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북한군 포로 입국 인도적 조치 권고” 의결 못 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우크라이나에 억류된 북한군 포로들의 대한민국 입국을 위한 인도적 조치 권고의 건을 의결하는 데 실패했다. 외교부가 인권위에 적극적 조처를 하겠다는 공문을 보낸 만큼, 현재 상황을 정확히 파악한 뒤 의결해야 한다는 취지다.
인권위는 23일 오후 제6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우크라이나 북한군 포로의 생명·신체 및 정신건강보호와 대한민국 입국을 위한 인도적 조치 권고의 건’을 심의했으나 최소한의 조사와 공식 확인절차가 필요하다는 반대 의견에 막혀 다음 전원위에 재상정하기로 했다. 이 안건은 지난 9일 열린 전원위 종료 직전 오완호 위원이 해당 사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제안을 해 이한별 위원이 대표발의하고 한석훈·강정혜 위원이 발의에 참여했다. 이한별 위원은 탈북자 출신으로 북한인권증진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
이한별 위원은 안건 보고에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들 북한군 포로들은 대한민국행을 명확히 희망하고 있으며 장기간 죽음과 전쟁 경험으로 인해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 이 문제는 인권의 문제이며 생명의 문제이고 동시에 대한민국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국민 보호 의무의 문제”라며 “단순한 입장 표명을 넘어 구체적인 조치를 요구하는 권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권고 주문안으로 “외교부 장관, 통일부 장관, 국방부 장관, 국정원장에게 (북한군 포로의) 조기 석방 및 신속한 대한민국 입국 보호에 필요한 인도적 협의를 추진할 것을 권고한다”라는 내용을 제시했다.

지난해 1월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부상을 입고 생포돼 존재가 알려진 북한군 포로 리아무개(26)씨와 백아무개(21)씨 2명은 현재까지 우크라이나 포로수용소에 구금돼 있다. 이들은 문화방송 피디수첩에서 방송된 김영미 분쟁지역 전문 피디(PD)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행을 희망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날 이숙진·오영근·소라미·오완호·조숙현 위원 등은 사전 조사와 공식 확인 절차 등이 생략됐다며 권고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 11일 외교부가 인권위에 보낸 공문도 주요하게 언급됐다. 외교부는 이 공문에서 “북한군 포로들이 한국행을 희망할 때 전원 수용할 것이며, 외교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최대한 하겠다”고 밝혔다.
이숙진 상임위원은 “한국 정부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 ‘짐작’이 아니라 ‘확인’을 해야 한다”며 “언론보도에만 기초해 상황을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정부가 중립적 기구를 통해 포로들의 공식적인 의사 확인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했다. 오영근 상임위원은 “외교부가 공문을 통해 적극적 입장을 밝힌 만큼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고 했다. 소라미 위원은 “진정 사건 중에 해당 기관이 입장을 밝혔다면 ‘조사 중 해결’ 사안으로 볼 수 있다”고 했고, 조숙현 위원은 “외교부에 포로 송환과 관련 구체적으로 뭘 했는지, 어느 정도 협의를 했는지 물어봐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석훈·강정혜·이한별 위원 등은 포로 송환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한석훈 위원은 “북한과의 관계에서 너무 소극적인 거 아니냐”고 했고, 강정혜 위원은 “억류된 북한 포로들이 한국행을 원하고 있다. 위급하다”고 했다. 이한별 위원도 “외교부에 물어봐도 뻔한 답변이 올 것이다. 오늘 권고 여부를 표결하자”고 했으나 대세를 바꾸지 못했다. 전원위 초반 “(정부가)더 적극적이고 더 전향적으로 하라는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며 권고 쪽 의견을 밝혔던 김용직 위원도 “그동안 이 사안과 관련 위원장이 성명도 발표한 바 있으니 전략적 인내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오늘 당장 표결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을 표했다.
이에 대해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북한군 포로 2명을 인터뷰했던 김영미 피디(PD)는 한겨레에 “오늘 전원위에서 권고안이 의결될 거라 예상했었는데 아쉽다. 하지만 북한군 포로를 받아들이는 일은 처음 있는 일이다. 대한민국 인권 지수는 많이 선진적이므로 다소 복잡하고 힘들더라도 꼭 다시 의결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 전원위는 4월13일 열린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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