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증명사진의 비밀…다른 간부와 ‘거꾸로’ 왜?[청계천 옆 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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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026년 3월 23일) 북한 노동신문은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회의 개막을 보도하며 국무위원회·내각 구성원들의 증명사진을 대거 공개했다.
인공기(북한 국기)의 위치가 직급에 따라 다르고, 무엇보다 김정은의 사진은 다른 모든 이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구도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김정은의 사진이다.
이 균질한 배열 속에서 김정은의 사진만이 다른 구도를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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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기가 말하는 위계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부위원장 등 핵심 직위의 인물들 사진에는 인공기가 피사체의 왼쪽에 배치되어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직급이 낮은 인물들의 사진에는 인공가 없거나, 배경이 단순하게 처리되어 있다.


●김정은의 사진은 왜 다른가
그러나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김정은의 사진이다. 다른 인물들의 사진에서 인공기는 피사체의 왼쪽에 위치한다. 그런데 김정은의 사진에서 그는 인공기보다 더 왼쪽에 서 있다. 즉, 국기가 오른쪽 배경에 놓이고 김정은이 화면의 가장 왼쪽, 시각의 출발점을 차지하는 구도라고 볼 수 있다.

김정은이 인공기보다 왼쪽에 선다는 것은 “나는 국가보다 앞선다”는 시각적 선언이다. 국기는 배경으로 물러나고, 김정은이 전경(前景)을 장악한다. 보는 이의 시선은 자동적으로 김정은에게 먼저 닿고, 그다음에 국기를 인식하게 된다.
인공기 배경 김정은의 증명사진에서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의도는 시각적 차별화다.
오늘 노동신문에는 수십 명의 관료 사진이 일렬로 게재됐다. 비슷한 정장, 비슷한 조명, 비슷한 배경. 이 균질한 배열 속에서 김정은의 사진만이 다른 구도를 취한다. 이것이 바로 차별화의 전략이다. 반복되는 패턴 속에서 하나의 이질적 요소는 즉각적으로 눈을 끌어당긴다. 독자는 의식하지 못한 채로 김정은의 사진에 특별한 주목을 부여하게 된다. 사진 배치만으로 “이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같은 카테고리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무의식적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 사진 한 장이 만드는 정치적 현실
이런 시각적 연출이 매일 반복될 때 그것은 단순한 미적 선택을 넘어 정치적 실재가 된다. 노골적인 구호보다 저항감 없이, 더 깊이 스며드는 설득이다. 사진은 현실을 기록하지만, 동시에 현실을 구성한다. 오늘 노동신문의 사진 배치는 북한 선전 기구가 그 사실을 얼마나 정교하게 실천하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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