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나면 바뀐다...짧아진 먹거리 유행의 두 얼굴

[대한경제=오진주 기자] "두쫀쿠로 그동안 매출 버텼습니다."(자영업자 커뮤니티 게시글)
두바이쫀득쿠키(두쫀쿠), 황치즈, 봄동비빔밥, 버터떡까지. 요즘 먹거리 유행은 길게 끌지 않는다. 소셜미디어(SNS)에서 화제가 되면 며칠 만에 매출을 끌어올리지만, 그만큼 빠르게 다음 유행에 자리를 내준다. 불황 속 자영업자들에게 '반짝 특수'가 될 수 있지만, 먹거리 유행 주기가 빨라지면서 재고와 원가 부담만 떠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3일 구글트렌드 분석에 따르면 지난 1월 17일 100을 기록했던 두쫀쿠 검색 지수는 이달 22일 11까지 떨어졌다. 반면 지난 4일까지만 해도 0이었던 버터떡 검색 지수는 같은 달 14일 39까지 치솟았다. 구글트렌드는 키워드의 검색량 변화를 0에서 100 사이의 지수로 환산해 보여준다.
두쫀쿠에 이어 등장한 버터떡은 중국에서 유래된 디저트다. 중국에서 새해에 먹는 전통 떡인 '황요녠가오'에 버터를 더해 빵처럼 구워 먹는 데서 시작했다. 봄동비빔밥은 18년 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방송인 강호동이 먹는 장면이 SNS에서 다시 퍼지며 화제가 됐다. 오리온이 한정판으로 출시했던 '촉촉한 황치즈칩'은 판매 중단 소식에 웃돈이 붙어 팔리기도 했다.
이처럼 유행 주기가 짧아진 배경으로는 숏폼 중심의 미디어 환경과 '희소성'의 빠른 소멸이 꼽힌다. 숏폼으로 소비자들이 새로운 메뉴를 경험하고 공유하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고, 대형 프랜차이즈 등 기업이 비슷한 상품을 바로 내놓으면서 '지금이 아니면 못 먹는다'는 희소성도 빨리 사라지기 때문이다.
짧아진 유행은 내수 부진으로 손님을 끌기 어려운 자영업자들에게 '히트 상품'으로 고객을 모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실제 한국신용데이터(KCD)의 소상공인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베이커리ㆍ디저트 업종 평균 매출은 전 분기 대비 9.5% 상승했다. 전년 4분기보다는 5.5% 늘었다.
매출은 두쫀쿠가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세븐일레븐에서는 두쫀쿠 시리즈를 선보인 이후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냉장 디저트 카테고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배나 상승하기도 했다.
반면 원재료 가격이 급등한 뒤 유행이 예상보다 빨리 꺼지면 이는 그대로 수익성 훼손으로 이어진다.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두쫀쿠 재료인 카다이프(500g) 가격은 유행 전 1만8900원에서 유행 후 3만1800원으로 68.3%나 올랐다. 탕후루 유행 전 1팩(500g)에 1만원이었던 딸기가 유행 후 1만5000원이 됐던 때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재고를 걱정하는 목소리와 함께 지금 유행에 뛰어들어도 되는지 판단이 안 선다는 토로가 함께 나오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커뮤니티에는 "유행 상품은 미끼 역할을 하니 지금이라도 버터떡을 시작해야 한다"거나 "재료가부족해질 수 있으니 사둬야 한다"는 의견도 올라오지만, "유행이 끝나면 더 손해"라며 경고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유행 자체를 외면할 필요는 없지만 메뉴를 도입할 때 경영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오진주 기자 ohpea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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