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제한, ‘금융위 2단계 입법 연구용역’엔 없었다
서울대 로스쿨, 금융위 연구용역 최종보고서에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없어…깜짝 삽입 논란
스테이블코인 은행 ‘50%+1주’ 우선 발행도 없어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규제가 초기 논의를 벗어나 갑자기 삽입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23일 매일경제는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 초기 설계 과정에서 금융위원회가 서울대학교 금융법센터에 의뢰한 연구용역 보고서를 단독 입수했다.
해당 보고서는 ‘가상자산 관련 국회 부대의견에 따른 규제사항 검토 연구’란 제하로 지난 2024년 5월에 금융위에 제출됐고 총 4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책임연구원 이정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필두로, 류경은 고려대 교수, 김유성 연세대 교수, 임재혁 이화여대 교수, 박선영 동국대 교수 등 국내 법학·경제학 전문가 5명이 공동 집필했다
보고서의 탄생 배경은 2023년 7월 시행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1단계 입법)이다. 당시 국회는 이 법을 통과시키면서 이례적으로 구체적인 부대의견을 달아 금융위에 후속 연구와 보고를 의무화했다.
부대의견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다. ▲가상자산거래소의 이해상충 해소 방안 ▲스테이블코인·평가업·자문업·공시업 규율체계 수립 ▲영업행위 규율방안 마련이 그것이다.
금융위는 이에 따라 서울대 금융법센터에 연구용역을 맡겼고 그 결과물이 이 보고서다. 해당 보고서는 법 시행 전인 2024년 7월 19일 이전까지 소관 상임위에 보고하는 것이 의무였다. 즉 이 보고서는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의 초기 설계도에 해당하는 문서인 셈이다.
보고서는 제2장에서 가상자산거래소의 이해상충 문제를 집중 분석했다. 보고서는 작성 당시 시점을 기준으로 업비트·빗썸 등 국내 거래소들이 증권시장으로 치면 한국거래소(거래 플랫폼 운영)·한국예탁결제원(예탁·결제)·증권사(매매 중개)의 역할을 단 하나의 법인이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근본 문제로 지목했다.
이해상충의 유형으로는 ▲상장 과정에서의 부정행위 ▲거래소 자기상장 및 IEO(거래소 공개 모집) ▲운용업·평가업 등 관계사 겸영을 통한 이해상충 ▲최선집행의무 위반 가능성 등이 망라됐다.
보고서가 제시한 해결 방향은 단기적 행위규제와 장기적 기능 분리의 투트랙이다. 단기적으로는 가상자산거래소의 업무범위를 명확히 하고, 거래소·이용자 간 이해상충을 막는 행위규제를 정비하되 장기적으로는 자본시장처럼 거래·결제·예탁 기능을 단계적으로 독립시켜야 한다고 권고했다.
진입규제와 관련해서는 가상자산거래소는 ‘인가제’, 나머지 가상자산 사업자는 ‘등록제’로 이원화하는 방안도 제안됐다.
중요한 점은 제2장 전체를 통틀어 ‘거래소 대주주의 지분 비율 제한’에 관한 내용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고서가 다룬 지배구조 관련 내용은 임원 자격요건과 내부통제기준 마련을 금융사 지배구조법에 준하여 도입하자는 수준에 그쳤다.

보고서는 제6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의 뱅크런 위험 등을 방지하기 위해 제도 초기 은행에 준하는 엄격한 건전성 규제와 인가제가 필요하다는 원론적 제언을 담았을 뿐, 특정 지분율을 법으로 못 박아 전통 은행에게만 시장 진입 우선권을 쥐여주는 식의 구상은 포함하지 않았다.
시중은행도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열어두되, 준거자산에 대한 보유 의무와 태환 의무를 엄격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을 뿐이다.
보고서 각주에서 집필자인 박선영 동국대 교수가 “시중은행의 예금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가상자산법을 통한 규제 여부는 현재 논의 진행 중”이라고 명시한 것이 전부다. 국제 사례 비교 대상으로 EU MiCA(신용기관·전자화폐기관만 발행 허용)와 일본 자금결제법(은행·자금이체업자·신탁회사로 발행자 한정)을 소개했지만, 이들 어느 사례에서도 ‘은행 과반 지분 컨소시엄’이라는 구체적 소유구조 요건은 존재하지 않는다.
박 교수는 2단계 입법에 대해서는 “MiCA처럼 하나의 법에 투자성 가상자산과 스테이블코인을 함께 담되, 스테이블코인은 별도의 장(章)으로 독립시키는 방식”이 적합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스테이블코인의 대규모 환매 사태가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위험을 차단하기 위한 비상 개입 규정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금융위가 의뢰한 연구 결과에도 없던 조항이 실제 2단계 입법 논의 과정에서 갑자기 등장했다”며 “윗선 주도로 뒤늦게 삽입된 것이 아닌지 정치권에서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청와대 내부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 방향을 놓고 여전히 의견이 엇갈린다는 추측도 무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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