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빌더 HD현대③] AI·로봇 가속…무인화 혁명 ‘출사표’

전효재 기자 2026. 3. 2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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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X추진실’ 본부급 조직 격상…초격차 기술 선점
조선업 특화 로봇으로 산업 선도…중복상장은 과제
건설기계 무인·자율화로 미래 준비…올해 반등 예상
HD현대그룹이 3월 23일 창립 54주년을 맞는다. 창업주 정주영 선대 회장의 도전 정신에서 시작된 무쇠의 역사가 손자 정기선 회장의 손에서 다시 쓰이고 있다. 전통 제조업의 한계를 넘어 인류의 미래를 개척하는 '퓨처 빌더(Future Builder)'로의 전환이 새롭게 펼쳐질 이야기의 핵심이다. 올해 '독보적 기술'과 '두려움 없는 도전'을 선언한 정기선 회장은 글로벌 1위 조선소를 넘어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친환경 선박을 만드는 청사진을 그렸다. 친환경 에너지로 탄소중립 시대를 선도하고, 산업 전반에 무인·자율화와 전동화를 적용해 생산 효율을 높여간다는 게 목표다. <편집자주>
HD현대 정기선 회장. [사진=HD현대]

【투데이신문 전효재 기자】 HD현대 정기선 회장이 피지컬 인공지능(AI)과 로봇을 고도화하며 '무인화 혁명'의 출사표를 던졌다. 제조 공정과 건설현장의 무인·자율화를 통해 작업자 안전을 확보하고 생산 효율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단순한 목표 설정을 넘어 실제 생산 현장에 AI와 로봇을 투입하며 실체적 기술을 입증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HD현대는 23일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HD현대글로벌R&D센터에서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로보틱스, 미국 페르소나 AI가 '조선소 특화 용접용 휴머노이드의 실증 및 상용화를 위한 공동개발 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HD현대는 첨단 디지털 기술을 조선소 전반에 적용하는 중장기 프로젝트인 'FOS(조선소의 미래)'를 추진하고 있다. 2030년 디지털·AI 기반의 스마트조선소 완성이 목표다. 공정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리고, 향후 로봇과 휴머노이드를 도입해 현장의 무인·자율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조직 개편에도 나섰다. 정 회장은 지난해 11월 그룹 AI 기술 개발을 총괄하는 HD한국조선해양 내 전담 조직을 'AIX추진실'로 재편했다. 기존 미래기술연구원 산하 부문급 조직이던 AI센터와 DT혁신실을 통합해 본부급 조직으로 격상했다. 이를 통해 최고경영진이 AI 전략과 예산 집행을 직접 챙길 수 있도록 했다. 

조선소 현장의 로봇 투입도 본격화하고 있다. HD현대는 지난해부터 미국 페르소나 AI, 독일 노이라로보틱스, LG CNS 등 AI·로봇 기술 전문기업들과 손잡고 조선산업 특화 로봇 개발에 돌입했다. 조선소 내 협소하고 비정형적인 작업 환경에 투입되는 사족보행 로봇, 용접용 휴머노이드 로봇 등 다양한 무인화 기술을 준비했다. 이번 업무협약으로 용접용 휴머노이드의 후속 개발을 추진하며 실제 현장 도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HD현대는 23일 '조선소 특화 용접용 휴머노이드의 실증 및 상용화를 위한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HD현대로보틱스 송영훈 솔루션개발부문장, HD한국조선해양 이동주 제조혁신연구소 부문장, 페르소나 AI 닉 래드포드 CEO. [사진=HD현대]

HD현대는 용접·이동·인지·정밀 제어 등 고난도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조선소 특화 용접용 휴머노이드 개발을 완료하고, 선박 건조 현장에 단계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핵심은 HD현대로보틱스의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이다. 로봇이 외부 환경을 스스로 인지하고 판단해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제어기술이다. HD현대로보틱스는 그간 축적한 피지컬 AI 기반 용접 기술을 바탕으로 고숙련자의 작업 노하우와 패턴을 반영한 정밀 제어기술을 구현할 방침이다. 

정 회장은 로봇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기술로 꼽히는 피지컬 AI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HD현대로보틱스를 단순 산업용 로봇 제조사를 넘어 피지컬 AI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을 세웠다. 기업공개(IPO)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RFM 개발과 사업 확장에 투입해 단기간 내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중복상장 논란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현재 HD현대는 HD현대로보틱스 지분 약 81.82%를 보유하고 있어 상장 시 모회사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HD현대로보틱스는 지난 1월 말 예정이었던 상장 주관사단과의 IPO 킥오프 미팅을 취소했고, 지난 18일 금융당국에서 발표한 자본시장 체질 개선 방안으로 재차 제동이 걸렸다.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방침이다.

단 예외적인 경우 상장이 허용된다. 상장 필요성과 일반주주 동의가 필수조건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피지컬 AI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명확한 비전과 전략, 주주 보호 방안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HD현대 관계자는 "HD현대로보틱스의 IPO와 관련해 확정된 바는 없으며, 모회사 주주가치 보호를 최우선해 시장과 적극 소통한다는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HD건설기계의 디벨론 차세대 신모델. [사진=HD건설기계]

정 회장은 건설기계 부문의 무인·자동화 솔루션도 고도화하고 있다. 정 회장은 'CES 2024'에서 건설기계 부문의 비전인 '사이트 트랜스포메이션'을 제시한 바 있다. 무인·자율화, 디지털 트윈, 친환경·전동화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건설현장을 구현한다는 의미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미래 기술 영역에서 기회를 선접하기 위해 드론 측량, 무인 건설장비, 원격 관제까지 건설 현장의 전 과정을 무인·자동화하는 종합 관제 솔루션 '리얼엑스(Real-X)'의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HD현대 관계자는 "구체적인 상용화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글로벌 기업과 손잡고 무인·자율 건설장비 기술력을 고도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HD현대의 건설기계 부문은 슈퍼사이클을 탄 조선이나 전력기기 사업과 비교하면 존재감이 다소 옅다. 글로벌 업황 악화로 재고가 누적되면서 회사도 재고 소진에 주력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정 회장은 이러한 상황에서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의 합병 카드를 꺼내들었다. 통합 HD건설기계 출범으로 양사의 사업 부문 간 중복을 완화하고, 지배구조 단일화로 근원적 경쟁력을 확충하겠다는 구상이다. HD건설기계 관계자는 "연구개발 조직과 영업망을 통합하고 '현대'와 '디벨론' 두 브랜드는 그대로 유지한다"며 "규모의 경제 달성 효과와 브랜드 간 영업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HD건설기계는 차세대 모델 출시와 신흥시장 개척으로 오는 2030년까지 매출 14조8000억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주력 사업인 건설장비를 중심으로 수익성이 높은 엔진 사업과 애프터마켓(AM) 사업 등 사업 전 영역의 성장 전략을 추진한다. 영국의 건설기계 전문 리서치기관인 오프하이웨이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건설장비 판매량은 2026년 3%, 2027년 4%, 2028년 5%로 꾸준한 성장세가 예상된다. 관계자는 "올해부터 신흥시장과 북미·유럽 선진시장 모두 건설기계 수요가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엔진 부문도 발전기용, 산업용, 방산용 등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에 따른 매출 성장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올해 초 건설기계 사업을 그룹 핵심 성장축 중 하나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최고를 향한 HD건설기계의 열정이 차세대 신모델과 신흥시장 개척으로 옮겨지기를 기원한다"며 "생산과 품질, 영업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의 재정비로 조선에 이어 그룹의 또 다른 '글로벌 NO.1'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