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시간 안 줘"…서울시, AI 중심 R&D 사업에 425억 투입한 이유 [서울형 R&D:혁신의 심장]

김영리 2026. 3. 2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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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연 서울시 경제실장 인터뷰
"산업·일상 전반 파고든 AI…패러다임 전환 불가피"
피지컬 AI에 100억 투입
규제 사전검증·자금지원 확대
AI 인재 선순환 구조 구축
/사진=서울시 제공


“AI는 시간을 주지 않는다.”

서울시가 2026년 ‘서울형 R&D 지원사업’을 5년 내 최대 규모인 425억원으로 확대하고 전면적인 AI 중심 개편에 나선 배경에는 이 같은 위기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산업과 일상 전반에 걸쳐 빠르게 확산되는 AI 흐름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도시 경쟁력 자체가 뒤처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울시는 단순한 기술 지원을 넘어 인재 양성, 산업 구조 전환, 정책 체계 개편까지 동시에 추진하는 ‘AI 전환 도시’ 전략을 본격화했다.

 서울형 R&D, AI에 '올인'

서울형 R&D 지원사업을 이끄는 이수연 서울시 경제실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AI는 특정 산업에 국한된 기술이 아니라 우리 산업 전반과 생활 전반에 굉장히 폭넓고 깊게, 그리고 빠르게 들어오고 있다”며 “문제는 이 변화가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AI 시대는 이미 도래했고, 이제는 각 산업이 이 흐름에 맞춰 패러다임을 바꾸고 활용해 나갈 수밖에 없다”며 “그걸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서울형 R&D 지원사업의 개편 방향도 여기에 맞춰졌다. 기존처럼 특정 산업을 개별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AI를 중심으로 모든 산업을 재편하는 구조로 바꿨다. 실제로 전체 과제의 절반 이상을 AI 및 AI 융합(AI+X) 분야로 채우고 관련 예산도 지난해 50억원에서 70억원으로 늘렸다. 바이오·로봇·핀테크 등 전략 산업에 AI를 접목하는 융복합 분야에는 총 188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특히 CES에서 주목받은 ‘피지컬 AI’ 분야에만 100억원 이상을 배정해 차세대 기술 주도권 확보에 나선다.

서울시는 특히 AI 시대의 핵심 경쟁력을 ‘기획력’과 ‘창의력’으로 규정했다. 이 실장은 “AI는 결국 도구이자 수단”이라며 “앞으로는 누가 더 코딩을 잘하느냐보다, AI를 활용해 무엇을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는 AI 모델이 코드를 작성해주는 시대이기 때문에 사람은 그 AI를 어떻게 활용할지 방향을 잡고 설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인식은 교육 정책에도 반영됐다. 서울시는 기존 기계어 중심 코딩 교육에서 벗어나, 자연어로 AI를 활용해 프로그램을 구현하는 ‘바이브 코딩(vibe coding)’ 교육을 전면 도입했다. 청년 취업사관학교를 비롯한 주요 교육 과정에서는 해당 교육을 사실상 필수 과정으로 지정했다.

이 실장은 “이제는 사람이 직접 코드를 다 짜는 시대가 아니라, AI에게 원하는 기능을 말로 설명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며 “이런 방식에 익숙해지는 것이 AI 시대의 기본 역량”이라고 말했다. 이어 “청년뿐 아니라 시민 전반이 AI 패러다임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 체계를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 일자리 정책도 이에 맞춰 조정됐다. 서울시는 민간 기업이나 공공기관에 배치되는 ‘매력일자리’ 참여자들에게 AI 교육을 선이수하도록 하고, 해당 역량을 바탕으로 직무를 배치하는 구조로 개편했다. 단순히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 업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 실장은 “AI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스킬을 갖춘 뒤 현장에 배치돼야 실질적인 경쟁력이 생긴다”며 “교육 이후 실제 업무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는 직무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구조를 바꿨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청년 정책의 방향도 ‘취업 중심’에서 ‘창업·자립형 경제활동’으로 확장하고 있다. AI 활용 역량을 갖춘 인재가 기업에 취업하는 것뿐 아니라, 직접 서비스를 만들고 1인 기업 형태로 창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실장은 “AI 빌더로서의 역량을 갖추면 꼭 취업만이 아니라 창업도 가능하고, 그 경험 자체가 경력이 돼 다시 취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취업과 창업을 분리해서 볼 것이 아니라 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AI 인재가 다시 기업 성장과 산업 혁신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실제로 서울은 전국 R&D 인력의 약 26%, 기업부설연구소의 약 30%가 집중된 도시로 기술 인재 집적도가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다. 서울시는 이러한 기반 위에 AI 역량을 더해 ‘창업하기 좋은 도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정책 방향은 실제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형 R&D 지원을 통해 성장한 기업 중 상당수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2005년 이후 총 31개 기업이 상장됐고, 특히 최근에는 AI와 바이오 등 신성장 산업 분야에서 성과가 집중되고 있다.

올해부턴 기업 지원 방식도 현금 흐름 개선에 초점을 맞춰 손질했다. 서울시는 인건비 현금 지원 비중을 100%로 확대해 기업이 우수 인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기술료 요율도 기존 10%에서 5%로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여기에 조기 납부 감면까지 확대해 기업의 직접적인 자금 부담을 줄였다. 또 ‘통합선발제’를 도입해 단순 예산 한도에 막혀 탈락하는 우수 과제도 추가 선발될 수 있도록 했다.

기술 사업화의 걸림돌로 지적돼 온 규제 문제도 선제적으로 대응한다. 서울시는 실증 단계에서 법적 리스크를 사전에 검토하는 ‘규제 사전 스크리닝’ 제도를 도입하고, 규제 샌드박스 신청과 법률 자문을 지원해 기업의 시행착오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기술 개발 이후 사업화가 지연되는 '데스밸리'(죽음의 계곡)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서울시는 기술보증기금과 연계해 최대 30억원 규모의 사업화 자금 보증을 지원하고, 민간 벤처투자와 연결해 후속 투자를 유도한다. 또 글로벌 전시회 참가, 인증 지원, 컨설팅 등을 통해 기술이 실제 매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앞으로 R&D 사업뿐 아니라 대학 협력, 투자 지원, 창업 지원 등 전 정책 영역에 AI 역량 요소를 반영할 계획이다. 서울 전역을 테스트베드로 활용해 기술 실증을 지원하고, 이를 글로벌 시장 진출로 연결하는 구조도 강화한다. 이 실장은 “AI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이 흐름을 얼마나 빨리 이해하고 활용하느냐가 도시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 시민과 기업 모두가 AI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이를 통해 서울을 AI 기반 혁신 도시로 전환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영리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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