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트노믹스]① 전세 대신 월세 살고 비트코인 산다… 아파트 ‘방 한 칸’ 하숙도
공급 부족에 대출 규제 여파로 전세 제한
“목돈 깔고 앉지 말고 투자하자” 목소리도

‘주인할머니 혼자 거주하셔서 셰어(Share·공유) 개념으로 방1, 거실화장실을 독립적으로 사용하는 겁니다. 여학생, 직장인, 혼자 거주하실 분 환영.’
최근 네이버페이 부동산에 올라온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역 인근 두산위브 아파트의 한 월세 물건이다. 방 3개, 화장실 2개가 있는 전용면적 84㎡ 아파트인데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45만원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조건이다. 같은 아파트 같은 면적이 지난 1월 보증금 1억원, 월세 195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대략 4분의 1 가격인 셈이다. 집주인과 함께 거주하며 주방과 거실 등을 공유하되, 방 앞에 있는 욕실을 사용할 수 있는 구조다. 지난 1월에도 서울 서초구 메이플자이 전용면적 59㎡ 아파트에서 방 하나를 임대하는 조건의 매물이 보증금 3000만원, 월세 140만원에 나오기도 했다.
반응도 나쁘지 않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런 아파트 방 한 칸짜리 월세 매물이 화제가 됐는데, ‘관리비 포함이면 혜자(가성비)긴 하다’ ‘간섭만 없으면 할 만할 듯’ 등 긍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 물론 ‘문이 하나라 밤늦게 출입할 때 눈치가 보일 것 같다’ 등 우려도 있지만 전·월세 매물이 씨가 마른 상황에서 수요는 꾸준하다. 이 매물 역시 세입자를 구했는지 현재 네이버페이 부동산에서 내려간 상태다.

한국 주거 시장의 무게 중심이 전세에서 월세로 이동하는 ‘뉴노멀’ 시대에 접어들었다. 2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 주택 전·월세 거래 25만3410건 중 월세(반전세 포함) 비율은 66.8%(16만9305건)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은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율은 66.8%(법원 등기정보광장 기준)에 달했다. 불과 4~5년 전만 해도 월세 비율은 50% 안팎이었지만, 이제는 곧 70%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전세자금 대출이 까다로워지고, 보유세 인상을 검토하는 등 잇따른 규제가 월세 전환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지난해 6·27 대출 규제에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금지되고, 주택담보대출 활용 시 실거주 의무가 부과되면서 이른바 ‘갭투자(전세 낀 매매)’ 물건이 시장에 나오기 어려워졌다. 또 금리 인상, 세금 부담 등으로 보증금보다 안정적인 월세 수익을 원하는 집주인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
일부 임차인들의 인식 변화도 요인이다. 과거에는 전세를 목돈을 안전하게 지키는 저축으로 여겼으나, 최근 30~40대를 중심으로 월세를 택해 보증금을 낮추는 대신 남은 목돈을 주식이나 가상자산 등에 투자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일례로 소셜미디어(SNS)에선 전세 살던 지인이 월세 200만원 집으로 이사가고, 전세 보증금 4억원을 모두 QQQ에 투자했다는 글이 인기를 끌었다. QQQ는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100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다.
집팔비사(집 팔아서 비트코인 사기)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특히 그간 집값이 거의 오르지 않은 지방 아파트에 거주할 경우 근처 신축 아파트 월세에 들어가고, 매매 대금을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게 수익률이 높다는 주장을 반영하는 용어다. 비슷한 용어로 집팔테사(집 팔고 테슬라 사기) 등이 있는데, 모두 주거 비용을 주식에 투자하자는 취지다.

대학가에는 tvN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볼 수 있던 하숙이 다시 인기를 끈 지 꽤 됐다. 대학가 원룸의 월세 상승과 고물가가 맞물린 결과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성균관대 인근 원룸 평균 월세는 73만8000원으로 1년 전보다 18.1% 상승했다. 서울 주요 10개 대학가 원룸 평균 월세도 62만2000원에 달한다.
월세를 감당하지 못한 일부 학생들은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경우도 흔하다.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한 4년제 대학에 다니는 전모(23)씨는 “외국인 유학생이 늘면서 기숙사는 물론 학교 주변 원룸 등 자취방을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면서 “그나마 관리가 잘되는 체인점 형태로 된 고시원을 가려고 해도 인기여서 빨리 예약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심지어 방학 동안 방을 비우더라도 다음 학기 입주를 미리 약속하고 예약금을 걸어야 받아주는 ‘학기 예약제’를 시행하는 곳도 있다”고 덧붙였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택 공급이 많지 않아서 애초에 전세 물량이 줄었고, 금리 인하기와 정책 자금 감소로 수요도 못 받쳐주면서 전세가 사라지고 있다”면서 “그만큼 주거 비용 부담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라 주거 안정을 위해 정부의 세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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