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인도, 중동전쟁 장기화에 ‘최대 피해국’으로 떠오른 이유

현정민 기자 2026. 3. 2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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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고속 성장세를 이어 온 인도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다만 지난달 28일 중동 전쟁이 불거지면서 이러한 협력 기조가 인도의 구조적 취약성을 동시에 자극, 경제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도는 전체 원유 소비의 약 90%를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로 원유 수입의 약 40%, 천연가스 수입의 약 8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러한 경제 구조에서 기인한 문제점들이 경제 전반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라틴 로이 간디기술경영대 경제학 교수는 "걸프 지역 위기로 인도의 수입 비용이 증가하는 동시에 수출은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 외환 보유액이 1년 내 절반 수준으로 감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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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일본 누르고 GDP 세계 4위 전망됐지만
전쟁 터지며 걸프국가와 협력관계가 발목 잡아
에너지 수급 차질에 서민 경제부터 붕괴
수출 둔화에 루피화 약세…주가는 한달간 10% 빠져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고속 성장세를 이어 온 인도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로이터 뉴스1

22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는 중동 전쟁 장기화 국면에서 인도가 최대 피해국으로 부상할 가능성을 조명했다. 그간 성장 동력으로 작용했던 중동과의 긴밀한 경제관계가 오히려 취약점으로 작용해 에너지와 물가 안정성이 급격히 흔들리고 있어서다.

앞서 인도는 최근 지속적인 높은 성장률에 힘입어 세계 경제 대국으로의 도약이 전망돼 왔다. 지난해 인도 국가경제정책기구는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보고서를 토대로 인도 경제성장률이 6.2%를 기록,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약 4조1800억달러(약 6333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GDP 기준 미국과 중국, 독일에 이어 세계 4위인 일본의 명목 GDP를 근소하게 앞선 수치다.

특히 걸프 국가들과의 경제 협력은 숙련된 노동력과 재정 건전성, 탄탄한 외환보유액과 더불어 인도의 성장세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동력으로 기능해 왔다. 올해 초 인도는 아랍에미리트(UAE)와 30억달러 규모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계약을 체결, 2032년까지 양국 교역을 두 배로 확대하기로 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와도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을 추진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차별적 관세 정책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속에서 인도가 안정적인 투자처로 평가받을 수 있던 이유다.

다만 지난달 28일 중동 전쟁이 불거지면서 이러한 협력 기조가 인도의 구조적 취약성을 동시에 자극, 경제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도는 전체 원유 소비의 약 90%를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로 원유 수입의 약 40%, 천연가스 수입의 약 8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러한 경제 구조에서 기인한 문제점들이 경제 전반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에너지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가정용 가스 부족 사태가 발생하는 등 서민 경제 부담이 가장 먼저 가시화되고 있다. 인도는 1970년대 오일 쇼크 이후 이란 남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에 크게 의존해 왔는데, 이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어서다. 이날 기준 국제 유가 기준인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장중 배럴당 114.35달러까지 치솟았는데, 전쟁 직전 대비 약 62% 급등한 것으로 집계된다.

수출 둔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동은 인도의 핵심 시장으로, 기업들은 두바이 등 물류 허브를 활용해 전자제품, 섬유, 보석, 쌀 등을 전 세계로 수출해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간 약 500억달러 규모의 인도산 제품이 UAE로 수출되며, 이 중 절반은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아프리카 등으로 재수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인도 정부는 전쟁 발발 직전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인 사우디·UAE·카타르·오만·바레인·쿠웨이트와 자유무역협정(FTA)을 개시하는 공동성명에 서명했으나, 해상·공중 무역로가 막히면서 수출 확대에 먹구름이 드리우는 양상이다.

이 경우 국제수지 불안도 위험 요소로 지목된다. 라틴 로이 간디기술경영대 경제학 교수는 “걸프 지역 위기로 인도의 수입 비용이 증가하는 동시에 수출은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 외환 보유액이 1년 내 절반 수준으로 감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해외 송금이 줄어들 가능성도 주요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인도는 세계 최대 송금 수취국으로, 지난해 송금 규모는 연간 원유 수입액과 맞먹는 약 1300억달러를 기록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약 40%가 걸프 지역에 거주하는 자국민이 보내는데, 현지 경제가 위축될 경우 이들의 소득 감소로 이어져 루피화 약세와 내수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인도의 전직 외교관인 탈미즈 아흐마드는 “걸프 지역 거의 모든 프로젝트에는 인도 기업들이 얽혀 있다”며 “인도가 인프라·에너지 프로젝트 등 중동 경제에서 받는 영향력은 압도적 수준일 것”이라 설명했다.

국제 금융시장은 리스크를 빠르게 반영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인도가 향후 1년간 ▲성장 둔화 ▲물가 상승 ▲통화 약세의 삼중고를 동시에 겪을 수 있다고 경고, “기존의 ‘긍정적인 성장 스토리’가 ‘새로운 역풍’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인도 증시는 최근 한 달 동안 약 10% 하락세를 보인 바 있다.

이에 인도 정부는 단기적으로 물가 안정을 위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4월 주(州) 선거를 앞두고 연료 가격 조정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며, 러시아산 원유 도입 확대와 이란과의 협상을 통해 가스 운반선 2척의 안전 통과를 확보하는 등 공급 안정화 조치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에서 떨어지지 않는 경우 재정 지출 확대와 세수 감소가 겹치며 정책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호주 ANZ은행은 “인도 경제는 높은 성장과 낮은 인플레이션이라는 강한 출발점을 갖고 있지만, 장기적인 에너지 충격을 견딜 수 있는 능력은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며 “석유 기업, 정부, 가계 모두 장기적인 유가 충격을 견딜 충분한 재정적 완충 장치를 갖추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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