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계약 CSM 배수'란 존재의 가벼움

유길연 기자 2026. 3. 23. 16:08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신계약 CSM 늘어도 회계 조정으로 CSM 대폭 깎여
손해율 뿐 아니라 해지율·사업비율 등 변수도 '다양'
신계약 CSM 배수로 수익성 파악 가능한가 '의문'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당사는 수익성 중심의 전략을 통해 신계약 CSM 배수가 상승했습니다."

보험사 실적발표회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신계약 CSM 배수는 새로운 계약을 통해 확보한 보험료(신계약 월납환산 보험료)에서 '미래이익'인 CSM을 어느정도 비율로 얻었는지를 파악하는 수익성 지표다.

최근 보험사의 보장성 보험 경쟁이 치열해지자 수익성 지표 개선을 더욱 강조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보험료 실적을 늘리기가 어려워지자 효율성 개선을 어필하는 것이다. 

하지만 신계약 CSM 배수로 보험사들의 수익성을 따지기엔 문제가 많단 지적도 나온다. 매해 회계 조정으로 CSM이 대폭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해 동안 보험사의 CSM 값이 늘거나 줄어드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인은 신계약과 함께 계리적 가정값 조정이다. 

그런데 계리적 가정값 변경으로 CSM이 크게 줄다보니, 신계약 수익성이 높아도 보험사 전체 CSM 잔액은 줄거나 소폭 늘어나는데 그친 것이다. 신계약 CSM 배수의 분자인 신계약 CSM 자체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특히 지난해엔 별다른 규제 변수가 없었음에도 CSM이 감소했다. 보험사들이 계리적 가정값을 그 동안 얼마나 낙관적으로 정했는지를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부 대형사는 1조원이 넘는 CSM이 회계 조정으로 날아갔다. DB손해보험은 지난해 2조1175억원의 CSM이 깎였다. 전체 보험사 가운데 가장 많은 감소 규모다. 손해보험사 1위인 삼성생명도 1조3860억원이 감소했다. 생명보험사 가운데선 한화생명이 2조322억원의 CSM이 사라졌다. 생명보험사 1위인 삼성생명도 1조7578억원 줄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회계 조정으로 인한 CSM 감소의 원인은 손해율 문제 만은 아니란 점이다. 작년 하반기 보험사들은 실제 지급한 보험금이 크게 늘어나자 손해율 가정값 조정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그런데 실제로 결과를 보니 해지율과 사업비율 변경으로 인해 CSM이 크게 줄어든 곳도 많았던 것이다. 

우선 회계 조정의 충격이 가장 컸던 DB손보는 사업비율 가정값 조정으로 약 1조7000억원의 CSM이 감소했다. 삼성생명도 마찬가지로 사업비율 조정으로 CSM이 가장 많이(-4880억원) 줄었다. 메리츠화재와 한화생명은 해지율 가정값 조정으로 각각 약 5600억원, 6000억원이 각각 빠졌다. 손해율이 문제가 된 곳은 삼성화재(약 -1조2000억원), 현대해상(약 -1조2000억원) 등이다.  

이에 올해 2분기부터 적용되는 손해율 가정값 규제로 인한 충격이 더욱 클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해 손해율 조정으로 별다른 피해가 없었던 보험사들이 규제의 여파를 맞으면 CSM 감소 규모가 더욱 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매년 회계 조정에 따른 변동성이 크자 앞으로 보험사 수익성을 파악할 땐 신계약 CSM 배수보다 '순(net) CSM 성과'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신계약 CSM에서 회계 조정으로 인한 CSM 변동 규모를 합한 수치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순 CSM 실적으로 판단하면 보험사들의 성적은 부진하다. DB손보는 지난해 신계약 CSM이 2조9327억원이었지만, 회계조정으로 인해 순 CSM 실적은 8152억원에 불과했다. 삼성화재도 신계약 CSM은 2조8980억원이었지만, 순 실적은 1조3860억원이었다. 삼성생명은 신계약 CSM이 3조원이 넘었지만 순 실적은 1조3017억원에 그쳤으며, 한화생명은 신계약 CSM 보다 회계 조정으로 인한  CSM 감소 규모가 더 컸다. 나머지 대형 보험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수익성 지표를 신뢰하기 어렵다면 투자자들은 더 이상 보험사 주식을 들고 있을 이유가 없다. 보험사의 회계 문제가 하루 빨리 해소돼야 할 필요가 있다.  

Copyright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