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주민은 국민 아닌가…전남 섬 기름값 ‘천정부지’
섬 지역 어업용 면세 등유도 육지보다 40% 비싸…주민 부담 가중

전남도와 시·군이 섬 지역 유류 가격 등 부담 완화를 위해 시행 중인 ‘해상운송비 지원 정책’의 경우 섬마다 달라 육지와 섬 지역 간 격차를 심화<광주일보 3월 19일 6면>시키고 있는 형편이다. 휘발유, 경유와 달리 농업용 면세 등유 가격은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에도 상승세가 가팔라 농가 부담을 키우고 있다.
2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완도군 소안도 소안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ℓ당 2100원을, 경유 가격은 ℓ당 1950원을 기록했다.
여수시 금오도 농협남면지점 주유소와 신안군 신의도 남신안농협 신의지점 주유소 등은 휘발유 1882원, 경유 1869원의 가격을 내걸고 있었다.
이는 같은 날 기준 광주(휘발유 1805원·경유 1802원), 전남(휘발유 1818원·경유 1816원)의 평균 유류 가격을 웃도는 수치다. 전국 평균(휘발유 1819원, 경유 1816원)과 비교해도 더 높다.
특히 이들 섬 지역에는 전남도 등이 ‘도서지역 해상운송비 지원 사업’을 통해 운송비를 지원하고 있는데도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못해 섬 주민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도서지역 해상운송비 지원사업은 육지에서 섬 지역으로 유류, 가스 등 생활필수품을 운송하는 사업자를 위해 해상운송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해상 운송비 때문에 섬 지역 사람들이 육지에 비해 비싼 가격으로 생필품을 구입해야만 하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22년 도입됐으며, 여수·고흥·완도·영광·신안 등 8개 시·군, 100여 개 섬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문제는 지원 방식이 시·군마다 달라 지원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는 섬 주민들도 적지 않다는 데 있다.
신안군의 경우 주유소 업주들이 휘발유에 대해서만 운송비 지원을 받고 있으며, 경유는 운송비 지원이 없어 경유가격이 휘발유보다 비싸다. 운송 지원을 도맡은 ‘천연에코배’에는 ‘위험물’로 분류되는 휘발유만 실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남신안농협 장산지점 주유소 관계자는 “휘발유는 운송비 부담이 없지만 경유는 왕복 55만원의 운송비를 지불하고 있다”며 “이 비용이 그대로 반영되면서 경유 가격이 높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주유소의 경유 가격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6일 사이 ℓ당 1699원에서 2250원으로 551원 급등해 전국에서 가장 큰 상승폭을 보이기도 했다.
여수시의 경우 해상운송비 예산 1억6000만원을 투입해 휘발유와 경유를 포함한 유류 운송비를 지원하고 있으나, 주유소와는 별도의 협약을 맺지 않아 지원이 가격으로 직접 연결되지 않는 구조다. 금오도 농협남면지점 주유소의 경우 유류 운송비로 왕복 30여만원씩 비용을 내고 기름을 받아오는 식이다.
완도군은 청산·금일도는 협약이 이뤄져 유류비를 지원하고 있으나, 소안도 등 일부 섬은 선사 협약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류비 지원을 안 해 주고 있었다.
영광·고흥·해남군과 목포시는 섬 내에 주유소가 없다는 이유로 LPG, 등유를 중심으로 운송비를 지원하다 보니 휘발유와 경유는 아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었다.
진도군의 경우 농협 선박을 통해 유류를 공급받으면서 육지와 차이가 없는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농업용 면세 등유’ 가격도 다르다. 정부의 유류 가격 제한 정책에도 섬 지역에서는 육지 대비 최대 40% 넘게 비싼 값을 주고 사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날 기준 평균 면세 등유 가격은 광주 1226원, 전남 1241원을 보였다. 최고가격제 시행 전날인 지난 12일 각각 1184.42원, 1186.71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가격이 떨어지기는커녕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안군 장산도 남신안농협 장산지점 주유소, 신의도 신의지점 주유소는 면세 등유 가격이 1779원에 달해 전남 지역 평균 대비 42% 높았다.
또 어업·여객선 면세유는 정부의 유류비 억제 정책에서 제외됐다. 당장, 수협 측은 어민들에게 4월 1일부터 18만원 수준이던 면세유(200ℓ) 가격이 29만여원으로 오른다고 공지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지역마다 상이해 섬 주민들과 농어민의 부담이 커져가는 만큼, 일률적인 지원 체계와 유가 안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문한필 전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해상운송비 지원이 시·군마다 다른 구조로 운영되다 보니 지역 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일률적인 지원 체계를 마련해 소외받는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처럼 유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섬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해 보다 적극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농산물 생산 기반이 유지돼야 지역 경제가 돌아가는 만큼 유가 상승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윤준명 기자 yoon@kwangju.co.kr
/김혜림 기자 bridg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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