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유전자 정체 밝힌 노벨상 수상자, 세상 떠나
표적 항암제 개발 주춧돌 놓아

발암 유전자의 정체를 밝히고 표적 항암제 개발의 주춧돌을 놓은 노벨상 수상자 존 마이클 비숍 박사가 90세로 세상을 떠났다. 22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비숍 박사는 지난 2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병원에서 폐렴으로 별세했다.
하버드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 과학자의 길을 택한 그의 대표 업적은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체내 정상 세포 유전자에서 비롯될 수 있음을 밝혀낸 것이다. 외부 유전자가 들어와 암을 발생시킨다는 통념을 깨뜨리는 성과였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교수로 재직하던 1970년대 중반 해럴드 엘리엇 바머스 교수와 닭 종양 바이러스를 연구하던 중, 정상 세포 안에 원래 있던 유전자가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두 사람은 이 공로로 1989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으로 받았다.
정상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통해 암 유전자로 바뀔 수 있음을 보여준 이 연구는 막연히 암을 비정상 증식으로 봤던 기존 암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암이 특정 유전자의 변이와 세포 신호 교란의 결과라는 점이 밝혀지면서 치료도 암세포의 약점을 정밀하게 겨냥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됐다. 이는 허셉틴, 글리벡 같은 표적 항암 치료제 개발의 토대가 되면서 오늘날 표적 항암제 시대의 출발점이 됐다.
그는 1998~2009년 UCSF 총장을 지내며 이 대학을 세계적 의생명과학 거점으로 키워 대학 행정가로도 성공했다. 다만 젊은 시절 놓친 기회는 오래도록 안타까워했다. 1969년 그는 일부 바이러스가 유전 정보를 세포의 DNA에 통합하는 핵심 원리를 거의 밝혀낼 뻔했지만, 당시로서는 너무 파격적인 가설이라는 회의적 반응에 연구를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했다. 반면 다른 과학자들은 이 연구로 결실을 맺어 비숍보다 먼저 노벨상을 탔다. 비숍은 훗날 인터뷰에서 “노벨상 하나보다 둘이 더 낫다”며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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