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인 여의도] 국힘 공천 갈등, 보수 심장 대구 균열로 치닫나?
이정현 공관위 “혁신 위한 진통” 강행 vs 당 지도부 공관위 활동 인정 속 “수습 불가” 고심

오는 6월 3일 치러질 제9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의 '공천 태풍'이 보수의 심장부인 영남과 전략적 요충지인 충청권을 정면으로 강타하고 있다.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도하는 '혁신 공천'이 현역 중진 의원들을 겨냥한 '인위적 컷오프(공천 배제)'로 구체화되면서, 당사자들의 집단 반발은 물론 무소속 출마 카드까지 거론되는 등 선거 구도가 시계제로의 혼돈 속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보수의 심장 대구 포항 컷오프 후폭풍… 충북서도 '공정성' 논란
전날(22일) 대구시장 경선 후보 6인에 대한 여론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주호영 국회 부의장과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이 전격 컷오프되자, 당사자들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주호영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부당한 결정에 사법적 판단을 구하겠다"고 선언하며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진숙 전 위원장은 23일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이 자르고 싶어한 나를 우리 당이 잘랐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들의 반발은 23일 중진으로 번졌다. 윤상현 5선 중진은 페이스북에 "기준과 절차가 무너졌다. 대구시장까지 내줄 셈이냐"는 글을 올리며 지도부에 공천 재점검을 촉구했다. 권영진 재선 의원은 장 대표의 '시민 공천' 약속이 하루 만에 깨진 점을 지적하며 "대구 시민을 우롱하는가"라고 비판했다.
경북 포항시장에서도 6명 컷오프에 박승호 전 시장과 김병욱 전 의원이 재심 신청하며 반발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지도부를 압박하기 위해 국회 내 단식 투쟁이라는 강수까지 둔 상태다.
충북지사 경선 역시 김영환 현 지사의 컷오프 이후 안갯속이다. 김영환 지사 컷오프에 윤갑근·윤희근 예비후보는 문제를 일으킨 후보의 사퇴 요구하며, 낙하선 공천이 예견되었던 김수민 부지사 직접 겨냥했다. 그러나 김수민 전 부지사는 예비후보 등록 강행하면서 김영환 지사가 제기한 가처분이 인용될 경우 사퇴 하겠다는 배수진을 쳤했다. 앞서 공관위는 부산시장 컷오프했다가 반발에 주저앉은 바 있다.
◆ 혁신 명분 vs 사천 의심
반발 목소리가 커지자 이정현 공관위원장은 23일 페이스북에서 "관례대로 하면 공멸"이라며 컷오프를 "재건을 위한 진통"으로 규정했다.
장동혁 대표는 공관위 결정을 사실상 수용하는 입장이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에서 "경선 구도는 논의 대상 아냐"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 설명은 당내에서 먹히지 않고 있다.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이를 "윤석열 노선 고수 선언"으로 분석하며, 주호영 배제가 김부겸 전 총리에게 유리한 구도를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공관위 내부에서도 균열이 드러나고 있다. 부위원장인 정희용 사무총장은 주호영 원내대표 시절 비서실장 출신으로, 컷오프 결정에 반대하며 회의장을 나왔고 최고위에 불참했다. 이러한 내부 반발은 공천 기준의 불투명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실제로 당 안팎에서는 주호영 부의장의 컷오프 이유에는 장동혁 대표 체제에 대한 지속적 비판이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거론되어온 중진들 중에서 주 의원을 유일하게 중진 중 탈락시켰다는 점이 때문이다.
주호영 의원은 지난해 12월 대구지역 토론회에서 "윤어게인 냄새 나는 방법은 맞지 않다"며 장 대표의 강경 노선과 윤석열 전 대통령 계승 행보를 정면 비판했다. "자기편 결집 과정에서 중도가 도망간다"고 지적하며 당 방향 전환을 촉구했다.
◆ '무소속 출마'와 '보수 분열'이 최대 변수
공천 후폭풍의 향배는 세 갈래로 관측된다. 첫째, 주호영·이진숙 후보의 법적 대응 여부이다. 둘째는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느냐 여부이다. 셋째는 지도부가 중재하며 후보 재배치로 되어 갈등을 봉합하느냐 이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이번 주 내로 갈등을 수습하지 못할 경우, 대구 등 텃밭에서조차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김부겸 전 총리가 '여당의 힘 있는 후보론'을 내세워 등판할 경우, 분열된 보수 표심이 결정적인 패배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수도권 5선 중진 윤상현 의원은 "보수의 심장을 스스로 마비시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이라는 명분으로 들어올린 '칼날'이 당을 구할지, 아니면 새로운 정치 지형을 만드는 '수술'이 될지는 이번 주말 주호영 의원 등 컷오프 인사들의 최종 거취 결정에 달려 있다. 공관위의 공천 실험이 결국 실패로 끝날 경우, 텃밭 상실의 악몽이 현실화 될 가능성도 높다는 관측이 이어진다.
이영란 기자 yrlee31@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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