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귀 3000개 샀다” 일상까지 튄 중동발 에너지 대란 불똥

손우성 기자 2026. 3. 2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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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재 품귀 예상에 생필품 다량 구매
정부 “사재기 발생 않도록 철저 관리”
지난 13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식용유가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충돌로 벌어진 중동발 에너지 대란의 불똥이 일상까지 튀고 있다. 석유화학 제품 기초 원료인 나프타 수급 불안으로 포장재 품귀 현상이 예상되자 생필품을 미리 쟁이는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정부는 시장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23일 밝혔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A씨(34)는 최근 아기용 기저귀 3000개를 한꺼번에 구매했다고 전했다. 태어난 지 8개월 된 아이를 키우는 그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기저귀 포장용 비닐이 바닥날 수 있다는 글을 읽고 동네 마트로 달려갔다고 했다. A씨는 “기저귀는 육아 필수품인데 미리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종량제 봉투를 다량으로 사는 예도 있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B씨(34)는 “갓 돌을 지난 아기 기저귀를 버려야 해서 평소보다 종량제 봉투가 많이 필요하다”며 “재고가 부족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종량제 봉투를 다발로 샀다”고 말했다.

커뮤니티와 SNS엔 ‘석유 대란에 대비해 미리 구매해야 하는 품목’이라는 제목의 글이 다수 게재됐다. 생수와 음료 등 플라스틱 또는 병 제품, 기저귀·생리대·물티슈 등 위생용품, 라면·과자 등 포장 식품을 빠르게 구매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한 대형마트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 쌀 판매량은 지난해 3월17일부터 23일까지와 비교해 44% 상승했다. 과자류와 라면이 각각 11%, 즉석상온밥 10%, 기저귀는 6% 올랐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전쟁 이슈가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수급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라면의 경우 라면 봉지 수급 차질에 대비해 주요 인기 품목은 추가로 재고를 확보해둘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촌극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벌어지기 시작했다. 중동발 원유 수입이 사실상 막힌 상황에서 플라스틱·비닐 등을 만드는 데 필요한 나프타 수급에 빨간불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대형 석유화학 업체들은 이미 나프타분해시설(NCC) 가동을 중단했거나 생산량 조절에 들어갔다. 이날 LG화학은 나프타 공급이 원활해질 때까지 여수산단 내 NCC 2공장을 멈춘다고 밝혔다.

가격도 치솟고 있다. 올해 1월 평균 t당 595달러였던 나프타 가격은 지난 20일 1141달러로 뛰었다.

경유·휘발유 가격 인상은 생활 방식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경기 안양시에서 하이브리드차를 타는 C씨(32)는 최근 주행 속도를 시속 60㎞ 이상 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C씨는 “최대한 전기로만 주행하려고 속도를 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민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한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나프타 등 에너지 수급 방안을 발표했다. 특히 공급망지원센터를 운영해 국민 생활에 밀접한 30~40개 핵심 품목을 집중적으로 감시한다고 밝혔다.

박동일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은 “특정 품목의 위기가 과대 대표돼 시장 혼란이나 사재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꼼꼼하고 차분하게 관리해 나갈 것”이라며 “상황 변화에 따라 관리 품목을 유연하게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도 최근 지방자치단체에 공문을 보내 종량제 봉투 재고량 파악을 지시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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