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정정’ 신청했더니 수술 받고 오라는 법원…유엔 “인권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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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는 2023년 대법원 예규에서 성 확정 수술을 사실상 전제하는 부분을 개정하라고 권고했고, 2024년 청주지방법원은 성별 정정을 신청한 트랜스젠더에게 성 확정 수술을 강요하는 건 기본권 침해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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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몬 치료 진단으론 불허 결정
성별 정정 끝낸 트랜스젠더 11%
“원치않는 생식샘 제거 수술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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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인이 향후에도 생물학적인 성으로서의 생식능력이 발생하거나 회복될 가능성이 없음을 확인할 수 있는 전문의 진단서를 제출하기 바랍니다.”
지난해 법원에 성별 정정 신청을 한 트랜스젠더 여성 강예리(가명·27)씨가 받은 법원의 ‘보정권고’(소송·신청 서류의 부족한 부분을 고치라는 권유) 일부다. 강씨는 호르몬 치료를 받고 있어 사실상 생식능력이 없는 상태라는 진단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법원은 다시 같은 내용을 담아 권고보다 강제성이 높은 ‘보정명령’을 보냈다.
강씨는 재차 “수술비 부담이 크고, 몸에 남을 수술 후유증 등이 우려된다”는 답변을 했다. 그러나 법원은 신청 5개월여 만인 지난달 ‘기각’ 결정문을 보냈다. 강씨는 결국 고환을 절제하는 생식샘 제거 수술을 받았다. 200만원을 웃도는 수술비는 아르바이트로 모아둔 돈과 소액 대출로 충당했다. 강씨는 23일 한겨레에 “기각 결정 이유를 ‘영구적 생식능력 상실을 증명하지 않아서’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며 “하루빨리 성별을 정정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려면 수술을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법적으로 생식샘 제거 수술을 포함한 성 확정 수술을 성별 정정 허가 요건으로 두고 있지는 않지만, 일부 법원이 이를 사실상 허가 기준처럼 적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법적 성별 정정은 대법원 예규인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 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 등에 따라 법원이 사건별로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지침을 보면, 성별 정정 심사 때 성 확정 수술 여부를 ‘참고사항’으로 삼을 수 있다. 판단에 따라 일부 법원은 수술 없이 성별 정정을 허가하기도, 또 다른 법원에선 실질적 허가 요건으로 삼기도 한다.

지난해 구직활동 중에 한 회사로부터 “법적 성별과 외양을 일치시켜달라”는 요청을 받은 트랜스여성 민유진(가명·20대 후반)씨도 한겨레에 “법원에서 ‘비수술’을 이유로 정정 신청을 받아주지 않거나 시간을 끌까 봐 ‘안전장치’로서 수술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수술을 피하기 위해 법원과 예규 해석을 두고 다퉈보려 해도, 변호사 선임 비용 등의 문제로 포기하는 이들도 있다. 성 확정 수술 후 성별 정정 절차를 밟는 중인 최지영(가명·29)씨는 “트랜스젠더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비수술 상태로 성별 정정을 하려면 무조건 변호사를 선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돈다”며 “하지만 선임 비용을 모으려면 취업을 해야 하고, 취업하려면 성별 정정을 마치는 게 유리해 딜레마에 빠지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 트랜스젠더 건강 코호트 연구’(KITE·카이트)팀이 지난해 트랜스젠더 956명을 상대로 한 조사를 보면, 법적 성별 정정을 완료했다고 응답한 트랜스젠더 245명 가운데 11%는 ‘성별 정정을 위해 원하지 않는 생식샘 제거 수술을 했다’고 답했다.
인권단체 등에선 이러한 관례가 국내외 인권 기준과 법원 판단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한다. 유엔은 트랜스젠더의 성별 변경 과정에 성 확정 수술을 요구하는 것을 인권침해로 봤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3년 대법원 예규에서 성 확정 수술을 사실상 전제하는 부분을 개정하라고 권고했고, 2024년 청주지방법원은 성별 정정을 신청한 트랜스젠더에게 성 확정 수술을 강요하는 건 기본권 침해라고 판시했다. 박한희 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 공동대표는 “여전히 성 확정 수술을 사실상 요구하는 대법원 기준은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며 “대법원은 인권위 권고를 수용해 예규를 개정하고, 국회는 이 문제를 더 방치하지 말고 트랜스젠더 인권을 보장하는 성별인정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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