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동원된 할아버지, 비극 끝내 달라" 야스쿠니 합사 철폐 외친 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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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강제 동원으로 희생돼 할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저에 이르기까지 우리 가족 전체는 비극적인 운명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일제강점기 일본의 침략 전쟁에 강제 동원된 뒤 일본 도쿄 야스쿠니신사에 무단 합사된 고(故) 박헌태씨의 손자 박선재(50)씨가 23일 일본 도쿄지방재판소(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에서 할아버지의 합사 철폐를 촉구하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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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쿠니, 할아버지 장식품처럼 써… 모욕적"
손자 절규 침묵으로 일관한 日 정부·야스쿠니
재일동포 3세, 용기 내 3차 소송 합류 협의 중

"할아버지가 강제 동원으로 희생돼 할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저에 이르기까지 우리 가족 전체는 비극적인 운명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일제강점기 일본의 침략 전쟁에 강제 동원된 뒤 일본 도쿄 야스쿠니신사에 무단 합사된 고(故) 박헌태씨의 손자 박선재(50)씨가 23일 일본 도쿄지방재판소(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에서 할아버지의 합사 철폐를 촉구하며 이같이 밝혔다. 야스쿠니신사는 제2차 세계대전·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이다.
박씨는 지난해 9월 일본 법원에 '합사 철폐 3차 소송'을 제기한 원고 6명 중 한 명이다. 그는 할아버지의 한을 대신 풀고자 50년 인생에서 처음으로 도쿄 땅을 밟았다. 희생자 유족들은 2001년부터 관련 소송을 제기해 왔지만, 일본 법원의 잇따른 기각에 소송은 손자 세대로 넘어왔다. 3차 소송 원고 중 한 명인 박씨의 형 박선엽(56)씨가 지난해 12월 1차 공판에 참석한 바 있다.

박씨의 할아버지 박헌태씨는 1944년 일본 육군에 강제로 끌려가 같은 해 중국에서 사망했다. 그러나 사망 이후 1959년 '나카하라 헌태'라는 이름으로 창씨개명 돼 태평양 전쟁 A급 전범들과 함께 야스쿠니신사에 무단 합사됐다. 박씨 할아버지처럼 유가족 뜻과 상관없이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된 조선인은 약 2만 명인 것으로 파악된다.
박씨는 무단 합사로 할아버지만의 아픔에서 끝나지 않은 채 67년간 가족들에게 이어졌다며 비통한 심정을 전했다. 그는 "할머니는 오직 제 아버지 한 분만 의지하며 89세로 돌아가실 때까지 모진 세월을 견뎌냈다"며 "할머니는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일본의 침략 전쟁 때문에 죽임을 당한 남편을 돌려 달라'고 절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정부를 향해 희생자들에 대한 모욕 행위를 멈추라고 외쳤다. 박씨는 "할아버지는 아직도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갇혀 장식품처럼 취급받고 있다"며 "일왕을 위해 죽었다는 사람들을 기리는 곳에 식민지 피해자들을 강제로 끌어들인 건 억울하게 죽임당한 분들을 두 번 죽이고 철저히 이용하는 행위"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정의와 상식이 살아 있다면 무단 합사는 당장 철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씨의 변호를 맡은 오구치 아키히코 변호사도 "일본 정부는 유족에게 사망 경위와 합사 사실을 전하지 않았는데, 이는 인격권을 침해한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규탄했다.

박씨의 절규에도 야스쿠니신사 측은 이날 법정에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준비서면을 통해 '원고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았기에 손해가 발생한 사실이 없다'라는 내용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 측도 준비서면에서 '정부는 전사자 명단만 전달했고, 합사는 야스쿠니신사가 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박씨는 공판이 끝난 뒤 일본 시민단체와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보고회에 참석해 "이 문제가 저희 자녀 세대까지 이어지지 않게 빨리 해결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이날 보고회에선 재일동포 3세 유영향(35)씨가 손주 세대 소송에 합류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재일동포가 야스쿠니신사 합사 철폐 소송을 제기하는 건 유씨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할머니의 오빠들이 1944년 강제 동원으로 희생된 뒤 야스쿠니신사에 무단 합사된 사실을 불과 한 달 전에 알게 됐다는 유씨는 눈물을 훔치며 "전날 야스쿠니신사에 처음 갔는데 눈물 밖에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소송으로 다른 재일동포들도 무단 합사 사실을 알게 되길 바란다"고 외쳤다.
도쿄= 류호 특파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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