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한 가문 후계자의 웨스테로스 생존기, ‘왕좌의 게임: 킹스로드’ 리뷰

박상준 기자 2026. 3. 2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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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 심리스 오픈월드 신작
원작 왕좌의 게임 세계관·서사 그대로 구현해
왕좌의 게임: 킹스로드. 사진=넷마블

세계 최북단에 세워진 거대한 얼음 장벽. 너머엔 야만인들과 사악한 '백귀'들이 돌아다닌다. 백귀에게 살해당한 이들은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시귀'로 돌변해 산 자를 사냥한다. 장벽을 지키는 '밤의 경비대'는 고립된 지 오래다. 절체절명의 상황에 몰락한 가문의 마지막 후계자가 장벽으로 향한다.

넷마블이 다시 한번 대형 IP(지식재산권)를 앞세운 승부수를 던졌다. 외국 대히트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기반으로 한 액션 RPG '왕좌의 게임: 킹스로드(킹스로드)'다.

상반기 내 아시아 시장 출시가 목표다. 이를 위해 지난 3월 20일 미디어 시연회를 개최했다. 마지막 담금질의 현장에서 약 1시간가량 게임을 직접 체험했다. 튜토리얼부터 자유 플레이, 4인 협력 콘텐츠 '심연의 제단-크라켄'까지 경험할 수 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방향성은 분명했다. 원작 세계관 구현과 전투 설계부터 공을 들인 흔적이 뚜렷했다. 방대한 심리스 오픈월드에 그려진 웨스테로스 대륙은 초반 설원만 접했어도 벌써 모험심을 자극했다.
인게임 스틸컷. 사진=넷마블

웨스테로스를 걷는 여정…명확한 IP 구현 방향성

킹스로드는 원작 드라마 시즌3 후반부 에피소드 '피의 결혼식' 이후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은 북부 소규모 가문의 서자다. 이복형제들이 북부 지배자 가문인 스타크 가문의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모두 살해당하며 마지막 후계자가 됐다. 아버지 '메록 경'은 이미 병상에 누운지 오래다.

주인공은 와병 중인 아버지를 대신해 장벽에서 소식이 끊긴 밤의 경비대 소속 외삼촌을 만나러 직접 장벽으로 향한다. 장벽 너머를 수색하지만, 이미 시귀와 야만인으로 가득한 죽음의 땅이 된 지 오래. 위협의 실체를 쫓고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웨스테로스 전역의 가문들을 찾아 방랑하게 되는 서사다.

스토리 초반부터 원작 주요 등장인물인 '존 스노우' 등과 접점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원작을 접한 이용자라면 큰 설명 없이도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었다.

개발을 총괄한 장현일 넷마블네오 PD는 '왕좌의 게임 세계를 직접 걷는 경험'을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철저한 원작 고증을 통해 드라마 속 웨스테로스 대륙을 사실감 있게 구현하고자 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게임 속 웨스테로스 대륙은 심리스 오픈월드 구조로 구현돼 있었다. 로딩 화면을 배제하고 지역과 지역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하면서 세계의 광활함을 살렸다. 특히 드라마에서 등장한 지역뿐 아니라 설정으로만 언급되던 장소까지 모두 구현해냈다는 후문이다.

눈 덮인 북부의 황량한 풍경과 장벽 인근의 긴장감은 언리얼엔진5 기반 그래픽으로 밀도 있게 표현됐다. 단순히 IP를 입힌 수준을 넘어, 분위기와 톤을 재현하려는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적나라한 죽음·폭력 연출도 눈에 띄었다. 등장인물이 우습게 죽어 나가는 원작의 분위기에 걸맞았다. 나무에 못 박힌 시체, 얼어붙은 채 토막 난 시체, 주인공이 보는 앞에서 단검이 눈에 박혀 죽는 밤의 경비대원 등 과감하고 폭력적인 연출이 작중 상황의 심각성을 더해준다. 메인 게이머 타겟층을 확실히 잡기 위해 방향성을 확실히 정한 결과로 보인다.
유혈이 낭자하다. 더 한 장면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사진=넷마블

전투 역시 방향성이 명확하다. 마법이 난무하는 판타지 대신, 인간 대 인간의 냉병기 액션에 집중했다. 기본 구조는 콤보와 패링, 회피를 중심으로 한 정공법이다. 여기에 전투 중 게이지를 활용해 무기를 교체하고 스킬을 사용하는 시스템이 더해졌다. 상황에 따라 대검·쌍검·원거리 무기를 오가는 플레이가 가능하다.

클래스는 기사, 용병, 암살자 세 가지로 나뉘며 각기 다른 전투 스타일을 갖는다. 각 클래스별 배경도 다소 차이를 보인다. 주인공이 기사로 시작하면 라이커 가문에서 견습 기사로 지낸 과거를, 암살자로 시작한다면 은밀히 단검술을 연마한 가문의 전령 출신이라는 과거를 지니는 식이다. 개발진이 강조한 디테일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조작 체계는 비교적 단순한 편이다. 버튼 수를 최소화하고 상황에 따라 기능이 전환되는 방식을 선택했다. 최근 멀티플랫폼 트렌드를 반영해 모바일 환경까지 염두에 둔 설계다. 복잡한 커맨드 입력 없이도 빠른 템포의 전투를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접근성은 높다. 실제 체험에서도 전투가 어렵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다만 현실성을 강조한 일부 요소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예컨대 석궁을 사용할 때 이동 속도가 급격히 느려지는 부분은 고증을 택한 설계로 보이지만, 플레이 템포를 끊는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결국 '현실성과 재미 사이의 균형'을 어디에 두느냐가 향후 완성도를 좌우할 변수로 보인다.

멀티플레이 확장성도 챙겨…콘텐츠 깊이가 관건

이번 시연의 핵심은 4인 협력 콘텐츠 '심연의 제단'이었다. 심해 괴수 크라켄을 상대하는 레이드다. 총 5개 페이즈로 구성된다. 단순한 공격 반복이 아닌 기믹 수행이 중요하다.

처음 1, 2페이즈는 촉수를 상대하는 기본 전투로 시작한다. 이후 3페이즈에 진입하면 촉수가 특수 공격을 시전한다. 이 때 원거리 공격 모드로 전환한 뒤 주변 화로와 상호작용해 불화살 공격을 날려 패턴을 끊어야 한다. 4페이즈는 아예 대형 발리스타 여러 대로 크라켄의 공격을 봉쇄하고, 5페이즈는 한 사람은 발리스타를 조작하고 나머지는 크라켄을 직접 타격하는 등의 역할 분담까지 실시해야 한다. 특정 타이밍에 맞춘 협동 플레이 등 단계별 역할이 요구되는 식이다. 파티 단위 협력의 재미를 의도한 설계가 드러났다.

다만 직관성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았다. 게임 내 기믹 설명이 충분하지 않아 초반에는 다소 헤매는 구간이 발생했다. 온갖 인간군상이 모이는 랜덤 매칭 환경에서는 이런 혼란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어 보였다. 구조 자체는 기존 RPG 게임의 멀티 레이드와 유사하다. 이용자에게 이를 어떤 선까지 친절하게 전달할지가 중요해 보인다. 개발진이 의도적으로 '유저가 학습하며 공략을 찾아가는 구조'를 택한 것인지, 혹은 가이드 보강이 필요한 단계인지는 출시 이후 확인이 필요하다.

성장 구조 역시 눈에 띈다. 가장 큰 특징은 확률형 뽑기 요소를 배제하고, 주요 장비를 콘텐츠 보상으로 획득하도록 설계했다는 점이다. 유물과 장신구는 각각 일반 멀티 콘텐츠와 고난도 콘텐츠를 통해 얻을 수 있으며, 거래소를 통해 이용자 간 거래도 가능하다. 전반적으로 '플레이를 통한 성장'에 무게를 둔 구조다.
인게임 스틸컷. 사진=넷마블

RPG 답게 특성과 스킬 시스템도 존재한다.

특성은 캐릭터 성장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공격, 방어, 보조 세 가지 계열로 구성된다. 각 계열에 별도 포인트를 투자해 노드를 활성화하는 방식이다. 공격 특성은 치명타 확률과 공격력 강화 등 전투 효율을 높이는 데 집중돼 있고 방어 특성은 생존력과 피해 감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조 특성은 이동이나 자원 관리처럼 플레이 전반의 편의성을 높인다. 단순 수치 상승에 그치지 않고 특정 효과를 고정으로 부여하는 구조라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빌드 차이가 만들어질 여지가 있었다.

스킬과 무기 시스템은 전투의 변화를 담당한다. 각 무기마다 별도의 스킬 트리가 존재하며 성장에 따라 스킬 레벨을 올리고 조합을 구성할 수 있다. 여기에 각인 시스템이 더해져 같은 스킬도 다른 형태로 바뀐다. 예를 들어 대검의 '모아 찌르기'에 특정 각인을 적용하면 찌르기가 3연속 찌르기로 변한다. 각인은 장비를 통해 획득하는 구조다. 자연스럽게 파밍과 세팅이 이어진다. 전투 중 무기 교체와 결합되면 상황에 따라 스킬 운용이 달라진다. 단순한 액션 위에 선택 요소를 더한 구조다.

멀티 콘텐츠 확장성도 확인할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싱글 플레이 기반이지만, 2인 협동 콘텐츠와 필드 보스, 던전, 4인 레이드 등 협력 요소가 다수 준비돼 있다.

다만 이번 체험에서는 일부만 확인할 수 있었던 만큼 실제 서비스 단계에서 콘텐츠 밀도와 반복 구조가 어떻게 구성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영지 관리나 가문 휘장 시스템 등 미공개 요소 역시.

킹스로드는 방향성 자체는 분명하다. 원작 IP를 충실히 구현하고, 복잡함을 덜어낸 전투와 플레이 중심 성장 구조를 결합했다. 다만 이 요소들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이용자 경험으로 완성될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IP의 힘'보단 '콘텐츠의 깊이'에 더욱 눈길이 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