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편 취소, 환불 받아라” 전쟁 미끼 물면 털린다

“축하드립니다, 특별 초대됐습니다! 전쟁 와중에도 폭등한 주식 종목이 있는데 답장 주세요.”
23일 직장인 김모(37)씨는 이런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주가가 수시로 출렁이는 상황에서도 돈을 벌 수 있는 확실한 ‘대박 종목’을 찍어주겠다는 내용이다. 발신자는 모르는 사람. 그런데 추천 종목이 구체적이고 그럴싸해 김씨는 솔깃했다고 했다.
경찰은 이 같은 메시지가 최근 중동 지역의 혼란을 이용한 투자 리딩방(투자 종목을 추천해주는 메신저 대화방) 사기라고 했다. 유가·방산 관련 종목으로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단체 채팅방으로 유인한 뒤, 가짜 거래소 가입을 유도해 투자금을 가로채는 신종 사기 수법이라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가짜 광고에 혹한 투자자가 답장하면 상담 명목으로 보유 주식·예수금·종잣돈 등을 확인한 뒤 투자 명목으로 계좌 이체를 유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최근 중동 전쟁을 악용한 각종 사이버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중동 전쟁으로 유가와 주가가 널뛰기를 반복하는 불확실성이 이어지자, 범죄 조직이 한탕을 노리거나 손실을 보전하려는 대중의 심리를 교묘히 파고들고 있다.
경찰청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에 따르면, 이달 2일부터 23일까지 접수된 중동 전쟁 관련 사기 의심 신고는 2760건이었다. 이 중 96%(2649건)가 ‘전쟁 수혜주’를 내세운 투자 리딩방 사기 신고였다.
사기 수법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항공편이 중동 전쟁으로 취소됐으니, 환불 및 재예약을 위해 홈페이지에 접속 바란다”며 가짜 항공사나 여행사 사이트 주소를 문자메시지에 첨부해 접속을 유도하기도 한다. 이름, 전화번호, 계좌번호 등을 입력하도록 하거나 악성 앱 설치를 유도해 보이스피싱에 활용하려는 것이다.

중동 지역 의사나 군인 등을 사칭해 금전 송금을 요구하는 로맨스 스캠(연애를 가장한 사기) 사례도 확인됐다. 중동 상황과 세계 정세의 원리를 이해하고 대비할 수 있는 책을 무료로 나눠준다면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미끼 문자 사례도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국제 구호단체를 사칭한 가짜 기부 사이트, 소상공인 대출이나 유류비 환급 등 정부 정책을 가장한 피싱 시도가 발생할 가능성도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지난 15일 “중동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한 틈을 타 유가 지원금 신설, 법인세 환급 등 가짜 정부 지원책을 미끼로 한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릴 수 있다”며 소비자 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아랍에미리트 주(駐)두바이 총영사관도 지난 11일 “중동 지역 의사나 군인 등을 사칭해 현지에 억류됐다며 금전을 요구하는 로맨스 스캠 사례가 확인됐다”고 했다.
경찰은 중동 전쟁처럼 국제 정세 급변이나 국내 사건·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한 ‘사기 시나리오’가 등장한다고 경고한다. 현재까지 중동 전쟁을 빙자한 피싱 사기 피해 사례가 경찰에 접수된 건 없다고 한다. 경찰은 사기 시도에 사용된 전화번호와 인터넷 주소를 실시간 차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고수익 보장 등을 약속하며 투자금 명목으로 입금을 요구하는 공개 채팅방은 무조건 사기”라며 “항공권 취소 등 문의는 공식 홈페이지나 대표 전화번호로만 해야 한다”고 했다. 또 “피싱 범죄가 의심될 경우 경찰청 통합대응단(국번 없이 1394)에 신고해 상담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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