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고초려’ 했더니 ‘자중지란’…장동혁의 ‘이정현 딜레마’

박성의 기자 2026. 3. 23.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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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주호영·이진숙 동시 컷오프’ 갈등 심화
당 지도부 “공관위 입장 존중” 밝혔지만 고심 기류
이정현에게 ‘공천 전권’ 약속한 張 선택 기로에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야심차게 영입한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의 행보가 도리어 당내 '자중지란'의 불씨가 된 모습이다. 특히 대구 지역에서 주호영 의원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동시에 컷오프(공천 배제)되며 당내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공천 전권을 약속했던 장 대표는 '신뢰 유지'와 '집단 반발 수습'이라는 외통수에 몰린 형국이다. 장 대표가 '이정현표 공천'을 고수할지 혹은 정무적 판단에 따른 번복에 나설지 정치권 관심이 집중된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월2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 공천 혁신 서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은 지난 13일 사퇴를 선언한 이정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 ⓒ연합뉴스

대구도, 포항도 '이정현표 공천' 파열음

역대 모든 선거를 막론하고 '조용한 공천'은 없었다. 컷오프에는 늘 반발이 따랐고, 특히 당선 확률이 높은 '텃밭'은 늘 경쟁이 치열했다. 그럼에도 6·3 지방선거를 앞둔 국민의힘 공천은 전례 없는 파열음을 내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지지율 선두권에 위치하는 후보들이 연이어 '컷오프' 되면서 '공관위 비토론'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가장 소란스러운 곳은 보수의 성지, 대구다. 국민의힘 공관위가 전날(22일) 대구시장 선거 출마자 중 '컷오프'한 6선 주호영 의원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일제히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며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이들이 지적하는 공통된 이유는 공관위가 '객관적 지표'에 근거하지 않은 채 "더 크게 쓰여야 한다"(이정현 위원장)는 '정무적 이유' 혹은 '정략적 이유'로 자신들을 컷오프했다는 것이다.

실제 대구경제신문이 여론조사 업체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 2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는 이진숙 전 위원장이 30.6%로 1위를 기록했고, 이어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이 16.3%을 기록했다(지난 18~19일 이틀간 대구시 거주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810명을 대상으로 무선 100% ARS 방식으로 진행됐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4%포인트, 응답률은 6.4%,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관련해 주 의원은 이날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어떤 여론조사에서든 저와 이 후보는 1, 2위를 기록했다. 1위와 2위를 잘라내고 나머지 사람들이 벌이는 경선이 대구시장 선거에 보탬이 되는 일이냐"며 "이미 결론이 정해진 정치적 설계에 따라 이뤄진 정치적 모략"이라고 주장했다.

이진숙 전 위원장도 객관적 근거 없는 '정략적 컷오프'라며 반발했다. 이 전 위원장은 입장문을 내고 언론사가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실시한 최근 여론조사에서 자신이 선두를 달렸다고 주장하며 "공관위가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오늘 결정을 재고해줄 것을 대구 시민과 함께 강력히 요청한다"고 했다.

공천 잡음은 대구를 넘어 전국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서울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후보 등록 보이콧으로 공천이 지연된 가운데, 부산에서는 주진우 의원의 전략공천 검토에 대한 반발로 결국 박형준 시장과의 경선이 결정됐다. 포항에서는 박승호 전 시장과 김병욱 전 의원 등이 재심과 가처분 신청을 예고했으며, 충북에서는 현역 중 처음으로 컷오프된 김영환 지사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의 심문이 이날 진행되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이 12일 대구 국채 보상기념공원에서 대구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표가 책임져라" 코너 몰린 장동혁의 선택은

논란이 확산하면서 당 지도부가 '공천 원점 재검토'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야권 일각에서 제기된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 "울산·강원·경남은 단수공천을 받고, 충북은 컷오프된 이유를 누구도 설명하지 못하고 있고, 포항에서도 여론조사 상위권 인사들이 한꺼번에 탈락하며 '지지율 1~3위를 모두 컷오프한 곳이 또 있느냐'는 분노가 터져 나오고 있다"며 "이것이야말로 당이 스스로 인정한 원칙 없는 공천"이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당 지도부와 공관위는 분명히 답해야 한다"며 "누가 왜 단수공천을 받고, 누가 왜 컷오프됐는지 당원과 국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취재에 따르면, 장 대표 역시 대구시장 컷오프를 비롯한 '공천 난맥상'에 대해 이 위원장에게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장 대표의 만류에도 이 위원장이 '공천 책임은 내가 진다' '보수 텃밭일수록 새로운 인물을 발탁해야 한다'며 '이정현표 공천'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천을 둔 파열음에 장 대표가 '딜레마'에 처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 위원장을 공천위원장으로 발탁한 장본인도, 이 위원장이 한 차례 직을 던졌을 때 '공천 전권'을 약속하며 다시 공관위원장으로 '모셔온' 인물도 모두 장 대표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민의힘 지도부가 '장동혁의 의중'과 '이정현의 의중'은 다르다고 인정하면서도, 섣불리 이 위원장에게 제동을 걸지 못하는 모습이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전날 아침 장 대표가 대구에 내려가서 대구 의원들과 이 (공천)문제에 대한 의사, 의견 교환이 있었다"며 "장동혁 대표의 요청과 다른 결론이 나온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공관위원장께서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 당 대표가 언급을 하거나 그럴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컷오프 결과를 그대로 의결할 가능성이 큰지'를 묻자 "그런 방향으로 이해해주면 된다"고 답했다.

다만 공천 갈등이 지선 악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에, 장 대표 측 고심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지도부 한 관계자는 "이 위원장과 장 대표의 관계는 그야말로 '자강두천'(자존심 강한 두 천재의 대결)"이라며 "두 사람 모두 자신이 뱉은 말을 번복하고 싶어 하지 않아 해서, '정치나 타협의 공간'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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