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의약품 정책…"'최혜국 대우' 아닌 '인센티브'가 변수"

이병현 기자 2026. 3. 2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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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제도, 유통 구조 등 복합 변화에 주목
PBM 파워와 생산 인센티브가 새로운 변수
한국 기업, 미국 시장 대응 전략 필요
서동철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가 서울 서초구 한국제약바이오협회 4층 강당에서 23일 열린 '트럼프 2기 의약품 정책 변화, 국내 대응 전략은?'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병현 기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의약품 정책 변화가 약가에서 보험·유통·생산 구조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태세 정비가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기업의 수출 전략과 공급망, 인허가에 이르기까지 전면적인 대응이 요구된다는 분석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23일 '한눈에 짚는 트럼프 2기 의약품 정책 변화, 국내 대응 전략은?' 세미나를 열고 미국 의약품 정책 변화가 국내 기업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행사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의약품 정책 환경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공유됐다. 협회 측은 미국 시장에서의 정책 변화가 단순한 대외 변수에 그치지 않고 국내 기업의 중장기 투자와 수출 전략, 공급망 운영, 인허가 대응에 직결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 시장이 여전히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의 핵심 무대인 만큼, 정책 변화의 방향을 정확히 읽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첫 세션을 맡은 서동철 겸임교수(럿거스 뉴저지주립대학교)·명예교수(중앙대학교)는 트럼프 2기 의약품 정책을 바라볼 때 시장의 관심이 쏠린 'MFN(최혜국 대우)' 약가 정책만으로는 전체 흐름을 읽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실제 MFN 가격보다 더 영향을 많이 주는 것들이 있다"며 "미국에서 생산을 하는 경우에는 어마어마한 혜택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의약품 시장을 이해하는 출발점으로 보험 구조를 꼽았다. 서 교수는 "의약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가장 영향을 주는 것은 보험 제도"라면서 "미국의 보험 제도는 정말 복잡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의약품 시장을 단순한 사보험 시장으로 보면 안 된다며 약값 지불 구조에서 공보험 비중이 상당히 커졌다고 짚었다.

특히 서 교수는 PBM(약국급여관리자)의 영향력을 핵심 변수로 지목했다. 그는 "PBM 파워가 정말 막강하다"며 "제약회사는 PBM에 약을 등록하지 않으면 팔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 시장에서 약가와 처방, 환자 접근성은 단순히 제약사와 병원 사이의 관계만으로 결정되지 않고, 어떤 약이 처방목록에 오르고 어떤 조건으로 환자 본인부담이 책정되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결국 미국 시장 공략은 제품 경쟁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PBM과 보험 구조를 이해한 계약 전략, 리베이트 구조 대응, 유통 경로 설계까지 함께 맞물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우는 MFN 정책에 대해서는 상징성은 크지만 실제 효과는 제도 설계와 시장 반응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서 교수는 MFN과 관련해 "어느 정도로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하며, 단순 가격 통제보다 보험·유통 구조 개편이 시장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1기 당시에도 유사한 시도가 있었지만 법적 쟁점과 소송에 부딪혀 제동이 걸렸다는 전언이다.

이번에도 약가를 강제로 끌어내리는 방식은 제약업계 반발과 법적 논란을 부를 가능성이 큰 만큼, 단순한 구호보다 제도 설계와 집행 방식, 자발적 합의 구조가 어떻게 짜이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취지다. 그는 MFN만 놓고 보면 시장이 느끼는 체감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지만, 보험·유통 구조 개편과 결합될 경우 압박 강도는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미국 내 생산 인센티브는 국내 기업이 무겁게 봐야 할 대목으로 제시됐다. 서 교수는 "미국에 투자만 하면 이런 혜택을 주겠다는 상황"이라고 말하며 FDA 절차 간소화와 사전 협의, 심사 신속화 등의 흐름을 언급했다. 미국 내 제조 기반을 확보하거나 기존 시설을 인수·확장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사이의 정책 체감도 차이가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단순 수출 중심 전략만으로는 관세와 공급망 변수, 현지 규제 변화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언급됐다.

서 교수는 공급망 이슈와 생물보안법(Biosecure Act) 논의도 국내 업계가 예의주시해야 할 대목으로 꼽았다. 미국이 중국 연계 공급망과 특정 연구 협력 구조를 민감하게 바라보는 흐름이 강화될 경우, 원료의약품(API) 조달 구조와 위탁개발생산(CDMO), 바이오시밀러 사업 전개 방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 의존도가 높은 원료 조달 구조는 향후 통상·안보 이슈와 맞물려 부담이 될 수 있는 반면, 미국 내 생산이나 비중국 공급망을 갖춘 기업에는 상대적인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날 발표는 트럼프 2기 의약품 정책을 단순한 약가 이슈가 아니라 보험·유통·허가·생산 정책이 결합된 복합 변화로 읽어야 한다는 데 방점이 찍혔다. 국내 기업도 이에 집중해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서 교수는 "미국 시장을 좀 더 큰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국내 업계가 개별 정책의 명분보다 실제 작동 구조를 입체적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현 기자 bottle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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