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니카전 도망가는 피칭, 창피하고 짜증 났다”… 입술 깨문 곽빈, 아웃카운트 12개 중 삼진이 9개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전에서 연속 볼넷으로 무너졌던 두산 토종 에이스 곽빈(27)이 단단히 각오를 굳히고 2026시즌 출발선에 섰다.
곽빈은 23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시범경기 KT전에 선발 등판해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WBC를 마치고 소속팀에서 던진 첫 실전이자 정규시즌 개막 전 마지막 실전에서 곽빈은 62개의 공으로 점검을 마쳤다. 이보다 좋을 수 없는 몸상태다.
직구,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섞어 최고 시속 155㎞를 찍었다. 슬라이더 최고 구속도 시속 147㎞에 달했다.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한 공도 41개일 정도로 공격적인 투구 내용이 돋보였다. 볼넷은 없었고, 3피안타로만 주자를 내보냈다.
WBC가 곽빈에게 터닝포인트가 됐다. 곽빈은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 도망가는 투구를 한 내가 창피하고 너무 짜증났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피안타율이 높은 투수는 아니지만 이번 시즌은 정말 많이 맞아도 되니까 타자들을 피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더 이상 도망가는 피칭은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오늘 던졌다”고 밝혔다.
이날 투구에서 그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총 12개의 아웃카운트 중 삼진을 9개나 잡았다. KBO리그 최고의 타자로 꼽히는 3번 타자 안현민과의 승부에서도 과감하게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했다. 곽빈은 “내 주무기로 상대하려고 했을 뿐이다. 안현민이 워낙 잘 치는 타자라 빨리 쳐줬으면, 타구가 나한테만 오지 않길 바라며 던졌다”고 말했다.
안현민과 두 번의 정면승부 끝에 2루수 뜬공과 삼진을 잡았다. 오프시즌 LG에서 KT로 이적한 김현수, KT의 새 외국인 타자 샘 힐리어드와 각각 두 차례 맞대결에서는 모두 삼진으로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KT 중심타자들을 상대로 삼진을 5개나 가져왔다. 그는 “투스트라이크 이후에도 승부를 빨리 보려고 했다. 삼진을 잡고자 던진 건 아니다. (시범경기는)아직 타자들이 몸이 안 올라올 때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2018년 입단해 2023년 12승(7패 평균자책 2.90)으로 첫 두자리 승리를 따낸 이후 리그 정상급 선발로 올라선 곽빈의 성장세는 지난해 제동이 걸렸다. 개막 전 왼쪽 옆구리 통증(내복사근 부분 손상)으로 전열을 이탈했고, 6월에야 복귀했다. 일찌감치 하위권으로 처진 팀 분위기 탓에 7·8월 단 1승에 그치는 등 5승7패 평균자책 4.20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WBC를 통해 한뼘 더 성장한 곽빈은 다시 한번 도약을 노린다. 그는 “일단 내가 강한 공을 갖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디테일적으로 제 2, 3의 변화구 퀄리티도 높여야 한다. 당연히 제구도 돼야 하지만 타자들과 맞서 싸울 줄 알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4·5선발 운용에 고민을 안고 있는 김원형 두산 감독은 쾌조의 컨디션으로 시즌 준비를 마친 곽빈의 존재가 든든하다. 김 감독은 “선발 곽빈이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 계획했던 투구수를 잘 소화하며 순조롭게 시즌 준비 중인 모습을 확인했다”며 흡족해했다. 두산은 12-7로 승리했다.
수원 |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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