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에 ‘바다 위 저장’ 수요 폭증⋯ 귀하신 몸 된 VLCC
일부 구간서 하루 42만달러까지 운임 상승

이란 전쟁이 격화되고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막히면서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을 활용한 ‘해상 저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유조선이 저장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VLCC 운임이 급등했고, 일부 선사의 수익성이 단기 개선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2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동산 원유 수출이 지연되면서 육상 저장시설이 포화에 이르자, 글로벌 석유 기업과 트레이더들이 유조선을 임시 저장 수단으로 활용해 선박을 해상에 대기시키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해상 저장 물량도 빠르게 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페르시아만 일대 부유 저장 물량은 전쟁 전 약 1000만배럴 안팎에서 최근 5000만배럴 이상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중동 8개국 원유 수출은 하루 2513만배럴에서 971만배럴로 쪼그라들었다.
특히 중동-중국 VLCC 주요 항로 수익이 이달 초 하루 42만달러 수준을 기록했고, 유조선 운임 지표인 발틱거래소 기준 같은 항로의 일일 수익도 40만달러 안팎으로 나타났다. 이는 평시 수만달러 수준에 비하면 단기간 내 급등한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을 잘 탄 해운사로는 장금상선이 꼽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장금상선은 전쟁 이전부터 VLCC 확보를 확대하고, 일부 선박을 중동 해역에 배치해 짭짤한 수익을 냈다. 시장 변화에 대응한 선제적 포지션 확대가 운임 상승 흐름과 맞물린 대표적인 사례다.
고운임 환경이 지속되자 유조선 시장을 둘러싼 투자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현재 장금상선 오너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유조선사 장금마리타임을 둘러싼 지분 거래가 진행 중이다. 거래 상대는 세계 1위 컨테이너선사 MSC(Mediterranean Shipping Company)다. MSC는 자회사를 통해 장금마리타임 지분 50%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양 사간 이번 기업결합은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 경쟁당국의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면서 “이는 최근 고운임 환경에서 유조선 시장 수익 기회가 부각되자마자 외부 자본 유입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 고운임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을 제한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해상 저장 수요 증가가 운임 상승 압력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중동 지역 긴장이 완화될 경우 운임 거품도 빠르게 꺼질 수 있다는 논리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중동 리스크로 항로가 비효율화되고, 위험 수당까지 반영되면서 VLCC 운임이 급등하고 있다”면서도 “사태 장기화 여부에 따라 운임 방향성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지정학적 변수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상황”이라며 “해상 저장 수요도 영향을 주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제약이 커 향후 추이는 극도로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염재인 기자 yji@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