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두렁 시계'도 사과 안 하더니…SBS에 쌓인 울분 폭발
"언론에 흘려서 망신 줘라"…SBS 사장도 만나
2년 뒤 하금열 사장은 이명박 비서실장에 발탁
국정원 TF 발표했지만 SBS는 "확인할 수 없다"
'이재명 조폭 연루' 보도에 노조 사과 대신 규탄
정청래 "몰염치하고 사악…당신들도 언론인가"
대변인 명의 당 공식 입장, 의원들 발언 잇따라
조국도 "치가 떨려…정정보도 등 언론개혁해야"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인간 사냥식 보도의 대명사로 통하는 2009년 소위 '논두렁 시계' 파문은 이명박 정권 시절 국정원-검찰-SBS로 이어지는 '삼각 공조'의 결과물이었다. 그럼에도 이를 '단독'이라며 대대적으로 전파해 노 전 대통령 명예에 심대한 타격을 주고 당시 여론을 결정적으로 악화시켰던 SBS 측은 보도의 주체로서 지금까지 한 번도 제대로 된 사과를 한 적이 없다. 최근 SBS 노조가 자사의 '이재명 조폭 연루설' 보도를 두고 사과는커녕 오히려 이재명 대통령이 '언론 길들이기'를 한다고 강력 규탄한 것을 계기로 여권에서는 SBS에 대해 그간 쌓였던 분노를 한꺼번에 폭발시키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3일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강금원 기념 봉하연수원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던 도중 "예고 없이 뉴스 기사를 한 번 들려드리겠다"며 손에 들고 있던 마이크를 자신의 휴대전화에 갖다 댔다. 그리고 지난 2017년 10월 23일 JTBC 뉴스룸에서 첫 번째 꼭지로 보도한 <'논두렁 시계' 배후엔 MB 국정원…"언론에 흘려 망신 줘라"> 리포트 내용을 틀었다.

TF 조사에 따르면 검찰의 노 전 대통령 소환을 앞두고 원세훈 원장 측근인 국정원 모 간부가 4월 21일 수사 책임자인 이인규 대검 중수부장을 만나 "고가 시계 수수 건은 중요한 사안이 아니므로 언론에 흘려서 적당히 망신 주는 선에서 활용하라"고 언급했다. 이처럼 노골적으로 언론플레이를 주문한 뒤 방송사를 통해 실제 보도가 그렇게 나온 것이다. 심지어 국정원 측은 SBS 하금열 사장도 직접 만나 "노 전 대통령 수사를 적극 보도해달라"고 당부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후일담이지만 하금열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이 없는데도 논두렁 시계 보도 2년여 뒤인 2011년 12월 12일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전격 임명됐다. 당일 청와대 춘추관 기자들이 발탁 이유를 묻자 "그 부분이 애매하다"며 "이명박 대통령 취임 뒤 지난 4년 동안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따로 뵌 적이 없다"고 답해 인선 배경을 두고 의구심이 제기된 바 있다. 논두렁 시계 보도 당시 SBS 보도국 책임자였던 최금락 보도국장 역시 2011년 9월 28일 이명박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영전했다. 두 사람은 2017년 국정원 적폐 청산 TF 발표 이후 SBS에 자체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을 때 조사위 면담에 끝까지 응하지 않았고, SBS는 "논두렁 시계 보도에 대한 국정원 개입은 확인할 수 없었다"는 공허한 결론만 내놨다.

황명선 최고위원도 "도대체 무엇이 언론 길들이기라는 건가? 사과를 요구하는 피해자를 다시 탄압자로 모는 것이 정당한 일인가?"라며 "대통령은 오보로 인한 피해에 진솔한 사과 한마디를 요청했을 뿐이다.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피해자로서의 당연한 권리이고 그 피해자가 대통령이라고 달라질 이유는 없다. 자신들의 잘못은 외면한 채 언론 탄압이라고 덮어씌우는 것이야말로 또 다른 폭력"이라고 SBS 노조 측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진짜 언론 탄압, 언론 길들이기가 무엇인지 말씀드릴까? 윤석열 정권은 공영방송 장악을 위해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억지 의혹으로 면직시키고 KBS, MBC, EBS의 이사와 경영진을 해임하거나 교체하려 했다. '도어 스테핑'에서 불편한 질문을 했다는 이유로 순방 전용기에서 MBC 기자를 배제하고 기자단에서도 쫓아내려 했다. 대통령을 비판하는 보도를 이유로 명예훼손 혐의 수사와 압수수색도 자행했다"고 여러 사례를 든 뒤 "이번 언론노조 SBS 본부의 성명은 오히려 언론개혁이 검찰개혁 못지않은 시대적 과제라는 점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김기표 대변인은 당 공식 입장을 정리해 오후에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가졌다. 김 대변인은 "한 사람의 인격과 명예를 짓밟고 정치적 생명에 치명상을 입히려 했던 오보는 백 번, 천 번의 사과로도 모자란다. 그러나 이 참담한 사태 앞에서도 언론계의 자성은 없다"면서 SBS 노조를 향해 "대법원 판결로 허위임이 확인된 사안에 대한 책임 요구마저 탄압으로 호도하는 것은 진정한 언론의 자세가 아니다. 대한민국 언론이 얼마나 깊은 '자기 면책'의 늪에 빠져 있는지 보여주는 씁쓸한 현주소"라고 지적했다.

이번 SBS 사례를 통해 언론개혁의 당위성과 시급성이 재확인됐다는 당내 폭넓은 공감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개별 의원들의 발언도 이어지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NYT(뉴욕타임스)는 오보 기사에 대한 정정 기사가 많다. SBS '그알' 보도 이후 2021년 국힘 등 일부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조폭 PJ파로부터 20억을 수수했고, 5만 원권 지폐 등이 언론에 사실인양 보도됐다"며 "의혹을 최초로 보도한 매체는 사과 정정 보도를 해야 당연하다. 그래야 세계적 언론 NYT처럼 존경받는다"고 했다.
이연희 의원은 문제의 SBS '그것이 알고 싶다' 2018년 7월 21일자 방송 <권력과 조폭 - 파타야 살인사건 그 후 1년> 편을 다시 봤다고 한다. 그는 "몇 번을 돌려봐도 노조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실제 방송을 다시 살펴보면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이 조직폭력배와 연루돼 있다는 의혹을 충분한 근거 없이 제기한 측면이 분명 존재한다"면서 "이는 공적 검증을 가장한 의혹 부풀리기이며, 결과적으로 특정 정치인에 대한 흠집 내기 의도가 개입됐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고 짚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관련 글을 올린 데 이어 이날 최고위원회의 공식 석상에서 다시금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그는 "윤석열 내란 즈음에 우리 사회는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바로 기득권, 특권층 해체"라며 "이 와중에 유독 개혁을 거부하는 곳이 있다. 언론이다. 특히 SBS 노조의 행태는 개탄스럽다"고 했다. 아울러 "정말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힌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면서 "오보를 사과하라는 게 언론 탄압인가? 언론은 어떤 식으로 논평해도 문제가 없고, 공직자는 상대가 허용해야 논평할 수 있다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조 대표는 "더욱이 SBS가 어떤 곳인가?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논두렁 시계 보도'를 '단독기사'라고 내보낸 곳이다. 이는 이명박 정권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흘려준 것이었음이 추후 확인됐다. 그 뒤 SBS가 노무현 대통령 유족에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 없다"며 "이재명 대통령은 좌표 찍기, 허위 보도로 조리돌림 당한 대표적 희생자다. 하이에나식으로 집단 공격을 가했다. 유사한 경험을 했던 저로서는 동병상련을 느끼며, 치가 떨린다"고까지 표현했다.
그러면서 "SBS 노조에 묻는다. 윤석열 독재정권이 대놓고 언론 길들이기를 할 때는 왜 가만히 있었나? 이렇게 이중 잣대를 대고 편향적이니 국민 신뢰가 낮은 것"이라며 "성역 없는 취재와 보도도 중요하지만 언론 스스로 성역이 될 수는 없다. 권리만 주장하고 책임은 나 몰라라 하면 책임은 강제될 것이다. 차제에 명백한 오보가 드러나면 같은 지면에 같은 양으로, 같은 방송 시간대에 같은 양으로 정정 보도하도록 법제화하는 등의 언론 개혁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haojing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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