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성공보수 토론회서 “정당한 대가” “사법 신뢰도 중요”

김은경 기자 2026. 3. 2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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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준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국민의 방어권 강화를 위한 형사성공보수 정상화 방안 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뉴시스

23일 국회에서 변호사의 ‘형사 성공 보수’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다. 2015년 대법원이 형사 사건의 성공 보수를 무효화한 이후 11년 만에 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반면 “사법 신뢰와 방어권 보장이라는 두 헌법적 가치를 균형 있게 반영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됐다. 이날 토론회는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 국민의힘 김재섭·조배숙·송석준·신동욱 의원이 공동 개최했다.

대법원은 2015년 전원합의체 전원일치 의견으로 변호사의 성공 보수 약정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판결했다. 성공 보수는 형사 사건을 맡은 변호사가 불구속이나 무죄 결과를 걸고 약속하는 돈이다. 대법원은 성공 보수 약정이 있으면 변호사가 수사기관이나 법관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고, 의뢰인도 ‘돈으로 결과를 살 수 있다’는 잘못된 기대를 가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형사재판의 결과는 변호사의 노력만으로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인식도 있었다.

이날 발표를 맡은 안태준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의 이 판결이 “변호사의 실질적인 역할을 과소평가했다”고 비판했다. 2007년 형사소송법이 대폭 개정된 이후 위법 수집 증거 배제 법칙 등이 강화되면서, 변호사가 어떤 증거와 법리를 내세워 다투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게 됐는데 대법원이 이를 간과했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성공 보수가 무효가 되자 변호사들이 착수금(선불금)을 올려받으면서 초기 비용이 오히려 증가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전관 출신 변호사들은 성공 보수가 없어도 높은 착수금을 받을 수 있지만, 신규 변호사들은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지표나 성과 인센티브가 없어 형사 사건 수임을 기피하게 된다”고 했다.

반면, 이날 토론에 참석한 법무부 법무과 강인선 검사는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그는 2015년 판결이 “형사 절차가 금전적 대가와 결부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변호사의 공공성 저해 및 사법 불신을 방지하는 데 취지가 있다”고 했다.

강 검사는 “성공 보수 문제는 단순한 변호사 보수 문제가 아니라 형사 절차의 공정성과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사법 신뢰 등 여러 가치가 맞물린 사안”이라며 “국민의 사법 신뢰 제고와 실질적인 변호인 조력권 보장이라는 두 가지 헌법적 요청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지웅 대한변협 부협회장은 “구속·형벌 위기에 몰린 절박한 상황을 이용해 터무니없이 큰 돈을 뜯어내는 약정이 문제”라고 했다. 그는 “성공 보수 약정을 원칙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면서도 변호사가 불법·편법을 쓰도록 부추기거나, 법을 노골적으로 어기는 약정은 무효로 봐야 한다는 단서도 달았다. 그러면서 변호사협회가 보수 기준을 만들고 문제가 되는 약정엔 징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업계 스스로 걸러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토론회의 계기가 된 건 올해 1월 서울중앙지법에서 나온 항소심 판결이다. 한 법무법인이 무죄를 끌어냈는데 의뢰인이 약정한 성공보수 3300만원을 주지 않자 소송을 낸 사건이다. 의뢰인은 감사 인사까지 해놓고 대법원 판례를 방패로 지급을 거부했는데, 항소심은 “경제적 여력이 충분한 의뢰인이 대법원 판례를 책임 회피 수단으로 악용했다”며 법무법인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에도 불구하고 “모든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을 일률적으로 무효로 볼 수는 없다”며 “개별 사안에서 형사사법의 염결성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현저히 훼손하거나 사법 정의에 반하는 경우에 한해 무효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 판결이 대법원으로 올라가면서 판례가 바뀌는지 여부가 변호사 업계 관심사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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