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안전공업 화재 원인 규명 착수···노조 관계자 “기계서 불꽃 튀었을 가능성”
유관기관 현장 합동감식도 진행

경찰 등 유관기관이 7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전 안전공업 화재 원인과 책임 소재를 규명하기 위한 본격적인 조사와 수사에 착수했다. 화재 원인을 두고는 다양한 가능성이 제시되지만 안전공업 노동조합 관계자는 가동 중이던 생산라인에서 불이 시작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대전경찰청 ‘대덕구 공장 화재사건 전담수사팀’은 23일 대전지방고용노동청과 합동으로 대덕구 문평동 안전공업 본사와 대화동 공장 등 2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찰과 노동당국은 이날 60여명을 투입해 안전공업의 소방·안전 관리 실태 등을 확인하기 위한 자료 일체를 확보했다.
유관기관은 동시에 이날 문평동 공장 화재 현장에 대한 첫 합동감식도 진행했다.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노동부 등 8개 기관에서 59명이 합동감식에 투입됐으며, 희생자 유족 대표 2명도 감식 과정을 참관했다. 합동감식은 불이 처음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공장 1층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강재석 대전경찰청 과학수사계장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오늘 전체적으로 감식을 진행하면서 불이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1층 가공 라인의 시설·구조물들을 살펴봤다”며 “피해자들이 많이 발견된 휴게시설에 대해서도 정밀하게 감식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확보한 압수수색 자료와 현장 감식 결과 등을 토대로 향후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대전경찰청은 사고 발생 직후 수사부장을 팀장으로 하는 131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편성한 상태다. 지난 21일 실종자 수색이 마무리된 이후 화재 경위를 확인할 수 있는 폐쇄회로(CC)TV 확보에 나서는 한편 회사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화재 원인뿐 아니라 화재 발생 이후 인명피해 확대 이유로 지목되는 건물 불법 증개축과 소방·안전관리 부실 문제, 피난·대피 적정성 여부 등을 확인하는 데도 주력할 방침이다.
대전 대덕구 문평동 안전공업 공장에서는 지난 20일 오후 1시17분쯤 불이 나 공장 1동을 모두 태우고 약 10시간30분 만인 오후 11시48분쯤 꺼졌다. 이 불로 14명이 사망했고, 60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화재원인 아직 미궁···노조 관계자 “공작기계서 불꽃 튀었을 가능성”
1차적으로 화재 원인 규명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아직은 불이 생산시설이 있는 공장 1층에서 시작된 것으로만 추정될뿐 정확한 발화 지점과 원인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일단 “1층 천장 쪽에서 불꽃이 튀는 것을 봤다”는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여러 진술들이 있기 때문에 합동감식 등을 통해 그런 진술들을 포함해 원인을 정밀하게 분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전공업 노조 관계자는 생산 공정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화재 발생 당시 직원들은 점심·휴게 시간이었지만 반자동화된 시스템으로 일부 생산라인이 가동 중이었다. 노조 관계자는 “공장 1층에 6개 생산라인이 있는데 전해 듣기로는 5라인 쪽에서 불이 시작됐다는 얘기가 있다”며 “생산라인 구조를 보면 공작기계에서 불꽃이 튀어서 화재가 발생하면 집진장치로 불이 확 빨려들어가고, 그걸 천장에서 불꽃이 튄 것으로 인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조 관계자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자동차 엔진벨브 등을 생산하는 이 공장의 생산 공정은 공작기계를 돌릴 때 회전체로 된 연마지석(숫돌)이 돌아가고 기름(절삭유)을 뿌리면서 연삭을 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때 기름이 여기저기로 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빨아들이는 집진기 같은 것이 기계를 덮고 있는 형태로 설비가 이뤄져 있다. 노조 관계자는 “3~4년 전부터 생산라인마다 기름이나 분진을 흡입할 수 있는 집진기설을 설치해 왔고, 기름때나 분진이 거기에 갇혀 있다 보니 불꽃이 튀면 순간적으로 불이 확 붙을 소지도 있다”고 했다.
희생자 다수 2층 휴게시설 “30~40명 누울 수 있는 공간, 탈의·운동시설 함께 있어”
노조 관계자는 이번 화재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2층 휴게공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무허가 증축된 것으로 파악된 2층 휴게공간은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운동시설 등이 있는 공간과 휴게공간이 사실상 분리되지 않은 공간이라고 한다. 14명의 사망자 중 9명이 헬스장으로 알려진 공간에서 발견됐고, 1명이 휴게실 입구 계단에서 발견됐다.
노조 관계자는 “헬스장이라고 하지만 사실 헬스장이라기보다 휴게공간을 파티션 같은 걸로 막은 탈의실이 있고, 벤치프레스 같은 운동기구 몇 개가 놓여 있는 형태”라며 “나머지 공간에 온돌을 깔아서 30~40명 정도 누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놨고, 점심시간에 거기서 쉬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화재 당시 탈의실 쪽 창문을 통해 탈출한 분들도 있는데 사람이 그쪽으로 몰리면서 미처 탈출하지 못한 분들도 있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 했다.
전날 안전공업 노조는 이번 화재가 “안전보다 이윤을 우선시한 경영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중대한 인재”라는 입장을 밝혔다. 집진시설과 공조·배관 등 화재 위험 요소에 대해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해왔지만 이를 무시한 결과 참사가 벌어졌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다만 다수의 희생자가 발갱한 휴게시설의 불법 증축에 대해서는 사전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이날 이틀째 대전시청에 마련된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손주환 안전공업 대표는 화재 책임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아직 모르겠다. 제가 뭐라고 하겠느냐”며 답변을 피했다. 휴게시설 불법 증축에 대해서도 “불법이라는 결과가 나오면 책임져야 하겠지만 지금은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종섭 기자 nomad@kyunghyang.com,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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