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사상최대 7조 순매수 … 급등락장서 아찔한 단타
전쟁 불확실성에도 동요 않고
고액자산가, 변동성 투자기회로
이란전 직후 3일 급락때도 매수
개인 순매수 상위종목들 부진
과도한 단기매매전략은 주의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최근 국내 증시가 유례없는 급등락 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이 급락장에서는 '매수', 급등장에서는 '매도'를 하는 단기 대응 전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고액 자산가들은 주가 급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보고 자산 일부를 단기 트레이딩에 활용하는 모습이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전쟁 장기화로 증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만큼 변동성을 이용한 단기 매매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가 6.49% 하락한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사상 최대 규모인 7조원 이상을 순매수했다. 기관투자자와 외국인이 이날 각각 3조8000억원, 3조6000억원을 순매도하는 동안 개인이 물량 대부분을 받아냈다.
코스피가 급락하면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매수에 나서는 경향은 이달 들어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전쟁이 발발한 후 첫 개장일이던 지난 3일 코스피가 7.24% 하락하자 개인투자자들은 무려 5조7970억원을 순매수하며 저가 매수에 나섰다.
같은 날 외국인의 5조2000억원에 육박하는 순매도세를 모두 받아낸 것이다.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될 정도로 변동성이 극심했던 지난 4일과 9일에도 개미들은 매수세를 유지했다. 반면 유가 안정 등으로 시장이 5%대 반등을 나타낸 지난 10일과 18일에는 각각 1조8340억원, 3조8720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이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같은 날 외국인투자자들은 1조원 안팎씩 순매수했다. 외국인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코스피를 순매수한 것은 단 3일 뿐인데, 이 가운데 이틀 동안 개인투자자들은 오히려 매도세를 나타내며 완전히 대조되는 모습을 보였다.
개인투자자 가운데 '큰손'으로 꼽히는 고액 자산가들도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 강남 등 주요 지점 프라이빗뱅커(PB)들은 고객들의 단기 시장 대응이 강화되는 추세라고 입을 모은다.
정세호 한국투자증권 강남금융센터장은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 이제 변동성은 피해야 할 리스크가 아니라 적극 매수해야 할 수익 기회로 인식되고 있다"며 "핵심 포트폴리오는 유지하되, 전체 자산의 일정 부분은 철저히 변동성을 이용한 단기 트레이딩에 할당해 시장 대응력을 높이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범 한국투자증권 잠실PB센터 팀장도 "고액 자산가들은 중동 분쟁 같은 외부 충격에도 동요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주가가 급락하는 날을 매수 적기로 보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우량주나 지수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는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변동성을 수익으로 연결하기 위해 레버리지 ETF를 활용하는 '스마트개미'들의 움직임도 감지된다. 특히 전쟁 전 국내 증시 상승세를 이끌었던 반도체 업황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지수나 반도체 섹터의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상품에 자금이 유입되는 것이 눈에 띈다.
코스콤 ETF 체크에 따르면 지난 20일까지 최근 한 달간 개인투자자 순매수 상위 10위 ETF에는 레버리지 상품 2종이 이름을 올렸다. 'KODEX 레버리지'에는 자금 9407억원이 유입되면서 이 기간 순매수 2위를 차지했다. 지수 반등에 베팅하는 개인 수요가 그만큼 컸다는 의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대장주에 집중 투자하는 'TIGER 반도체TOP10레버리지'에도 3762억원 규모의 뭉칫돈이 들어왔다.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도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라는 펀더멘털을 믿고 단기 운용 전략을 택한 것이다.
시장에서도 협상이 개시된 후 국내 증시의 빠른 주가 회복 탄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조아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이란 전쟁이 발발한 뒤 지난 3주간의 흐름을 보면 시장이 과도하게 하락했을 때 매도로 대응하는 게 큰 실익이 없었다"며 "반도체, 금융 업종의 시가총액 비중이 높은 한국 증시는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이 개시될 경우 주가 회복 탄력성이 높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에 최근의 박스권 단타 대응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반도체 실적 호조라는 강력한 하방 경직성과 지정학적 불안이라는 상방 억제 요인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쟁의 불확실성이 여전해 변동성 장세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단기 매매 전략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이달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8개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이달 들어 이날까지 개인 순매수 1위 종목인 삼성전자는 13% 넘게 하락했고, SK하이닉스도 11%가량 떨어졌다. 현대차, 기아, 현대로템, 한국전력 등은 20%가 넘는 큰 낙폭을 나타내며 같은 기간 코스피보다 부진한 성적을 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는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지속되는 국면으로 판단되는 만큼 관련 변수들의 변화에 집중해 상황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희 기자 / 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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