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정 필수 소재 헬륨·텅스텐 등 가격 한달 새 폭증 반도체 비용 상승 압박 커져…국내 반도체 업계 대응 나서 배터리 핵심 원료 니켈 공급망 불안↑…원가 부담 확대될 듯
[사진=제미나이]
반도체와 배터리 업계가 지정학적 중동발 리스크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핵심 공정에 쓰이는 주요 원자재 가격이 폭등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2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헬륨·텅스텐옥사이드 등 반도체 공정에 투입되는 필수 소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추세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현물 헬륨 가격이 전주에 비해 최대 40% 급등했다고 추정했다. 중국산 텅스텐옥사이드 가격 역시 ㎏당 227.47달러로, 전쟁 발발 직전(183.06달러)과 비교해 24% 이상 올랐다.
헬륨은 반도체 공정에서 웨이퍼 냉각 및 세정에 사용되는 필수 가스로 미세공정 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텅스텐은 반도체 내부 미세 회로를 구성하는 필수 소재로 낸드플래시 공정에서 육불화텅스텐(WF6) 가스 형태로 대량 소비된다.
헬륨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이란 전쟁으로 글로벌 LNG 생산 거점인 카타르 생산이 타격을 받아 헬륨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가격이 급등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내에서 소비된 헬륨의 65%가 카타르산이다. 텅스텐의 경우 미사일, 총알 탄두 등의 핵심 소재로, 전쟁이 격화되면서 무기 제조 공정 수요가 늘어나자 텅스텐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중동 전쟁 여파로 비용 상승 압박에 시달리는 반도체 업계는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대응에 나섰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은 다양한 대체 거래처 확보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 또 헬륨 재고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헬륨 소비를 줄이기 위한 재활용 시스템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황 가격이 급등하면서 배터리 핵심 원재료인 니켈 공급망 관련 불안 요인이 커지고 있다. 황산은 배터리(이차전지)의 핵심 원재료인 니켈을 추출할 때 사용되는 필수 원료다.
다만 배터리 업계는 당장 직접적인 타격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 급등하는 황 시세와는 달리 니켈 가격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어서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니켈 가격은 최근 t당 1만6000~1만7000달러 수준에서 움직이며 이란 전쟁 이전과 비교해 등락 폭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또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 모두 북미와 유럽 중심의 생산 거점을 구축하고 있어 해상 운송 차질 등 외부 변수에도 대응 여력을 확보한 상태다. 지난 2024년 기준 배터리 3사 해외 생산 비중은 92.4%로 SK온(95.0%), LG에너지솔루션(91.3%), 삼성SDI(89.7%) 순이다.
다만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간접적인 부담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배터리 핵심 원자재 대부분을 해외에서 들여오고 있어 글로벌 물류 차질이 지속될 경우 점진적으로는 원가 부담이 확대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긴급 대응이 필요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대외 정세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 물류와 환율 등 간접 변수에서 부담이 점진적으로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