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팔레스타인 소녀 죽음 다룬 영화 상영 금지… “이스라엘 관계 고려”

이스라엘과 관계 강화에 나선 인도 당국이 5세 팔레스타인 소녀의 죽음을 다룬 영화의 국내 상영을 금지했다.
23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 당국이 ‘힌드의 목소리’(The Voice of Hind Rajab)를 상영 금지 조치했다. 해당 영화는 2024년 1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에 의해 숨진 5세 팔레스타인 소녀 힌드 라자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인도 현지 영화 배급사 ‘자이 비라트라 엔터테인먼트’의 대표 마노지 난드와나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인도 영화등급위원회(CBFC)의 한 위원으로부터 이 영화의 국내 상영이 금지됐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며 그 위원은 영화가 상영되면 인도와 이스라엘 간 관계가 훼손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난드와나 대표는 “CBFC 심사를 위해 영화를 한번 살펴본 뒤 CBFC가 영화 상영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 영화는 이스라엘을 포함해 전세계에서 상영됐다”고 말했다. 또 해당 영화가 지난해 11월 동부 도시 콜카타에서 열린 국제영화제에서는 상영됐음을 지적했다.
이러한 조치는 인도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서 외교적 균형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인도는 국방과 농업, 기술 등의 부문에서 이스라엘과 관계를 강화하는 한편 팔레스타인 건국을 역사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앞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달 인도 총리로선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이스라엘을 방문한 바 있다.
영화 상영 금지 소식에 인도 야권에서는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에 걸맞지 않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인도 연방의회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 소속 샤시 타루르 연방하원 외무위원장은 X를 통해 “민주주의 국가에서 영화 상영은 표현의 자유를 반영하는 것으로 정부 간 관계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외국에 모욕감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로 영화나 책을 금지하는 이 같은 관행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힌드의 목소리’는 지난해 베니스 영화제에서 은사자심사위원대상을 받았고, 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김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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