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풍력발전기 화재 3명 사망…고공작업 중 참사
한달 새 잇단 사고…설비 안전·관리체계 논란 확대

23일 오후 경북 영덕 풍력발전단지에서 발생한 화재가 작업자 3명의 사망으로 이어지며 대형 인명 사고로 확대됐다. 고공에서 진행되던 풍력발전기 수리 작업 도중 불이 나고, 산불로까지 번지면서 복합 재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11분께 영덕군 영덕읍 창포리 풍력발전단지 내 풍력발전기 19호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발전기 상부 날개 부위에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 사고로 풍력발전기 공급업체 소속 작업자 1명이 현장에서 숨졌으며, 연락이 두절됐던 나머지 2명도 이날 오후 4시 18분 발전기 날개(블레이드)에서 발견했으나, 5시 10분께 모두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고소 작업을 위해 발전기 내부 또는 상부에 올라간 상태에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서는 화재 진압과 구조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지만, 접근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작업자들이 발전기 내부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화재와 고열로 인해 구조가 어려웠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사고는 일반 화재와 달리 고공 구조물에서 발생한 데다, 풍력발전기 특유의 구조적 위험까지 겹치며 대응 난도가 크게 높아진 상태다. 실제로 블레이드 3개 가운데 2개가 불에 타면서 지상으로 떨어졌고, 잔여 날개와 잔해물 낙하 위험이 계속되고 있다.
떨어진 블레이드는 인근 야산으로 불을 옮기며 산불로 확산됐다.
현장 대응은 대형 재난 수준으로 확대됐다. 긴급구조통제단이 가동됐고, 다수사상자 대응 체계도 적용됐다. 소방·경찰·지자체·산림청 등 280여 명의 인력과 헬기 14대 등 장비 70여 대가 동원되며 총력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
당국은 헬기 집중 투입으로 산불의 추가 확산은 저지한 상태지만, 발전기 잔해에서 검은 연기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 완전 진화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기름 성분이 포함된 설비 부품이 연소되면서 재발화 위험도 남아 있다.
사고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발전기 날개 균열로 인한 수리 작업 중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고공에서의 용접 또는 장비 마찰, 전기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풍력발전단지는 최근에도 안전 문제가 불거진 곳이다. 지난달 2일에는 인근에서 풍력발전기 지지 기둥이 꺾이며 구조물이 지상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불과 한 달 만에 유사 시설에서 또다시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서 설비 안전성과 유지관리 체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고 여파는 지역 정책 일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영덕군은 이날 오후 예정돼 있던 신규 원전 유치 신청을 전면 연기했다. 지역 내 대형 에너지 시설의 안전성 논란이 확산될 가능성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번 사고는 풍력발전이 친환경 에너지로 주목받는 가운데, 고공 유지보수 작업의 위험성과 안전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당국은 화재 진압과 함께 정확한 사고 원인과 안전관리 실태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