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덕 풍력발전기서 화재로 노동자 3명 사망

백경열 기자 2026. 3. 23.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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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 풍력발전단지 내 풍력발전기에서 불이 나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경북 영덕 풍력발전단지에서 화재가 발생해 발전기를 수리하던 노동자 3명이 사망했다. 화재는 주변 산불로 번져 소방당국이 헬기 등을 동원해 진화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23일 오후 1시11분쯤 영덕군 영덕읍 창포리 풍력발전단지의 한 풍력발전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소방당국은 오후 2시20분쯤 불이 난 풍력발전기(19호기) 아래쪽에서 발전기 수리에 투입된 A씨가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A씨는 심한 화상을 입은 채였다.

소방당국은 오후 4시33분쯤 지상으로 추락한 발전기 날개(블레이드) 내부에서 화상을 입은 채 숨진 남성 2명의 시신을 추가로 발견했다. 이들 역시 발전기 수리에 나섰던 노동자들로, 화재신고 직후 연락두절된 상태였다.

발전기에서 발생한 화재는 곧장 주변 산으로도 번졌다. 소방·산림당국은 헬기 14대와 차량 등 장비 73대, 인력 286명을 투입해 산불 진화 작업을 벌여 오후 6시15분에 주불 진화를 완료했다.

A씨 등 3명은 풍력발전기 유지·보수를 전문으로 하는 B업체 소속 직원들로 확인됐다. 풍력발전 운영사인 영덕풍력발전㈜의 작업 의뢰를 받고 발전기 보수 작업에 투입됐다. A씨 등은 이날 오전 10시쯤부터 날개 점검 등에 나섰던 것으로 확인됐다.

풍력발전기 수리를 위해서는 발전기를 지탱하는 기둥인 ‘타워’의 사다리를 타고 80~100m가량을 올라가야 한다. 이후 타워 꼭대기 부근 발전기 등 핵심 장치가 있는 ‘나셀’에서 주로 작업을 벌인다. 날개 자체에 문제가 생길 경우 내부로 진입해야 하는데, 진입하는 통로가 성인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매우 좁다. 어둡고 밀폐된 공간인데다 화재 시 탈출이 어려워 매우 위험한 작업으로 분류된다.

날개 내부는 복합 소재(FRP 등)로 만들어져 있어 화재 시 유독가스가 심하게 발생한다. A씨 등이 작업 중 예상치 못한 화재나 기계적 결함으로 변을 당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사고 당시 작업자들은 날개 연마(글라인딩)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나 정확한 사고원인은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작업은 지난달 있었던 풍력발전기 파손 사고의 후속 조치 차원에서 이뤄졌다. 이 단지에서는 지난달 2일에도 풍력발전기 1기가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발전기의 타워가 꺾이면서 지상 수십m 상공에 있던 터빈과 날개가 지상으로 떨어지는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한때 주변 통행이 제한되는 등 혼란을 빚었다. 이후 영덕풍력발전은 발전기를 모두 세우고 점검 및 수리를 진행해왔다.

영덕군은 “다음 달까지 운영사인 영덕풍력발전과 한국전기안전공사 등이 합동으로 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후속 조치를 벌이는 중이었다”고 밝혔다. 소방과 경찰은 사고 우려가 있어 인근 도로를 통제 중이다. 경찰은 업체 관계자 등을 상대로 안전 수칙 준수 및 과실 여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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