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과거자료 공유, 역사관 바로서는 계기됐으면”

임훈 기자 2026. 3. 23.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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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규 동아대 일본학과 교수

- 팸플릿 등 5만건 넘는 자료 DB구축
- 역사인문이미지연구소 사업 이끌어

“일제강점기 시각자료 연구와 공개는 ‘식민지 근대화론’의 시각적 허구를 해체하기 위한 것입니다. 당시 일제에 의해 만들어진 화려한 이미지와 통계는 ‘식민 지배가 조선을 근대화시켰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모든 정책의 수혜자는 철저히 일본 제국주의였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근대화는 조선의 발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지배의 영속화와 자원 침탈을 위한 수단이었을 뿐입니다.”

23일 신동규 동아대 역사인문이미지연구소 소장이 일제 강점기 시각자료 DB작업의 의미와 향후 계획 등을 말하고 있다. 김성효 선임기자 kimsh@kookje.co.kr


일제강점기 시각자료를 수집·분석해 공개하는 데이터베이스(DB) 구축 사업으로 일제 식민지 권력의 선전 전략을 알리고 있는 동아대학교 역사인문이미지연구소 신동규(국제대학 일본학과 교수) 소장의 어조는 단호했다. 여전히 일본 내부에 뿌리내린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는 식의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작업을 멈출 수 없다고 그는 말했다. 23일 부산 서구 동아대 부민캠퍼스 연구실에서 신 소장을 만났다.

신 소장이 진행하고 있는 ‘DB 구축 사업’은 일제가 제작한 각종 팸플릿과 리플릿 인쇄물을 수집·번역하고, 이미지와 해제를 결합한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공개하는 방대한 작업이다. 이 프로젝트는 2024년 9월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2024년 인문사회연구소 지원 사업’에 선정돼 첫발을 뗐다. 9명의 연구진이 1년 여간 작업해 1, 2년차 1단계 결과물로 학술총서 두 권을 발간했다. 사업선정 이전 발간된 네 권에 이어 지난달 5, 6권이 나왔다. 12살 때부터 우표와 크리스마스 씰을 수집하던 소년의 강렬한 호기심이 50여 년 만에 결실을 맺은 것이다.

“아픈 역사 흔적일지라도 실증적인 역사 정립을 위해 소중하지 않은 자료는 없다는 신념으로 지금도 수집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만, 종이 매체 특성상 자료가 손상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이를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누구나 공유할 수 있도록 DB화하는 시스템 구축에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신 소장은 5만 장이 넘는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 당시 독립운동가들의 교수형 모습과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하얼빈 역에서 처단한 후에 발행한 엽서, 1910년 한국병합을 일본이 기념한 엽서 등 역사적 의미를 고스란히 품은 자료들이 넘친다. 국내외 박물관이나 도서관에 없는 미발견 희귀 자료가 대부분이다. 그는 이런 1급 사료가 사라지지 않도록 디지털화해 영구 보존함으로써 앞으로 다양한 분야 연구 실증자료로, 역사 교재로, 전시 콘텐츠로 활용되길 바란다. 특히 신 소장은 AI 기술을 이미지 데이터와 결합해 시대별 변화상을 영상으로 재탄생시키는 작업도 계획하고 있다.

신 소장은 이러한 작업이 결국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는 길이라 확신한다. 공식 기록에서 빠져 있던 민초들의 삶과 파괴된 문화재의 원형, 역사적 사건을 복원하는데 강력한 증거자료가 될 수 있다는 것. 나아가 일제가 주입한 식민주의적 사관을 시각적으로 비판하고 해체해 국민이 역사 왜곡에 휩쓸리지 않게 하는 방패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런 시도가 결국 올바른 한일 관계 정립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것이 그의 믿음이다.

신 소장은 최근 일부에서 제기되는 위안부나 독도문제를 포함한 극우적인 주장에 대한 우려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해방 이후 일제강점기 기득권 세력이 지식인층 교육자 공무원 등 사회 지도층으로 고스란히 편입됐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수호하기 위해 과거 청산 대신 ‘과거 지우기’를 택했다”며 “이러한 미완의 청산이 결국 ‘뉴라이트’나 ‘역사 수정주의’라는 기형적인 사고방식을 낳았고, 이것이 국가 권력과 결부되면서 지난 정권들의 외교적 패착을 초래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지난 정권에서 민간단체의 극우적 사상교육을 지원하고 이를 교육 시스템의 일부로 편입시키려한 시도를 가장 뼈아픈 대목으로 꼽았다. 최근 젊은 층에서 관찰되는 일부 극우화 현상이 교육의 문제와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이 신 소장의 생각이다. 교육이 바로 서야 보편적 인권과 정의에 기반한 역사 인식이 확립될 수 있다는 것이다. DB구축 프로젝트의 종착지를 ‘공공을 위한 기증’으로 잡고 있는 이유다.

신 소장은 “역사는 독점될 때 왜곡되기 쉽지만, 공유될 때 비로소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힘을 갖습니다. 더 많은 이들에게 자료들을 공유해 우리 사회의 역사관이 바로 서기를 바랍니다. 제가 가진 자료들이 그 올바른 역사를 정립하는 든든한 초석이 된다면 연구자로서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일 것”이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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