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산림 초토화, 국가가 대책 세워라
공익적·경계적 기능 동시 약화
단순 복구를 넘어 구조적 개편
100년 내다보는 장기전략 시급

최근 경북 전역이 초대형 산불과 소나무재선충병 확산이라는 복합 재난에 직면하면서 산림 생태계 붕괴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피해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커지면서 단기 복구를 넘어 국가 차원의 장기 산림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3일 경북도 등에 따르면 지난해 경북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은 역대 최대 피해를 기록했다. 의성 산불로 시작된 불길은 안동·청송·영양·영덕 등 5개 시·군으로 확산되며 4만5000㏊ 이상, 일부 추산에서는 9만9000㏊에 달하는 산림을 태웠다. 이는 서울 면적의 3분의 2 수준에 해당한다.
산불은 진화 이후에도 장기적인 영향을 남기고 있다. 광범위한 산림 소실로 산사태와 토양 유실, 생태계 붕괴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고사목 증가로 병해충 확산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산불 발생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의성을 비롯한 지역에서 산불이 재발하는 등 위험이 상시화되는 추세다. 올해 들어서도 의성·김천·청도 등 각지에서 동시다발 산불이 이어지며 산림당국이 긴급 대응에 나섰다.
특히 산불 피해는 병해충 확산으로 이어지는 2차 피해를 낳고 있다. 산불로 약해진 나무는 병해에 취약해지면서 수백만 t에 달하는 피해목이 재선충 방제 대상이 되는 등 피해가 장기화되고 있다.
재선충병 피해는 이미 경북 전역으로 확산된 상태다. 최근 5년간 감염목은 약 186만5000그루로 전국 피해의 45%가량을 차지해 전국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피해목은 2021년 약 30만 그루에서 2023년 100만 그루를 넘었고, 지난해에는 148만 그루 이상으로 급증했다.
피해 면적 또한 전국의 약 40%를 차지하며, 울릉군을 제외한 대부분 시·군에서 감염이 확인돼 사실상 전 지역 확산 단계에 진입했다. 포항 약 49만 그루, 경주 32만 그루, 안동 16만 그루 등 주요 지역에서 대규모 집단 고사가 이어지고 있으며, 영주 등 내륙 지역으로도 확산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재선충병은 감염 시 대부분 고사에 이르는 치명적 병해로, 치료가 어려워 벌목과 소각 외에는 뚜렷한 대응 수단이 없다. 특히 고사목은 산불 시 연료로 작용해 피해를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최근 경북 산불 피해지 상당수가 재선충병 발생 지역과 인접한 것으로 나타나며 산불과 병해충이 피해를 증폭시키는 악순환 구조가 확인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북 산림이 '동시다발적 붕괴 단계'에 진입했다고 진단한다. 산불로 숲이 사라지고 남은 산림마저 병해충으로 고사하면서 공익적 기능과 경제적 가치가 동시에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단순 복구를 넘어 '100년 대계 산림 조성 계획'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종 다양화와 기후변화 대응형 산림 조성, 병해충 저항성 강화 등 구조적 개편이 핵심 과제로 제시된다.
또 목재 생산 중심에서 임산물 가공, 산림 바이오, 산림 치유 산업까지 확장하는 '산림 순환경제' 구축 필요성도 제기된다. 과거 산림녹화사업처럼 국가 주도의 대규모 조림 정책을 재가동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경북도와 시·군은 "현재 피해 규모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을 넘어선 국가 재난 수준"이라며 정부의 전면적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
산림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는 단순 재해가 아니라 산림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할 전환점"이라며 "복구를 넘어 산업과 환경을 아우르는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