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BTS 26만명 대목 생수 4000병, 3000병이 남았다…광화문 편의점은 ‘재고 창고’ [세상&]
출근길 편의점 앞엔 물건 탑처럼 쌓여
손님 끊겨 아예 일찍 문 닫은 가게도
기대보다 인파 적었고 통행 어려운 탓
덕분에 안전사고 ‘0건’ 경찰 “안전 우선”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지난 주말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방탄소년단(BTS) 공연을 앞두고 대목을 기대했던 상인들의 표정이 어둡다. 기대와 달리 매출에 큰 도움이 안됐던 까닭에 23일 출근길에는 미처 팔지 못한 생수와 보조배터리를 쌓아둔 모습도 목격됐다.
예상했던 것보다 공연 방문자가 적었고 경찰과 서울시가 안전펜스를 겹겹이 둘러 강도 높은 안전 관리를 펼치면서 소비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했다는 게 인근 자영업자들의 설명이다. 비번인 직원들까지 ‘총출동’했지만 민망할 정도로 손님이 적어서 일찌감치 문을 닫은 식당도 있었다.
23일 오전 9시께 광화문 광장 일대의 편의점 앞에는 지난 주말 팔지 못한 재고가 탑처럼 솟아있었다. 직원들은 당장 편의점 창고에서 보관이 가능한 물품을 뺀 재고는 반품하려고 내놨다. 생수, 음료수, 보조배터리, 건전지 등이 대부분이었다. 외국인을 겨냥해 잔뜩 들여뒀던 바나나맛 음료는 진열 모습 그대로 남아 있었다.
편의점 본사 직원이 나와 반품 목록을 점검하고 있었다. 한 직원은 “거의 다 안 팔렸다고 보면 된다”며 “생수 4000개를 넣었는데 지금 3000개 넘게 남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26만명이라는 예측 인파에 기반해서 물량을 정했는데, 그보다는 한참 적게 왔다”며 “또 구역 통제가 너무 심해서 예상보다 매출이 훨씬 적었다”고 말했다.

인근 자영업자들도 대목을 기대했다가 울상만 지었다. 광화문 광장 바로 옆 한 토스트 가게는 16.5㎡(약 5평) 남짓 공간에 직원 6명이 모두 출근했다가 허탕만 쳤다. 공연 시작이 가까워지면서 손님 발길이 아예 끊기자 예정보다 2시간 빠른 오후 8시에 영업을 종료했다고 한다.
해당 토스트 가게 직원은 “밖에서 계속 앞으로 가라고만 하니깐 사람들이 가게로 들어올 생각을 못 하는 거 같았다”며 “매출도 평일보다 안 나왔다”고 토로했다.
세종대로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40대 김모 씨는 “공연 당일 매출이 평일보다 60% 가까이 줄었다”며 “통제가 너무 심해서 장사를 못 했다. 예상 인파를 듣고 준비했다가 재고만 쌓였고 실제로 많이 팔지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김씨는 “가게 앞 순댓국집 사장님은 ‘손님이 없다’며 오후 2시에 일찌감치 문을 닫아버렸다”며 “또 건너편 김치찌개 식당은 직원 11명이 나왔다는데 실제로는 ‘5명 정도만 나와도 충분한 수준이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공연이 열렸던 당일 광화문 월대부터 광화문광장을 중심으로 지하철 1·2호선 시청역까지 남북으로 1.2㎞, 동서로 200m 구역은 안전 펜스가 둘러쳐졌다. 광장을 통과하려면 펜스를 따라 31곳에 설치된 게이트에서 검문검색을 마친 후 들어갈 수 있었다.
안전과 질서 관리를 하는 쪽에선 불가피한 조치였지만 시민들은 자유롭게 통행하기가 어려웠다. 세종대로를 중심으로 반대쪽으로 넘어가려면 교차로를 직접 이용하지 못하고 멀리 우회해야 했다.
예상치를 크게 밑돈 경찰과 서울시 등의 인파 예측도 구설수에 올랐다. 26만명이라는 예상치를 기반으로 동원한 공무원이 1만명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경찰(6700명), 서울시(2600명), 소방(800명), 서울교통공사(400명), 행안부(70명) 등이다. 하이브가 고용한 안전 관리 인력 4800명을 더하면 1만5000여명이 행사 관리를 맡았다. 당일 근무한 공무원들에게 지급되어야 하는 초과 근무 수당만 최소 4억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경찰은 공연 당일 최대 26만명, 서울시는 20만∼30만명가량이 BTS 무대를 보러 광화문∼시청역 일대를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경찰은 ㎡당 2명을 기준으로 인파 예측치를 산출했다. 무대가 있는 광화문광장부터 숭례문까지 들어찬다면 최대 26만명이 운집할 것으로 본 것.
![BTS 컴백 공연이 끝난 후 귀가하는 관람객들. [연합]](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23/ned/20260323164710103hizy.jpg)
그러나 실제 운집 인파는 예측치를 한참 밑돌았다. 실제로는 최소 4만에서 최대 10만명가량 모인 것으로 파악됐다. 공연 주최 측인 하이브 추산은 약 10만4000명이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실시간 도시 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최대 인파는 4만8000명 정도로 집계됐다. 행정안전부도 이동통신 3사 접속자 수를 토대로 약 6만2000명이 모였다고 추산했다.
인파 예측이 정확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경찰은 시민 안전과 관련해 ‘타협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정보 서울경찰정창은 23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진행된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26만명이라는 수치는 숭례문까지 인파가 가득 찬 경우로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것”이라며 “그 정도 인원에 대한 대비를 준비해야 했다. 시민 안전과 관련해선 부족한 것보다는 과도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이 집계한 공연 당일 안전사고는 0건이다. 공연 관련한 112 신고는 74건 접수됐는데 대부분 ▷교통 불편 ▷인근 소음 같은 민원성 내용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차량 돌진, 드론공격, 폭발물 반입, 흉기 난동 등을 우려했다”며 “이에 검문·검색대를 설치하고 곳곳에 형사를 배치했다. 결과적으로 테러 관련해서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BTS 컴백 공연이 끝난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 무대 불이 꺼져 있다. [연합]](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23/ned/20260323164710784xxat.jpg)
경찰은 공연 이후 BTS 공연 암표 거래와 관련한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암표와 관련한 사기성 온라인 게시글 194건을 삭제·차단 조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실제 수사로 이어진 경우는 티켓양도사기 3건, 발매 과정 매크로 이용한 업무방해 2건 등 총 5건”이라고 설명했다. 매크로 이용 의심 2건은 서울경찰청에서, 양도 사기는 각 시·도경찰청에서 수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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