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의 그림자, 남아시아의 새 화약고 [오늘, 세계]

2026. 3. 24.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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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알쓸신잡' 정보를 각 대륙 전문가들이 전달한다.

이란에 대한 미국·이스라엘의 공격과 이란의 맞대응이 중동의 에너지와 해상 물류를 뒤흔드는 사이, 남아시아에서 또 다른 전선이 열렸다.

잘못 그어진 국경이라는 19세기 제국의 유산이 소수민족 분쟁, 탈레반과 TTP의 복잡성, 이란 전쟁 속 해상·육상 회랑 경쟁이 한꺼번에 겹친 복합 위기로 전개되고 있으며, 대테러 전선이 남아시아에서 와해하는 지정학적 위기로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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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편집자주
우리가 사는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알쓸신잡’ 정보를 각 대륙 전문가들이 전달한다.
지도의 빨간 선이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국경선이 된 듀랜드 라인(Durand line)이다.

이란에 대한 미국·이스라엘의 공격과 이란의 맞대응이 중동의 에너지와 해상 물류를 뒤흔드는 사이, 남아시아에서 또 다른 전선이 열렸다.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의 국경분쟁 격화로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하고, 약 15만 명의 피란민이 생겼다. 이 국경 마찰은 중동전쟁의 충격, 탈레반 재집권의 후유증, 소수민족 분단, 그리고 중국·인도·미국까지 얽히는 지정학적 위기로 확장되고 있다.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이란 접경지역에는 본래 파슈툰, 발루치, 타지크, 하자라 등 종족들이 동서로 분포되어 살고 있었다. 그러나 1893년 영국은 제국의 이득을 위해 듀랜드 라인이라는 국경을 남북으로 그어버렸다. 발루치 종족은 이란,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으로 분리되었고, 파슈툰 종족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으로 갈라졌다.

이후 이 지역에서 국경과 민족 문제를 둘러싼 긴장이 이어져 왔다. 소련의 아프간 침공 당시 파키스탄은 미국 지원을 받아 탈레반 세력을 아프간에 세웠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의 아프간 침공과 장기 전쟁 속에서도 파키스탄 탈레반(TTP)이 결성되고, 이 세력은 미군 철수 이후 아프간에서 정권을 재창출했다. 그때부터 파키스탄 내 테러가 급증했고, 국경봉쇄와 아프간 난민 강제 이주로 이어지는 분쟁이 양국 간 전쟁으로 번졌다. 여기에 이란-파키스탄 국경에서도 이란 전쟁 이후 발루치 무장세력의 활동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 여파로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이란-파키스탄 국경이 사실상 봉쇄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이들 국경 지역은 인적 이동과 육상 무역의 핵심 통로다. 두 국경의 봉쇄로 인도양을 거쳐 아프간 및 중국으로 이동하는 무역은 중단되고, 이란과 중앙아시아-중국을 잇는 경로도 위협받고 있다. 실제로 이달 초 일대일로 사업을 진행 중이던 중국 인력이 파키스탄 과다르 항구에서 철수했다. 중국과 걸프 국가들은 파키스탄-아프간 충돌과 이란 전쟁의 동시 확산을 막기 위해 중재에 나서고 있지만, 분쟁이 길어질수록 아프간과 파키스탄,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러시아와 중국을 통한 경로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고 있다. 이 부분은 미국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잘못 그어진 국경이라는 19세기 제국의 유산이 소수민족 분쟁, 탈레반과 TTP의 복잡성, 이란 전쟁 속 해상·육상 회랑 경쟁이 한꺼번에 겹친 복합 위기로 전개되고 있으며, 대테러 전선이 남아시아에서 와해하는 지정학적 위기로 번지고 있다.

이순철 부산외국어대 인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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