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공장 500m 옆에 재활용 시설?… 청주시와 소주·맥주공장 갈등 심화

윤우열 기자 2026. 3. 2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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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현도산단 계획변경 승인 효력정지 신청 기각
입주기업 “일방적 행정” VS 청주시 “문제없다”
타 재활용 폐기물 선별장 모습. 독자 제공
충청북도 청주시 현도일반산업단지 내 식품공장 인근에 재활용 폐기물 선별장 건립을 두고 입주 기업과 시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 등 현도산단 입주기업체협의회는 충북도의 산업단지 계획 변경 승인 효력 정지를 요구하며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이 기각되면서 최근 항고장을 제출했다.

1994년 조성된 현도산단은 공해 없는 쾌적한 산업단지 운영이라는 관리 방향 하에 음식료품, 펄프·종이 및 종이 제품 제조업 등 업종을 유치했다. 특히 입주우선순위로 특정 유해물질 배출이 없는 업체를 꼽는 등 공해 관리를 철저히 했다. 실제로 이곳은 지난 30년간 식품 제조를 위한 ‘청정 구역’으로 관리됐다.
위성사진으로 본 충청북도 청주시 현도일반산업단지와 재활용 폐기물 선별장 예정지 및 근로자 기숙사 위치.

재활용 폐기물 선별장 건립이 추진되면서 예정지와 불과 500m 떨어진 곳에 공장이 위치한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등 입주 기업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30년 넘게 지켜온 식품 제조 공정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행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재활용 폐기물 선별장이 들어서면 공기 중 부유 물질이나 해충, 악취 유입으로 인한 품질 저하를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공장 관계자는 “식품 안전은 단 1%의 위험 요소도 허용하지 않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며 “시설에서 발생하는 먼지와 냄새가 제조 라인에 미칠 영향은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치명적인 타격”이라고 했다. 실제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제36조)에 따르면 식품 제조 및 가공업 시설은 오염물질 발생시설로부터 식품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 거리를 둘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유지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등은 원료 관리부터 생산, 보관, 유통 전 과정에 걸쳐 엄격한 위생 기준을 적용해 HACCP 인증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재활용 폐기물 선별장이 공장 인근에 들어서게 되면 외부 오염 요인 통제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입주기업들은 근로자 건강권에도 중대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시설이 들어서면 청주공장 내 근로자들은 근무시간 내내 소음, 악취, 분진, 바이오에어로졸 등 각종 오염물질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로자 기숙사와 맞닿은 위치인 재활용 폐기물 선별장 예정지. 독자 제공

특히 하이트진로 기숙사는 폐기물 선별장 예정지와 담벼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다. 공장 근로자들의 주거 공간 바로 옆에 폐기물 처리시설이 들어서는 셈이다. 그럼에도 입지 선정 과정에서 가장 큰 이해관계자인 입주 기업 근로자들에게는 제대로 된 설명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청주시의 폐기물 선별장 건립 관련 검토보고서에 바이오에어로졸로 인한 영향이 누락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이오에어로졸은 호흡기를 통해 기관지에 침투해 기침, 천식, 비염, 폐렴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서성철 서경대 나노화학생명공학과 교수는 “폐기물 선별시설은 운영 과정에서 분진, 악취, 미생물, 바이오에어로졸 등 대기 중 오염물질이 발생할 수 있는 시설이므로 이러한 환경영향에 대한 분석이 사업 추진 전에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청주시는 해당 부지가 과거 매립지 용도였다는 점을 기반으로, 재활용 폐기물 선별장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더 낮고, 최신의 현대화된 시설인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입주 기업들의 주장이 사실관계와 다른 부분이 있다고 보고 있다.

청주시 관계자는 “기업들의 과한 해석이 포함된 부분도 있다고 본다”며 “이미 산단 인근에 오픈형 폐수 처리 시설도 있다. 재활용 폐기물 선별장은 밀폐형 시설이기 때문에 보다 영향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활용 폐기물을 운반하는 차량도 1시간에 6~7대 정도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트레일러 덮개 때문에 공기를 통한 유해물질 확산도 최소화될 것으로 보이며, 입출차 차량 동선은 현도산단을 우회하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아울러 “유해성과 관련된 검토도 마쳤고, 유해성이 미미한 것으로 확인했다”며 “사법부의 온전한 판단을 바탕으로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입주 기업들은 재활용 폐기물 선별장 추진 과정에서 행정 절차상 정당성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충북도가 지난해 4월 현도산단 사업시행자를 기존 오비맥주 및 하이트진로에서 청주시장으로 변경했는데,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충청북도 고시 제2025-134호

기업들의 주장은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제16조 제2항)에 따른다. 해당 법은 산업단지 사업시행자의 변경은 개발사업이 장기간 착수되지 않았거나 개발사업을 기간 내 완료할 가능성이 없는 경우에 한해 다른 사업시행자를 정할 수 있도록 한다. 현도산단은 이미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산업단지이기 때문에 법상 사업시행자 변경이 가능한 상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업시행자 변경은 기존 사업시행자의 지위를 사실상 박탈하는 행정 행위이므로 청문 절차를 거쳐야 함에도 필수적인 절차조차 진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청주시 측은 “금회 사업분만 변경하는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기존 사업시행자 지위를 박탈한 것이 아니며, 재활용 폐기물 선별장 건립에 따라 해당 사업의 사업시행자를 추가로 지정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청문 절차가 이뤄지지 않은 것도 지위 박탈에 해당하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입주 기업들은 청주시의 재활용 폐기물 선별장 건립 자체를 반대한다는 입장은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재활용 폐기물 선별장 예정지에 식품 제조 공장이 있기 때문에 입지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청주시 입장에선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지역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사업을 재검토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다. 국비로 진행되는 사업인 만큼, 입지를 바꾸려면 기존 사업을 취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청주시 측은 “사업을 취소하면 패널티를 받기 때문에 다시 선정되기 어렵다”며 “사업을 추진하며 들인 비용 370억 원가량도 다시 반납해야 한다. 국비 없이 시민들의 세금으로 사업비를 충당하겠다는 각오가 아니고선 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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