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재추대 다음날, 김여정 “일본과 마주 앉을 일 없다”

김민서 기자 2026. 3. 24.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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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3기 첫 대외 메시지는 강경론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회의 1일회의가 22일 진행되었다고 23일 보도했다. 회의에서는 김정은을 국무위원장으로 재추대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22일 우리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김정은을 국무위원장으로 재추대했다. 다음 날 김여정 노동당 부장은 “일본이 시대착오적인 관행, 습성과 결별”하지 않으면 북·일 정상회담은 어렵다는 담화를 냈다. 김정은 ‘집권 3기’의 첫 대외 메시지가 강경론으로 나온 만큼, 아직 결과가 공개되지 않은 2일 차 회의 등에서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는 헌법 개정이 논의됐을지 주목된다.

23일 북한 노동신문 등은 전날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 1일 회의에서 김정은을 국무위원장으로 재추대하자는 리일환 당 비서의 제의에 대의원들이 만장일치로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2016년 6월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일 시대의 최고 권력 기관인 ‘국방위원회’를 폐지하면서 국무위원회를 신설해, 김정은을 초대 국무위원장에 추대했다. 김정은은 2019년 4월 다시 국무위원장에 추대됐고, 이번에 세 번째로 국무위원장에 추대되면서 집권 3기를 맞게 됐다.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은 이날 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북·일 정상회담은) 일본이 원한다고 해서, 결심했다고 해서 실현되는 문제가 아니다”라는 담화를 내고 “우리가 인정하지도 않는 저들의 일방적 의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것이라면 우리 국가지도부는 만날 의향도, 마주 앉을 일도 없다”고 했다. ‘일방적 의제’란 지난 19일(현지 시각) 미·일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용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백악관에서 열린 회담 후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나고 싶은 강한 열망을 갖고 있음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납치 문제의 즉각적인 해결을 위한 일본의 결의를 지지한다”고 했다. 일본 정부는 과거 북한이 일본인 17명을 납치했다고 보고,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의 방북 때 귀환한 5명 외에 12명의 귀국과 진실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은 12명 중 8명은 이미 사망했고, 4명은 납치한 적이 없어 문제가 해결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여정은 “우리는 여전히 구태의연한 사고와 실현 불가능한 아집에 포로되어 있는 상대와는 마주 앉아 할 이야기가 없다”며 “철저히 개인적인 입장이기는 하지만 나는 일본 수상이 평양에 오는 광경을 보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일본이 납치자 문제를 제기하지 않아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북한은 미국에 대해서도 ‘핵 보유’를 인정해야만 대화가 가능하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 바탕에는 북·러 밀착과 북·중 관계 복원 등을 통해 북한의 국제적 입지가 개선됐다는 자신감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2019년 조선중앙통신 등은 김정은의 국무위원장 추대 소식을 전하면서 “조국을 영원한 김일성, 김정일 동지의 국가로 더욱 공고 발전”시키는 일이라고 선대(先代)를 언급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김정은이 “건국 이래 일찍이 있어 보지 못한 국가 발전의 전성기”를 만든 “위대한 전략가”라고 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선대를 넘어서는 최상급 표현을 동원한 것”이라고 했다.

한편 북한의 상징적 ‘권력 서열 2위’이자 최고인민회의 수장인 상임위원장은 7년 전 선출된 최룡해에서 김정은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조용원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교체됐다. 김여정을 비롯해 김영철·리선권 등 대남 업무를 담당했던 인사는 김정은이 이끄는 국무위원회에서 배제됐다. 리선권은 당 법무부장을 맡았던 김형식과 함께 상임위 부위원장이 됐지만, 실권은 없는 자리다. 김재룡·리히용·정경택·주창일·김덕훈·김철원 등 6명은 국무위원에 새로 진입했다.

이번에 신설된 제1부총리에는 김덕훈 전 내각총리가 올랐다. 김덕훈은 총리를 지내던 2023년 “국가 경제 사업을 다 말아먹고 있다”는 김정은의 공개 질책을 받았고, 이듬해 총리에서 해임돼 노동당 비서와 경제부장에 임명됐다. 지난달 노동당 9차 대회에서 당 비서와 부장에서도 물러났지만, 이후 김정은의 공개 행보에 이례적으로 계속 동행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경제통’으로서 줄곧 김정은의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회의에서 기존에 내각 산하에 있었던 ‘선박공업성’을 ‘제2경제위원회’ 소속으로 변경한 것도 눈에 띈다. 북한의 ‘제2경제위원회’는 군수 경제를 총괄하는 기관으로 내각의 통제를 받지 않는 일종의 특수 기관이다. 김정은이 핵 추진 잠수함과 구축함 건조 등 해군력 강화를 강조하고 있어,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우리의 국정원장에 해당하는 ‘국가보위상’을 맡고 있던 리창대의 직책은 이번 회의에서 ‘국가정보국장’으로 바뀌었다. ‘국가보위성’이 ‘국가정보국’으로 개편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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