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앞에서도 멈추지 않은 대덕구청장 토론회

이준섭 기자 2026. 3. 23.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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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이 6·3 지방선거 대전 대덕구청장 경선 예비후보자 합동 토론회를 강행한 것을 두고 지역 안팎의 비판이 커지고 있다.

최호택 배재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희생자가 많이 나온 참사 국면에서 사고가 발생한 지역구의 경선 토론회를 예정대로 소화한 게 과연 적절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정치의 우선순위가 주민 안전과 상처 입은 주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데 있다면 이런 일정을 그대로 치르는 것이 정말 주민을 위한 정치인지 되짚어봐야 한다"고 일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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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 추모했지만 안전대책·재발 방지책은 빠져
산단·복지·교육 공약 경쟁…참사 대응은 실종
일정 멈춘 정치권과 대비…"위로보다 선거가 먼저였나"
지난 22일 한남대학교에서 6.3 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대전 대덕구청장 경선 예비후보자 합동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 유튜브 갈무리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이 6·3 지방선거 대전 대덕구청장 경선 예비후보자 합동 토론회를 강행한 것을 두고 지역 안팎의 비판이 커지고 있다.

대덕구 문평동 화재 참사 직후 주민 위로와 사고 수습에 힘을 모아도 부족할 시점에 선거 일정을 예정대로 소화한 것이 과연 온당했느냐는 문제 제기다.

특히 화재 사고 발생 지역이 대덕구였던 점을 감안하면 비판지점은 명확하다.

민주당 대전시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2일 한남대학교 56주년기념관 서의필홀에서 대덕구청장 경선후보자 합동 토론회를 열었다. 이재현 한국지방정치학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에 앞서 김안태·김찬술·박종래 예비후보는 문평동 자동차부품 공장 화재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그러나 추모 발언이 끝나자 토론의 방향은 곧바로 선거 경쟁으로 옮겨갔다. 산업 재편과 복지 확대, 교육 공약이 잇따라 제시됐지만 지역 사회가 가장 묻고 싶었던 산업현장 안전관리 실태와 화재 대응 체계 보강, 유사 사고 재발 방지 대책은 끝내 핵심 의제로 다뤄지지 못했다. 애도는 있었지만 성찰은 없었고 위로는 있었지만 대책은 없었다.

비판이 커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고가 발생한 대덕구에서 열린 경선 토론회였다면 최소한 참사 이후 지역의 안전을 어떻게 다시 세울 것인지부터 논의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토론회는 지역의 충격과 상처를 정면으로 마주하기보다 예정된 선거 일정과 공약 경쟁을 소화하는 데 머물렀다. 참사를 계기로 무엇을 바꿀 것인지보다 누가 더 경쟁력 있는 후보인지를 부각하는 데 더 무게가 실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더 뼈아픈 대목은 같은 시기 지역 정치권 안팎에서 일정 축소와 연기가 이어졌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소속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은 23일 예정된 지역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연기했고, 민주당 남진근 동구청장 예비후보는 정책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애도와 수습이 먼저라는 판단 아래 일정을 멈춘 사례가 잇따른 상황에서 대덕구청장 경선 토론회만 예정대로 열린 점은 더 선명한 대비를 만들었다.

주민 반응도 차갑다.

김 모 씨는 "지금은 누가 더 잘하겠다고 경쟁할 때가 아니라 주민들 마음부터 다독여야 할 때"라며 "참사 애도 기간에 토론회를 열고 각자 공약을 앞세우는 모습을 보면서 결국 자기 정치만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대전시당은 선거사무의 연속성을 토론회 시행 배경으로 들었다.

민주당 대전시당 관계자는 "이미 오래전 토론회가 예정돼 있었고 유권자들의 알 권리를 충분히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국민의힘도 기초자격평가를 그대로 진행했고 우리도 애도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예비후보자들과 사회자 모두 근조 리본을 달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해명이 비판의 핵심을 비켜간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의 본질은 토론회를 열었느냐 여부만이 아니라 참사 직후 정치가 무엇을 먼저 말하고 무엇을 뒤로 미뤘어야 하느냐에 있기 때문이다. 지역의 비극 앞에서 정치가 보여준 장면이 공약 경쟁과 후보 검증이었다면 주민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최호택 배재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희생자가 많이 나온 참사 국면에서 사고가 발생한 지역구의 경선 토론회를 예정대로 소화한 게 과연 적절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정치의 우선순위가 주민 안전과 상처 입은 주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데 있다면 이런 일정을 그대로 치르는 것이 정말 주민을 위한 정치인지 되짚어봐야 한다"고 일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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