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500원 시대 현실화…17년 만에 덮친 ‘3高’ 공포에 경제 비상

김명환 기자 2026. 3. 2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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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경제가 17년 전 금융위기의 악몽에 다시 직면했다.

23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달 16~20일 주간 평균 원·달러 환율은 1천493.29원으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섰다.

특히 23일 장중 환율이 1천510원을 넘어서며 상승 흐름이 이어졌고, 은행 창구 환율은 1천530원대, 공항 환전소에서는 1천570원 수준까지 뛰며 체감 환율은 이미 1천500원을 훌쩍 넘어섰다.

이날 오후 2시30 기준 환율은 1천508.80원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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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유 160달러 근접·외국인 30조 원 순매도…원화 약세 이어져
금리 상승에 연체율도 올라…가계·기업 비용 압박 확대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201.05포인트(3.48%) 내린 5,580.15에, 코스닥은 31.66포인트(2.73%) 내린 1,129.86에 개장했다. 원/달러 환율은 4.3원 오른 1,504.9원으로 출발했다. 연합뉴스 제공

대한민국 경제가 17년 전 금융위기의 악몽에 다시 직면했다. 원·달러 환율이 사실상 '1,500원 시대'에 진입한 가운데, 고유가와 고금리까지 맞물리는 '3고(高) 현상'이 심화되며 가계와 기업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23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달 16~20일 주간 평균 원·달러 환율은 1천493.29원으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섰다. 주간 종가도 이틀 연속 1천500원대를 기록하면서 환율이 1천500원 선에서 굳어지는 흐름이다. 특히 23일 장중 환율이 1천510원을 넘어서며 상승 흐름이 이어졌고, 은행 창구 환율은 1천530원대, 공항 환전소에서는 1천570원 수준까지 뛰며 체감 환율은 이미 1천500원을 훌쩍 넘어섰다. 이날 오후 2시30 기준 환율은 1천508.80원으로 집계됐다.

이번 환율 상승은 단순한 달러 강세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같은 기간 달러인덱스가 1%가량 하락하는 동안 유로(1.34%), 엔(0.31%), 파운드(0.90%) 등 주요 통화는 강세를 보였지만 원화는 0.48% 하락했다. 중동발 고유가로 달러 수요가 늘어난 데다 최근 5주간 약 29조9000억원 규모 외국인 순매도가 이어진 영향이 반영된 결과다.

국제유가 급등은 상황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최근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58달러 선까지 상승했고, 장중에는 166.80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 달 전 70달러 수준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오른 셈이다. 한국의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70%를 넘는 점을 고려하면 비용 부담 확대는 불가피하다. 한국무역협회는 국제유가가 10% 오를 경우 국내 제조업 생산비가 0.68%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같은 환경은 곧바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채 3년물 금리는 2월 말 3.041%에서 이달 초 3.42%까지 상승했고, 은행채 5년물 금리는 3.572%에서 3.907%로 뛰었다. 회사채 3년물 금리 역시 3.997%까지 오르며 기업 자금 조달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한국은행의 선택지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환율 안정에는 도움이 되지만 내수 위축과 금융 부담이 확대되고, 반대로 금리를 묶으면 원화 약세가 이어질 수 있다. 현재 미국(3.5~3.75%)과 한국(2.5%) 간 금리 격차는 최대 1.25%포인트까지 벌어진 상태다.

금융시장에서도 부담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5대 은행 연체율은 2월 말 기준 0.46%로 상승했고, 중소기업 연체율은 0.67%까지 올랐다. 대출 규제 여파로 중신용자의 대부업 이용이 늘어나는 흐름도 확인된다. 금리 상승이 이어질 경우 취약 차주의 상환 부담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증시 변동성도 확대되고 있다. 23일 코스피 시장에서는 이란 사태 격화 영향으로 장 초반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 18분 코스피200선물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5.11% 하락한 818.45를 기록하면서 프로그램 매도호가의 효력이 5분간 정지됐다. 환율과 금리 상승, 외국인 자금 이탈이 맞물리며 시장 전반의 불안 심리가 확대되는 흐름이다.

결국 이번 복합 위기의 핵심 변수는 중동 정세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고유가와 고환율이 동시에 고착화되며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환율이 1% 오를 경우 소비자물가가 약 0.04%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자본 유출이 맞물리면서 환율과 금리, 주가가 동시에 영향을 받는 국면"이라며 "리스크가 이어질 경우 환율은 1천550원에서 1천600원까지 상단이 열려 있고, 유가 상승에 따른 공급 충격까지 겹치면서 물가와 경기 둔화 압력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명환 기자 kmh@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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