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금융, 등록증 전 비대면 계좌 개설안 제시 금융위는 신원확인 인프라 부족 지적 법무부, 생체정보 활용에 법적 근거 등 필요성 제기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국인 디지털 신원확인 기반 금융서비스 혁신' 토론회에서 박종춘 JB금융지주 AX미래성장본부 부사장이 발언하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방송MTN
국내 체류 외국인 300만명 시대를 앞두고 외국인등록증 발급 전에도 비대면 계좌를 열어주자는 논의가 국회에서 재점화됐지만 정작 제도 도입의 열쇠를 쥔 금융위원회와 법무부는 서로 선행 조건을 내세우며 한 발씩 물러섰다. 은행권과 외국인 당사자들은 "계좌가 없으면 휴대전화 개통도, 급여 수령도, 보험 가입도 막힌다"며 시범사업부터 돌리자고 압박했지만 금융위는 신원확인 인프라 미비를 법무부는 법적 근거와 예산 확보를 각각 이유로 들었다.
23일 국회에서 열린 '외국인 디지털 신원확인 기반 금융서비스 혁신' 토론회에서 김재용 JB금융지주 뉴테크부 부장은 장기체류 외국인과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한 비대면 계좌 개설 시범안을 제시했다. 외국인등록증 발급 전 체류 허가를 받은 외국인에게 임시 식별번호와 여권, 얼굴·지문 등 다중 생체인증을 결합해 제한형 계좌를 열어주자는 구상이다. 김 부장은 "장기 체류 외국인들이 한국에 입국해서 외국인등록증을 발급받기 전까지 수주에서 최대 8주까지 계좌가 없어 각종 불편을 겪고 있다"며 "계좌와 휴대폰 인증의 악순환 구조로 사실상 생활 인프라에서 차단되고 있다"고 했다.
현장에 참석한 외국인들은 "외국인등록증 발급까지 한 달, 길게는 두 달도 걸린다"며 "그동안 휴대전화도, 은행계좌도, 카드도 없이 현금만 들고 살 수 있겠느냐"고 호소했다. 계좌가 없으면 급여와 장학금을 받기 어렵고 보험 가입도 막힌다. 휴대전화 본인확인이 안 되면 배달앱이나 온라인 쇼핑도 사실상 막힌다. 한국 사회의 생활 인프라가 '계좌-휴대전화-인증' 구조로 얽혀 있는 만큼 외국인 입국 초기 금융 공백은 단순 불편이 아니라 생활 자체를 가로막는 장벽이다.
박종춘 JB금융지주 AX미래성장본부 부사장은 외국인 금융 공백이 더는 일부 체류자의 불편에 그칠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박 부사장은 "국내 체류 외국인이 이미 260만명을 넘어섰고 300만명 시대를 앞두고 있는데도 입국 초기에는 계좌 개설조차 쉽지 않다"며 "금융 접근성 문제를 풀지 못하면 생활 정착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와 외국인 인재 유치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위험을 통제할 장치를 전제로 시범사업부터 시작해 제도화 가능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금융위는 외국인 비대면 계좌 개설이 편의성만으로 밀어붙일 사안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신장수 금융위 은행과장은 "금융실명법상 실명확인과 특정금융정보법상 고객확인 절차는 비대면에서 더 엄격하게 운영된다"며 "외국인등록증이 나오기 전 단계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비대면 신원확인을 하고 관련 서류의 진위를 어떻게 확인할지가 핵심 쟁점"이라고 했다. 이어 "관계 부처의 시스템 구축 같은 전제 조건이 먼저 수반돼야 한다"고 했다.
법무부도 곧바로 제도 도입에 동의하진 않았다. 윤철민 법무부 이민정보과장은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겪는 금융생활의 불편이 해소돼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출입국 심사 시 수집한 외국인의 생체정보는 관리 목적으로 사용하도록 돼 있어, 이를 인증용으로 쓰려면 법에 명확한 근거를 넣는 게 개인정보 보호 취지에 부합한다"고 했다. 이어 "다중 생체인식은 현재 법무부가 갖고 있는 시스템이 아니어서 시스템 구축과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결국 "공감은 있는데 실행 주체가 없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정재민 법률사무소 JM파트너스 대표변호사는 "금융위에 가면 법무부를 보라 하고, 법무부에 가면 금융위가 방향을 정해야 한다는 식"이라며 사실상 "부처 뺑뺑이"라고 비판했다. 정책 판단은 금융위가, 신원 확인 인프라는 법무부가 쥐고 있는 구조여서 어느 한쪽이 먼저 결론을 내리지 않으면 제도는 앞으로 나가기 어렵단 지적이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비대면 금융서비스는 단순한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활동의 출발점에 해당하는 금융 접근성의 문제"라며 "외국인 디지털 신원확인 체계 구축과 비대면 금융서비스 확대를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현실적인 정책 대안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