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이전’ 군불에 술렁이는 기업은행···산업은행식 인력 이탈 재현되나
학계·현장 ‘회의론’…"전국구 영업망 기은, 본점 이전시 실익보다 손실 커"

6·3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잠잠했던 IBK기업은행의 ‘충청권 이전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정치권이 표심(票心)을 겨냥해 ‘지역 상생’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금융권에서는 국가 금융 경쟁력을 후퇴시키는 정치적 공세라는 비판이 나온다. 과거 산업은행 사례처럼 핵심 인력 유출과 조직 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23일 정치권 및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는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로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이전 대상 기관 약 350개를 검토 중이며, 내년부터 본격적인 이전을 유도할 방침이다.
공공기관을 비롯해 매년 지방 이전 논의의 표적이 됐던 국책은행(한국산업은행·IBK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도 이번 이전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지방 이전 확정설’이 퍼지고 있는 기업은행의 경우 정치권 안팎에서 충청권으로 본점을 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방은행이 없는 충청권에서 금융 인프라 공백 문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지난 5일 열린 제10회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공공기관 지방이전 문제에 대해 “수도권 잔류를 최소화하고 나눠먹기식 분산 배치는 지양하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1차 공공기관 이전 시 얻은 성과와 교훈을 바탕으로 이전 예외 기준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면서 “이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5극 3특(5대 초광역권과 3대 특별자치권) 지역별 특화 산업과 연계하는 등 지역이 실질적 성장 거점이 되도록 집적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방 이전 가능성이 부상하자 기업은행 내부에서도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지방 이전은 지방선거 때마다 나왔던 이야기지만, 이번에는 금융지주들도 핵심 금융 기능 일부를 지방으로 옮기고 있는 만큼 어떻게 진행될지 몰라 평소보다는 긴장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반복적인 지방 이전 논의로 인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핵심 인력 이탈’이다. 앞서 윤석열 전 대통령은 산업은행 본사를 부산시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했고, 대규모 인력 이탈을 피하지 못했다. 결국 부산 이전은 무산됐지만, 추진 과정에서 노사 갈등이 심화되고 퇴사자가 급증했다. 산업은행의 자발적 퇴사 인원은 평소 연간 30~40명 수준이었다. 본점 부산 이전 논의가 본격화된 2022년~2024년 사이 연간 100명을 훌쩍 넘기기도 했다.
학계에서도 기업은행의 지방 이전 실효성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이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은행은 전국 각지에 지점이 있는데 본점을 지방으로 옮긴다고 해서 어떤 실익이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그나마 여의도 본점을 중심으로 인력이 집중돼 있고, 기업 지원 업무를 하는 산업은행이 이전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수도권 금융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책은행 본점 이전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방 이전 논의에 앞서 해당 지역의 산업 특색과 금융 인프라가 결합해 실질적인 낙수효과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 수립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도수화 기자 dos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