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100만원 더 부담” 기름값 폭등에 전세버스·가전노동자 ‘시름’

이수연 기자 2026. 3. 23.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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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지원비 없이 비용 떠안아 … “정부·회사 유류비 지원 필요”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유가 폭등의 직격탄을 맞은 전세버스·가전업계 노동자들이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정부의 유가보조금 대상 확대와 회사 차원의 유류비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세버스기사 "예약 취소될까 비용 못 올려"
국토부 "여객자동차법 개정 검토"

대구에서 13년째 전세버스를 운행 중인 김인규씨는 "대구에서 서울 한 번 다녀오면 예전보다 기름값이 최대 10만원이 더 든다"며 "이미 예약된 손님에게 비용을 더 요구하기 어렵고, 신규 손님에게 가격을 올려 제안하니 예약이 성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달에 최소 100만원을 더 부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주에서 30년째 전세버스를 운행하는 이희국씨는 "전주에서 서울 한 번 다녀오면 유류비로 5만원을 더 지출해 한 달에 40만~50만원 더 나간다"며 "한시적이라도 유가보조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 시행령에 따르면 유가보조금은 노선버스와 택시의 경유 사용분에만 지급된다. 화물차도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화물자동차법)에 따라 지원을 받는다. 반면 경유 전세버스 약 4만대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지난 5년간 유가보조금 연평균 집행 잔액은 약 5천700억원에 달하지만 이 재원이 화물차와 택시, 노선버스에만 돌아가고 있어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다.

제주를 제외하고는 지역 차원의 한시적 지원도 부족한 실정이다. 제주에서는 전세버스 업계에 제주관광진흥기금을 활용해 별도 지원한다.

국토교통부는 "중동사태 이후 여객자동차법 시행령 개정을 검토 중이며, 재원의 여력부터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경유 전세버스에 유가보조금을 지급하면 친환경 자동차 전환율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있어 업계에 구체적인 친환경 전환 계획을 요청한 상황이다.

이상곤 서비스일반노조 전세버스연대지부장은 23일부터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전쟁추경(추가경정예산)에 전세버스 유가보조금 지급을 포함하라고 요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자차에, 지원도 없는 '특수고용' 가전노동자

전세버스뿐 아니라 개인 차량을 이용해 일하는 가전 노동자들도 시름이 깊다.

경남 김해에서 10년째 코웨이 정수기 방문점검원(코디)으로 일하는 조인영씨는 "평소 한 달 기름값이 13만원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17만원까지 올랐다"며 "앞으로 더 오른다는 이야기가 있어 절망스럽다"고 말했다.

조씨는 코웨이와 위임계약을 맺은 특수고용 노동자로, 개인 차량을 이용할 수밖에 없어 유류비 부담을 떠안고 있다. 회사는 이들이 '근로자가 아니라' 유류비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조씨가 정수기 한 대를 점검할 때 받는 수수료는 약 5천400원으로, 한 달 200건을 처리해도 약 160만원 수준의 수입에서 유류비를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 정규직 직원이라도 업무용 차량이 없는 경우가 있다. 청호나이스 자회사 청호나이스엔지니어링 설치기사로 일하는 ㄱ씨는 "예전에는 한 달 기름값이 30만원 정도였고 회사에서 대략 20만원을 유류비로 지원받았는데 최근에는 기름값이 40만원까지 올랐는데도 지원액은 그대로라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유류비 부담은 설문으로도 확인된다. 지난 19일 가전통신서비스노조가 가전업계 노동자 2천28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 94.6%가 유류비 부담이 높아졌다고 답했다. 74.4%는 최근 기름값 폭등으로 경제적 부담이 매우 높다고 응답했다.

회사가 유가 상승분을 수당이나 보조금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72.9%에 달했다. 유류비 완화를 위한 대책으로는 '회사 차원의 유류권 지급'(45.9%)이 가장 많이 꼽혔고, '정부의 유가보조금 확대'와 '유류수당 인상'이 뒤를 이었다.

노조는 업무용 차량 지급을 지속해서 요구해왔고, 코웨이 가전제품 설치·수리기사와 SK인텔릭서비스 수리기사 직군에 도입됐다. 그러나 여전히 다수의 가전업계 노동자는 개인 차량에 의존하고 있다. 부산에서 21년째 코웨이 방문점검원으로 일하는 박마자씨는 "유류비 부담을 메우기 위해 점검을 가서 영업도 늘리고 있다"며 "정부 지원은 시간이 오래 걸리니 회사 차원의 유류비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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