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틸렌 부족해 선박 후판 못자를판 … 바이오·화장품까지 일파만파
여천NCC도 생산조정 나서
나프타 수급 차질 연쇄 충격
조선 에틸렌 재고 20일치 뿐
정부, 공급망 지원센터 가동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로 촉발된 나프타 수급 차질이 국내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며 공급망 타격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를 중심으로 공장 가동 중단과 생산 조정이 잇따르면서 단순한 원료 가격 상승을 넘어 산업 전반의 생산 차질로 이어지는 연쇄 충격이 가시화하는 모습이다.
원료 수급 불안으로 인한 공장 가동 차질은 일부 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LG화학에 이어 여수산업단지 내 여천NCC도 가동률 하락에 따른 생산 조정에 들어갔으며 '공급 불가항력(포스 마주르)' 선언까지 겹치며 업황 악화가 구조적 위기로 번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케미칼 역시 정기 보수를 앞당기며 선제 대응에 나서는 등 주요 업체들이 일제히 위기관리에 돌입했다.
산업계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나프타 수급 불균형이 아니라 '공급망 위기' 초기 단계로 인식하고 있다. 나프타 부족이 에틸렌 생산 축소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조선·철강 등 전방산업 생산 차질로 연결되는 구조적 충격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조선업계는 원재료 확보에 비상이 걸리자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정부에 에틸렌 물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고 요청했고 주요 조선사들은 재고 확보와 공급처 다변화에 나선 상태다.
철강업계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조선소 가동 위축 시 후판 수요 감소가 불가피한 데다 에폭시 수지 등 화학첨가제 수급 불안까지 더해져 이중 부담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화학산업의 생산 축소가 철강 수요 감소와 소재 부족을 동시에 유발하는 복합 위기로 작용하는 셈이다.
소비재와 중간재 산업에서도 파장이 감지된다. 페인트 업계는 에폭시 수지 등 핵심 원료 공급 불안과 가격 상승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일부 업체는 이미 공급 중단 가능성을 통보받았다. 화장품 용기 업계 역시 플라스틱 원재료 의존도가 높은 만큼 원가 상승 압박이 커지고 있다. 포장재로 쓰이는 보호 필름과 비닐 가격 상승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건자재와 유통업계까지 영향권에 들어가고 있다.
식음료 업계는 현재 재고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공급을 유지하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플라스틱 포장재 수급 불안과 단가 상승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결국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바이오 의약품 산업도 잠재적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나프타는 의약품 용기와 배양백, 튜빙 등 플라스틱 기반 원·부자재 기초 소재와 연결돼 있다. 국내 바이오 업계는 관련 원·부자재의 약 9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취약한 구조다. 현재는 재고로 대응이 가능하지만 글로벌 공급업체의 비용 상승이 국내 생산비로 전이되면 의약품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결국 이번 사태는 '나프타→에틸렌→전방산업'으로 이어지는 산업 구조 연결고리를 통해 업계 전반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계는 아직 재고와 가동률 조정으로 버티는 '완충 구간'에 있지만 중동 위기가 지속되면 생산 차질과 비용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복합 위기로 전환될 가능성도 크다고 본다.
반도체 업계는 상대적으로 영향이 제한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헬륨·텅스텐 등 핵심 소재를 사전에 비축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해온 덕분에 단기적 생산 차질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전쟁 장기화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비용 부담 확대는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산업통상부는 정부서울청사에 '공급망 지원센터'를 설치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전담 인력 12명을 배치해 산업 생산과 밀접한 30~40개 핵심 품목을 집중 모니터링하고 공급망 애로 해소를 지원할 계획이다. 석유화학 기초 원료와 중간 제품은 물론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특수 가스 등 중동 의존도가 높은 품목들이 주요 관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고 국내 생산이 어려운 물품을 '경제 안보 품목'으로 지정·관리하고 있으며 향후 상황 변화에 따라 관리 대상도 탄력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박동일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은 "위기 대응 과정에서 시장 불안을 자극하거나 사재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면밀하고 차분하게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동인 기자 / 이유진 기자 / 강민우 기자 / 박윤예 기자 / 왕해나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전쟁나면 떡상? 계좌 반토막났다”...거품 꺼지고 녹아내린 ‘디지털 금’ - 매일경제
- “26만명 믿고 쌓아놨는데”…‘BTS 공연 10만명’, 편의점 재고 소진 어쩌나 - 매일경제
- 코스피, 중동 리스크에 6% 급락…‘강심장 개미’ 7조 샀다 - 매일경제
- [속보] 경찰 “영덕 풍력발전소 화재로 업체직원 3명 사망” - 매일경제
- “총리가 막 약속했다”…‘日자위대 호르무즈 지원’ 미국 주장에 일본의 반응 - 매일경제
- “아침에 눈 뜨기가 무서워요”…58년 전통 日대중목욕탕, 문 닫은 이유 - 매일경제
- “겉으론 결사항전, 실은 전부 멘탈 나가있다”...이란 대통령 아들 ‘일기장 폭로’ - 매일경제
- “앞으로 48시간”…‘최후통첩’ 트럼프에 이란이 내린 ‘중대결단’ - 매일경제
- “BTS 컴백 효과 하루만에 끝?”…공연 후 하이브 주가 13%대 급락 - 매일경제
- 이게 말이 되나? ‘시범경기 타율 0.407’ 김혜성, 충격의 트리플A 강등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