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관 무겁고 겁나지만…‘BTS 갔네’란 말 듣고 싶지 않았다”

연승 기자 2026. 3. 24. 06:0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신보 5집 ‘아리랑’ 작업기…다큐 ‘더 리턴’ 27일 넷플릭스 공개
‘방탄다움’ ‘새로움’ 사이 치열한 고민…“국뽕 가는구나” 우려도
음악적 변화 시도한 ‘스윔’…“혼자 아니니 계속 헤엄칠 수 있어”
넷플릭스 ‘BTS: 더 리턴’ 포스터. 사진 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BTS: 더 리턴’ 예고편. 사진 제공=넷플릭스

“BTS로 12년을 산다는 건 축복이죠. 하지만 BTS라는 멋진 큰 왕관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무겁고 겁나요.”(RM)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오는 27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BTS: 더 리턴’에서 정규 5집 ‘아리랑’(ARIRANG)을 준비하며 겪은 혼란과 ‘월드클래스 아이돌’로 성장한 부담감을 털어놨다.

지난 20일 새 앨범 ‘아리랑’을 발표하고, 21일 광화문 광장에서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세기의 컴백’을 한 멤버들은 팀의 2막인 ‘BTS 2.0’을 열면서 변화와 도전을 두고 고민하는 모습을 여과 없이 공개했다.

다큐멘터리는 지난해 여름, 솔로 투어를 마친 진이 지친 모습으로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리는 방탄소년단의 ‘송 라이팅 캠프’에 합류하면서 시작된다.

멤버 전원이 모였지만 앨범 작업은 여전히 교착 상태. RM은 “얼개는 나왔는데 더 좋은 곡이 있을까 봐”라며 “뭘 바꾸고 뭘 남겨야 하는지 아직 결정을 못 내렸다. BTS로 만드는 게 뭔지 알아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모두가 뾰족한 정답을 찾지 못하는 상황. ‘방탄다움’과 ‘새로움’ 사이에서 방황하던 멤버들은 ‘BTS’라는 왕관의 ‘압박감’을 호소한다.

RM은 “‘어디까지 갈래, 어디까지 변화할래’ 막상 판이 깔리니 무서운 것”이라고 말하고, 뷔는 “우리가 이 앨범에서 도전적으로 바뀌고 싶었던 건데 안 바뀌었어”라고 짚는다. 지민은 “‘방탄 갔네’ 이런 말 안 듣고 싶은 거다”라며 “BTS 다르네(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녹음실과 작업실에서 보내는 치열한 낮과 숙소에서의 내밀한 밤이 이어질수록 멤버들의 고민은 깊어진다. “숲을 못 보고 나무에 도끼질만 하는 것 같다”고 자책하다가도 “잘할 수 있겠지?”, “잘해야지”라고 다짐하는 모습이 교차한다. 이 과정에서 꾸미지 않은 멤버들의 민낯과 비속어 사용, 음주 등의 장면이 날것 그대로 담겼다.

김현정 빅히트뮤직 VP(부사장)는 이에 대해 “내부에서도 아티스트도 많이 고민했다. 새로운 챕터를 열면서 어떤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지 고민이 있었는데, 2.0이라는 새로운 챕터를 시작하면서 조금 더 진정성 있고 성숙한 방탄소년단의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이런 결정을 했다”며 “멤버들이 결과물을 보고 낯설어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굉장히 만족해했다”고 전했다.

앨범 첫 곡 ‘보디 투 보디’(Body to Body)에서 우리 대표 민요 ‘아리랑’을 샘플링한 것, 타이틀곡을 로파이(Lofi) 장르인 ‘스윔’(SWIM)으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방탄소년단의 갈등과 고민은 격화한다.

멤버들은 “이것이 우리의 새 아리랑”, “우리가 지켜내야 할 부분은 한국에서 온 촌놈이라는 변하지 않는 사실”이라는 데 공감하지만, 무엇이 최선인지를 두고 의견이 부딪친다.

제이홉은 ‘아리랑’이 삽입된 ‘보디 투 보디’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추는 반면, 뷔는 “‘국뽕으로 가는구나’ 불편한 감정이 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RM 역시 “김치, 돈가스 등 각종 음식을 마구잡이로 넣은 비빔밥을 먹는 것 같다”고 지적한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멤버들을 만나 “몇십년 만에 나오는 아이코닉한 가수”, “여러분은 글로벌 대중이 타깃”이라며 스타디움에 모인 관객이 ‘아리랑’을 따라부르며 만드는 장면의 상징적 의미에 관해 설득하는 모습도 이어진다.

방탄소년단은 타이틀곡을 ‘스윔’으로 결정한 후에도 여전히 확신을 갖지 못한다. 제이홉은 “지인에게 들려줄 때 망설여져”라고 고백하고, 뷔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과 정반대로 달려가”라고 말한다. “친구들이 이해는 되는데 납득은 안 된대”라며 자신들의 음악적 변화를 미리 접한 주변인의 다소 차가운 반응도 전한다.

진은 “‘다이너마이트’ 할 때도 절반은 하기 싫어했어”라며 한국 가수 최초의 빌보드 ‘핫 100’ 1위라는 대기록을 세운 ‘다이너마이트’ 탄생 때도 호불호가 갈렸다는 점을 언급한다. 진통 끝에 멤버들은 “유행하는 것들이 달라지고 계속 똑같은 것을 할 순 없다”며 “변화하려면 지금밖에 없다”고 마음을 모은다.

‘BTS: 더 리턴’ 연출은 베트남계 미국인 영화감독 겸 제작자 바오 응우옌이 맡았다. 응우옌 감독은 브루스 리(이소룡)의 삶을 조명한 ‘비 워터’(Be Water), 팝송 ‘위 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 제작 과정을 그린 장편 다큐멘터리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밤’ 등을 만들었다.

응우옌 감독은 “멤버들이 ‘BTS가 상당히 무거운 왕관’이라는 의도의 말을 많이 했다”며 “저희는 가끔 BTS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한국인이자 글로벌 아티스트로서 얼마나 많은 책임을 갖고 있는지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며 “다큐멘터리를 찍으며 멤버들이 어떻게 이런 책임을 다루고 그걸 활용해서 아름다운 창작물을 만들어냈는지 목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존경하고 놀라워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탄생한 ‘아리랑’은 발매 3일째인 23일 400만 장이 넘는 누적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탈리아, 멕시코, 스웨덴 등 전 세계 88개국(지역) 아이튠즈 톱 앨범 차트 1위를 석권하며 방탄소년단의 건재한 인기를 입증했다.

방탄소년단의 존재감은 세기의 팝그룹 ‘비틀스’에 비견되기도 한다. 그러나 ‘BTS: 더 리턴’에서 진은 “버겁다. 저는 그런 인기를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이다. 제 주제에 맞지 않게 성공했다”고 고백하고, 정국은 “전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아리랑’으로 향하는 여정에서 이러한 불안과 의구심이 계속됐지만 멤버들은 ‘함께’의 가치를 강조하며 나아간다.

멤버들은 다큐멘터리 내내 “두 번째 가족”이라고 서로를 표현한다. 제이홉은 “애틋함, 간절함이 있어서 팀이 유지가 됐다”고 말한다.

결국 이들의 답은 신곡 ‘스윔’으로 귀결된다. ‘스윔’에 삶의 파도 속에서도 계속 헤엄쳐 나가는 자세를 담은 것처럼, RM은 감당하기 어려운 왕관의 무게에도 “혼자가 아니니 계속 헤엄쳐 나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응우옌 감독은 “이 작품은 단순히 창작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그것은 형제애에 관한 이야기이고, 또 하나의 가족에 관한 이야기이며, BTS로 살아가며 쉽게 헤쳐 나가기 어려운 세상 속에서 스스로를 찾아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들이 결국 그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는 이유는, 다른 여섯 명의 형제와 함께 그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응우옌 감독은 멤버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끌어내기 위해 삼각대에 거치한 카메라를 이용해 일상을 지켜보는 촬영 방식을 택했다. 멤버들이 오래된 캠코더로 찍은 홈비디오 영상도 다수 활용됐다.

연승 기자 yeonvic@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