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반월·포승산단 ‘울상’
중동 전쟁 장기화… 경기 석유화학 거점 ‘직격탄’
원유 수급 차질에 업체들 속앓이
플라스틱 가격 70~80% 원재룟값
증가된 비용 고스란히 떠안을 듯
실태조사 85.6% “경영 다소 심각”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원유 수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23일 오후 찾은 안산시 반월국가산업단지 내 A 플라스틱 제조업체 대표는 이같이 하소연했다.
이란과 미국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원유 수급에 차질이 생겨 원유에서 정제된 물질을 원료로 하는 경기도 내 국가산업단지 입주 석유화학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원재료가 공급되지 않아 생산 차질 우려와 비용 증가를 고스란히 떠안는 것은 물론 이런 상황이 언제 끝날지 예측하기 힘들어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반월국가산업단지 내 석유화학 입주 기업은 764개로 한국산업단지공단이 관리하는 국가산단 중 남동국가산업단지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을 정도로 석유화학 업체들이 몰려 있다.
플라스틱은 대표적 석유화학 업종으로 원유에서 정제를 통해 나오는 나프타를 통해 만들기 때문에 원유 가격이 상승하면 원재룟값이 오르는 셈이라 업체 입장에선 타격이 크다.
나프타 가격은 전쟁이 발발하기 전인 지난달 27일 기준 t당 633달러에서 이달 20일엔 1천141달러를 기록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이날 반월국가산업단지에서 만난 또 다른 업체 대표 B씨는 “플라스틱 완제품을 충분히 많이 만들어 놔 당장의 타격은 없지만, 현 상태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그는 “플라스틱 업계는 비용의 70~80%가 원재룟값이고 나머지가 인건비로 보면 되는데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 곧바로 비용에 영향이 있다”며 “원재룟값에 대한 가격을 누구도 점칠 수 없어 불안감이 공포가 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B씨는 “원재룟값 상승으로 다른 플라스틱 업체들은 전쟁 발발 이전보다 15~20% 정도의 비용을 더 써야할 것으로 보여 전쟁이 장기화하면 큰 어려움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산상공회의소가 이달 4일부터 11일까지 안산지역 기업을 대상으로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에 따른 기업 피해 실태 및 긴급 대응 조사를 실시한 결과 다수 기업이 우려를 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사 충돌이 기업경영에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한 기업 중 무려 85.6%(87개사)가 원자재의 수급 차질 및 단가 상승을 ‘다소 심각’하게 예상했다. 영향이 없다고 답한 기업은 6.7%(7개사)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은 평택시에 있는 포승국가산업단지도 마찬가지였다. 이곳에 입주한 석유화학 기업들도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끝나 예전의 상태로 돌아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포승국가산업단지에서 필름(비닐)을 생산하는 C 업체도 현 상황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다. 비닐 역시 원유를 정제하고 나온 나프타를 통해 생산하기 때문이다.
C 업체 관계자는 “4월달부터 원재료의 수급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에서 우리나라까지 배타고 오는데 두 달이 걸린다고 하는데 4월1일 전쟁이 끝난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에는 원재료를 실은 배가 6월이 돼야 도착하는 셈인데 지금 국내 재고가 바닥을 보이고 있어 걱정이 많다”고 설명했다.
/김형욱 기자 uk@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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