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급' 훈장 단 BIFF, 시민 예산 '제자리' 수뇌부 연봉은 '상향'
한국영화 프로그래머는 '계약직'…전문성 강화와 배치
멈춰 선 내부 혁신, 화려한 국제적 위상 뒤의 '그늘'

국제영화제작자연맹(FIAPF)의 'A-리스트' 인증을 받으며 세계 유수의 영화제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화려한 외양과 달리 내부적으로는 '시민'을 지우고 '수뇌부'의 실익을 채우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지역민과의 접점을 넓히겠다던 약속은 예산 삭감 앞에 멈춰 섰고, 정작 지도부의 처우 개선안이 혁신안보다 앞서 논의되는 '주객전도'의 풍경이 펼쳐졌다.
'5% 인상안'에 이사들 제동… "인상 근거 명확히 내놔라"
당시 회의 현장에서는 예산 지원 주체인 부산시 관계자를 포함한 이사진의 질타가 쏟아졌다. 복수의 이사들은 "5% 인상에 대한 산출 근거가 지극히 빈약하다"며 집행부의 제안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특히 인상안의 명확한 명분과 답변을 요구하는 이사들의 추궁에 집행부 측이 제대로 된 해명을 내놓지 못하면서, 회의장 분위기는 급격히 냉각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집행부의 '5% 인상안'은 이사회의 제동에 걸려 올해 공무원 임금 인상률 수준인 3.5%로 조정돼 낙착됐다.
또, 영화제의 핵심 역량인 전문 인력 대우는 되레 후퇴한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BIFF는 영화제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보직인 '한국영화 프로그래머'를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으로 채용했다. 한국 영화의 흐름을 읽고 아카이브를 구축해야 할 전문가가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구조다. 영화계에서는 칸이나 베를린 등 세계적 영화제들이 프로그래머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파격적인 대우를 하는 것과 정반대 행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시민 향유권은 '제자리걸음'… 외연 확장 사업은 '뒷걸음질'
영화계 전문가들은 칸, 베니스 등 세계적 영화제들이 가장 공을 들이는 지점이 '운영의 투명성'과 '지역 커뮤니티와의 결합'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부산영화제가 국제적 위상을 내세우며 지도부의 처우는 공무원 기준을 적용하면서도, 정작 공공기관에 요구되는 엄격한 자기 통제와 혁신안 실천에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심각한 지점은 내부 통제 시스템의 무력화다. 지난해 극심한 내홍을 겪은 뒤 BIFF는 외부 용역을 통해 '내부 통제 혁신안'을 마련한 바 있다. 해당 보고서에는 재발 방지를 위한 회계 투명성 확보, 독립적 운영 감사 강화,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 개선 등 구체적인 권고안이 담겼다.
혁신의 시계는 사실상 멈춰 서 있다. BIFF 이사회 한 관계자는 "외부 용역까지 거쳐 혁신 보고서가 마련됐지만, 집행부는 지금까지도 이를 실행할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영화로 소통하는 세상 박찬형 대표(감독)은 "시민의 자부심으로 성장한 부산국제영화제가 그 정체성인 '시민'을 예산의 변두리로 밀어내고, 'A급 위상'을 수뇌부의 권위로만 소비한다면 대중의 외면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BIFF 측은 "매년 물가 상승분을 반영하는 공무원 봉급표를 따르고 있으며, 인상률 3.5%는 일반직 직원들과 동일한 수준"이라며 "올해는 개별 안건으로 분리돼 도드라져 보일 뿐 매년 동일한 절차를 밟아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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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CBS 김혜경 기자 hkk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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