당 70만원대에 불과했던 철근은 130만원대로 치솟았고, 시멘트와 레미콘도 같은 기간 54%ㆍ35% 올랐다. 물가변동 배제 특약이 걸린 계약이라, 파인건설은 발주자로부터 추가 원가를 전혀 보전받지 못했다. 원가가 계약대금을 웃도는 역전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비단 파인건설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부실 처리되거나 공정위 제재를 받는 건설사 대다수가 같은 구조에 발목이 잡혀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업계에서는 방림리 물류센터를 파인건설을 한계기업으로 몰아간 대표 프로젝트로 지목한다. 자재 쇼크로 해당 현장에서 대규모 자금이 잠식되기 시작하면서 파인건설의 유동성 부담이 다른 현장으로까지 연쇄 확산됐다는 것이다. 물류센터는 넓은 바닥 면적과 높은 층고 확보를 위해 철근과 레미콘이 일반 건축물보다 1.5~2배 많이 투입된다. 공장에서 제작하는 PC도 마찬가지로 큰 비용이 수반된다.

토목건축공사업 기준 시공능력평가액은 2022년 3457억원에서 2025년 2248억원으로 3년 만에 35% 감소했다. 신규 수주 여력 자체가 꺾였다는 방증이다.

더욱이 4개월 만에 같은 혐의로 두 번째 제재를 받았다는 점에서 현행 시정명령의 실효성도 의문이다. 앞서 파인건설은 작년 11월 해운대 우동 생활형 숙박시설 현장에서 1억3000만원 상당의 알루미늄 창호 대금 미지급으로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바 있다. 유동성 위기 국면에서 원사업자가 제재 위험보다 현금 유지를 우선할 경우, 공정위 지급명령만으로는 억제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협력사도 쓰러진다.

공정위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작년 11월 ‘하도급대금 지급안정성 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1000만원 이하 소액공사를 제외한 건설하도급 전반에 지급보증을 의무화하고 수급사업자의 원도급 거래정보 요청권 신설, 전자대금지급시스템 의무화 등 3중 보호 장치를 담았다.

그러나 대책은 신규 계약에만 적용된다. 2021~2022년 자재 쇼크로 이미 손실이 확정된 수급사업자, 물가변동 배제 특약에 묶여 추가 청구를 못한 건설사는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이와 관련, 한 지역 건설사 대표는 “2022년에 쌓인 손실이 지금 제재와 폐업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공정위 대책은 앞으로의 계약만 보호한다”며 “이미 피해를 본 수급사업자를 위한 사후 구제 창구는 현행 제도 어디에도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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