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전역이 'AI 실험실' … 산업 현장 100개 프로젝트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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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8시 싱가포르 남서부 해안에 위치한 파시르 판장 터미널.
로런스 리우 AI 싱가포르 혁신 총괄은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100E의 목적은 연구 결과를 논문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산업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모든 프로젝트는 단기간 내에 기업 운영 시스템에 실전 배치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 AI 정책의 또 다른 핵심은 규제를 앞세우기보다 기업이 마음껏 실험할 수 있는 '테스트 인프라스트럭처'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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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활용 '100개 실험 프로젝트'
대학·기업이 산업 솔루션 연구
정부는 개발 비용의 절반 지원
정책·실증·적용까지 한꺼번에
기업용 AI 모델 검증도구 운영
인재 영입위해 5년체류 비자도

오전 8시 싱가포르 남서부 해안에 위치한 파시르 판장 터미널.
항만 운영실 직원이 컴퓨터를 켜자 화면에 최적화된 화물 운송 경로가 떴다. 밤사이 전 세계에서 입항한 선박의 위치 정보와 컨테이너 데이터를 인공지능(AI)이 분석해 가장 효율적인 '환적 조합'을 계산해 둔 것이다.
화면에는 싱가포르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컨테이너의 이동 경로가 초 단위로 정밀하게 표시된다. 어느 항만에서 환적할지, 어떤 항로를 택할지, 다음 선박의 입항 대기 시간은 얼마인지 자동으로 정리한다. 과거에는 숙련된 직원이 하루를 꼬박 매달려야 했던 작업이 이제 단 몇 분 만에 끝난다.
싱가포르 정부 주도로 만든 '100E(100 Experiments)'가 혁신적 변화를 만든 주인공이다. 총리실 산하 국가연구재단(NRF)이 이끈 이 사업은 금융·제조·물류·의료 등 다방면의 기업이 직면한 난제를 AI로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100개 이상 완수하겠다는 목표로 시작됐다. 대학 연구진과 기업 엔지니어가 팀을 꾸려 3~6개월 안에 실제 솔루션을 도출하고, 정부는 개발 비용의 절반을 지원한다. 로런스 리우 AI 싱가포르 혁신 총괄은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100E의 목적은 연구 결과를 논문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산업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모든 프로젝트는 단기간 내에 기업 운영 시스템에 실전 배치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 AI 정책의 또 다른 핵심은 규제를 앞세우기보다 기업이 마음껏 실험할 수 있는 '테스트 인프라스트럭처'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정부는 기업이 AI 모델의 신뢰성·안전성을 검증할 수 있는 평가 도구와 규제 샌드박스 환경을 구축했다. 싱가포르의 디지털 정책을 총괄하는 디지털발전정보부(MDDI) 관계자는 "기업들이 실제 환경에서 AI 시스템의 오류와 보안 위험을 사전에 점검할 수 있도록 'AI 베리파이(Verify)'와 같은 자가 진단 도구를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니디아 레몰리나 싱가포르경영대(SMU) 교수는 이에 대해 "싱가포르는 규제라는 벽을 세우기보다 실제 산업에서 작동이 가능한 정책적 도구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민한 움직임 뒤에는 정부 기관 간 협력 구조가 있다. 부처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정책 결정부터 실증, 산업 적용까지의 과정을 원스톱으로 진행한다. 사이먼 체스터먼 싱가포르국립대(NUS) 법학과 교수는 "싱가포르라는 국가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AI 실험실처럼 작동한다"고 자평했다. 인재 확보 경쟁에서도 싱가포르는 앞서가고 있다. 해외 고급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원 패스(ONE Pass)' 비자 제도가 대표적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고소득 전문직이나 뛰어난 학술 성과를 낸 인재에게는 최대 5년간의 체류와 취업 활동을 보장한다.
현재 싱가포르는 영국 토터스미디어의 글로벌 AI 지수에서 미국, 중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 3위를 기록하고 있다. 도시 국가라는 한계를 '속도'와 '실행력'으로 돌파한 싱가포르는 동남아시아를 넘어 명실상부한 '글로벌 AI 3강'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싱가포르 박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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