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는 내린다는데, 우리 비닐하우스는 '불지옥'입니다"

권영진 기자 2026. 3. 23. 16:1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23일 오후 대구 동구 불로동 화훼단지.

평소라면 봄꽃 출하 준비로 활기가 넘쳐야 할 비닐하우스 안에는 무거운 정적과 매캐한 등유 냄새만 감돌았다.

그는 "등유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하루 난방비가 수십만 원씩 널뛰기한다. 지금 같은 추세면 꽃을 팔아봐야 기름값 대기도 벅차다. 출하가를 올리자니 손님이 끊길까 겁나고, 안 올리자니 앉아서 망하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유소 기름값, 석유 최고가제 시행 첫 주 하락
농업용 난방유인 면세 실내등유 가격은 상승세
국제 유가 반영 2차 최고가격 발표…기름값 더 오를 듯
중동 전쟁 장기화 우려로 인해 농업용 난방유인 면세 실내등유의 가격 상승이 이어지면서 시설하우스 농가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23일 오전 대구 동구 불로동 화훼단지 내 한 꽃 집 모습이다. 권영진 기자

23일 오후 대구 동구 불로동 화훼단지. 평소라면 봄꽃 출하 준비로 활기가 넘쳐야 할 비닐하우스 안에는 무거운 정적과 매캐한 등유 냄새만 감돌았다. 30년째 관엽식물을 키워온 김 모(62) 씨의 얼굴은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었다. 주유소 휘발유판 숫자는 연일 내려가고 있다지만, 정작 농사에 필수인 면세유 실내등유 가격은 보란 듯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남들은 기름값 내려서 다행이라는데, 우리 같은 농민들에겐 먼 나라 이야기"라며 허탈해했다. 그는 "등유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하루 난방비가 수십만 원씩 널뛰기한다. 지금 같은 추세면 꽃을 팔아봐야 기름값 대기도 벅차다. 출하가를 올리자니 손님이 끊길까 겁나고, 안 올리자니 앉아서 망하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최고가격제 맞아?"… 거꾸로 가는 농업용 난방유

정부가 고물가 잡기에 나서며 '석유 최고가격제'를 도입했지만, 농촌 현장의 온도는 차갑기만 하다. 22일 기준 전국 면세유 실내등유 평균가는 L당 1,264.78원. 제도 시행 직전보다 오히려 3.2%나 급등했다. 휘발유와 경유가 각각 70~90원 이상 하락하며 '반짝 효과'를 내는 사이, 농민들의 생명줄인 등유만 거꾸로 치솟은 셈이다.

특히 경북 지역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경북의 면세유 실내등유 가격은 L당 1,290.42원을 기록하며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참외, 딸기 등 온도 조절이 생명인 시설하우스 농가들은 "정부가 최고가제를 한다더니 농민들만 사각지대에 방치한 것 아니냐"며 울분을 터뜨리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전운… 27일 '2차 최고가' 발표에 농심(農心) '덜덜'

설상가상으로 국제 정세는 농민들의 목을 더 조여오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강대강 대치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가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오는 27일 발표될'2차 석유 최고가격'이 인상될 가능성이 커지자 농촌은 공포에 휩싸였다. 중동산 원유 수급이 불투명해지면 등유 가격은 걷잡을 수 없이 뛰어오를 것이 자명하다. 성주에서 참외 농사를 짓는 한 농민은 "비료 비, 인건비 안 오른 게 없는데 이제는 기름값마저 재앙 수준"이라며 "농사를 포기해야 할지 밤잠을 설친다"고 말했다.

농가 "맞춤형 에너지 지원 절실"

상황이 이렇지만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등유 가격 역주행에 대해 명쾌한 진단이나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반 주유소 가격 안정에만 매몰된 현재의 정책이 농촌의 특수한 에너지 구조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비용 부담 완화와 함께 공급망 안정, 물가 대응정책을 병행하지 않을 경우 이 같은 충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이로 인해 농가의 생산비 부담과 소비자들의 물가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름값 하락이라는 훈풍 속에서 홀로 '난방비 한파'를 정면으로 맞고 있는 농촌. 27일 발표될 정부의 입에 농민들의 생존권이 달려 있다.

권영진 기자 b0127kyj@idaegu.com

Copyright © 대구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