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어도, 봄이 아니어도…모든 계절에 푸르른 자연을 만나다 [전원생활 I 가드너의 정원]

이 기사는 전원의 꿈 일구는 생활정보지 월간 ‘전원생활’ 3월호 기사입니다.

KTX·SRT 정차역인 울산역에서 자동차로 10분 정도 달려가면 ‘온실리움’에 도착한다. 온실리움은 ‘온실’과 공간을 의미하는 접미사 ‘-rium(리움)’의 합성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유리온실과 정원·카페를 결합한 공간으로, 8264㎡(2500평)에 달하는 면적에 식물 160여 종이 자라고 있다.
온실리움의 대표적 공간인 ‘트로피컬 온실’은 사시사철 초록빛 식물들을 바라보며 여유를 즐길 수 있어서 늘 손님들로 붐빈다. 하늘이 맑은 날이면 햇빛이 유리를 통과해 쏟아지며 그림 같은 풍경을 선사한다.

온실 중앙에는 이곳을 한층 특별하게 만드는 나무 한 그루가 있다.호주 바오밥나무가 그 주인공이다. 바오밥나무는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에 등장한 나무로 유명해졌으며, 국내에서는 보기 어려운 수종이다.
바오밥나무 외에도 부채꼴 모양의 잎이 인상적인 워싱턴야자와 탐스러운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하귤나무 등 다양한 아열대 식물이 온실을 가득 채우고 있어, 바라보기만 해도 상쾌해지는 기분이 든다.
야외 정원은 주제에 따라 구역을 나눴다. ‘수국과 테라스 정원’ ‘자연주의 정원’ ‘황금 계단 정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마련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제주에서 터를 옮겨온 때죽나무·참꽃나무·팽나무, 다채로운 색감으로 피어나는 유럽 수국, 뾰족한 잎이 특징적인 뿔남천 등 갖가지 식물을 마주한다.

카페 건물 옥상에 마련된 ‘하늘정원’은 ‘영남알프스’가 한눈에 담기는 명소다. 영남알프스는 가지산·간월산·신불산 등 높이가 1000m 이상인 산들로 이루어져, 그 모습이 유럽의 알프스처럼 아름답다고 알려져 있다.
이처럼 다양한 볼거리를 보유한 온실리움은 지난 2024년 산림청에서 주관한 ‘아름다운 민간정원 30선’에 이름을 올렸다. 민간정원으로 지정된 후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여전히 주목받는 장소가 된 데는 이상칠 대표(67)의 노력이 숨겨져 있다.
“1980년대 초반에 화훼농사를 시작했어요. 당시는 화훼를 농업의 한 분야로 받아들이는 게 생소하던 시기였죠. 특히 울산은 화훼 불모지에 가까웠어요.”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가는 게 두려울 법도 하지만, 이 대표는 화훼 분야의 성장 가능성을 확신했다. 분재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자연스레 꽃과 나무에 주목하게 됐다. 도시가 커지고 문화적 수준이 높아질수록 화훼 관련 수요가 증가할 거라 여겼다.
전국의 화훼 선진 사례를 찾아다니며 생산부터 유통까지 전반적인 과정을 습득해갔다. 정부와 관련 기관 등의 도움으로 일본·네덜란드·이스라엘 등 해외 선진지에도 다녀올 수 있었다.
“해외에 다니면서 남들보다 빨리 눈을 떴어요. 화훼부터 정원·조경까지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경험했죠. 그 경험들이 큰 도움이 됐어요.”
이 대표는 꽃 재배에 조경수 생산을 겸했고, 조경기업인 명덕조경(주)도 설립해 수많은 현장을 오갔다. 그는 오랜 세월 조경업을 해오며 정원이나 조경은 집 앞 화단이나 아파트 단지 내 산책로처럼 늘 가까이에 있는 것임을 깨달았다.
그러면서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와 보유하고 있는 자원을 활용해 누구나 정원을 즐길 수 있는 카페를 조성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먼저 카페 부지로 주변 경관이 아름다운 조경수 농장을 선택했다.
“농장에 있던 나무들을 살려가면서 작업하느라 굉장히 힘들었어요. 그렇지만 몇십 년간 자란 나무들을 막 베어버릴 순 없었죠. 작품성으로만 보면 그 나무들이 없어야 가치가 높겠지만, 여름이면 나무들이 우거진 모습이 운치가 있어요. 장단점이 있는 셈이죠.”
새롭게 식재한 수종으로는 블루엔젤·그라스류 같은 유럽 정원에서 쓰이는 것들이 많다. 손님들이 평소에 보기 어려운 식물들을 접했으면 하는 이 대표의 마음이 담겨 있다. 현재도 정원 트렌드를 반영해 해외 식물을 식재한다고.

핵심 공간인 온실에는 특별한 기술을 더했다.
온실 특성상 내부 온도가 여름에는 밖보다 크게 오르고, 겨울에는 영하까지 떨어지기도 한다. 사계절 내내 식물이 자라고 사람이 머물 수 있는 온도를 유지할 방법이 필요했다. 설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경사진 지형을 깎아 단차를 만들어 지열을 이용하기로 했다. 현재 온실 한쪽 벽면은 카페 건물과 맞닿아 있다. 온실이 카페보다 낮은 위치에 있어, 실질적으로 맞닿은 부분은 땅 쪽이다.
“맞닿은 벽면을 만져보면 여름엔 차갑고 겨울엔 따뜻해요. 냉난방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예요. 식물도 밀도 높게 식재해서 식물이 지닌 열까지 활용하고 있어요. 온실을 벤치마킹하러 오는 기관이나 사람이 많아요.”

“모든 분야가 그렇겠지만, 특히 우리 분야는 선진 사례가 중요해요. 요즘에는 해외로 나가 공부하는 사람도 많잖아요. 그들이 국내에 돌아와 배운 걸 어떤 식으로 접목하는지 보면서 저도 배우는 게 많아요.”
민간정원을 운영하는 일은 쉽지 않다. 찾아오는 사람들의 기대치도 높다. 기대치에 부응하려면 지속적인 관리가 필수적이고, 그에 따른 비용도 만만치 않다. 정원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유지 자체가 어렵다.
이 대표의 부단한 노력이 서려 있는 온실리움은 사계절 내내 자연의 싱그러움으로 손님들을 반긴다.
“태어나서 최고 잘한 일이자, 최고 잘못한 게 온실리움이에요. 사계절 푸른 식물을 볼 수 있는 공간이 드물잖아요. 이를 유지하려면 비용이 정말 많이 들어가요. 하지만 울산에서 조경을 해온 사람으로서, 하나의 작품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어요. 주말이면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은데, 아이들이 즐기는 걸 보면 굉장히 힘이 돼요. 앞으로도 누구나 찾아와 자연을 만끽하고 커피 한잔하면서 쉬어가는 곳이었으면 해요. 힘닿는 데까지 잘 가꿔나가고 싶어요.”
글 허연선 기자 I 사진 임승수(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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