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타고 제주에서 왔어요” 대전 화재 공장 희생자 분향소 ‘추모 행렬’
제주서 온 추모객 “남 일 아니라는 생각”
“희생자는 친구 아들···착한 효자였다”

23일 대전 서구 둔산동 대전시청 내에 마련된 ‘대덕구 안전공업㈜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 운영 이틀째를 맞은 분향소 앞은 이른 시간부터 검은 옷차림의 시민들로 가득 찼다. 분향소 앞에는 국화꽃이 쉴 새 없이 쌓였다. 헌화와 분향을 마친 이들은 한동안 발걸음을 떼지 못한 채 고개를 떨궜고 곳곳에서는 흐느끼는 소리가 잦아들지 않았다. 추모객이 유족에게 위로의 말을 건넬 때마다 유족들도 끝내 울음을 참지 못했다.
분향소 인근 ‘유가족 대기실’에서는 더욱 처절한 울음이 터져나왔다. “아이고 어떡해” “아이고 우리 아가” “아이고 분해” 절규에 가까운 곡소리가 시청 건물 안을 울렸다. 일부 유족은 가족의 부축을 받으며 겨우 몸을 가누고 대기실로 향했고 눈물을 훔치던 시민들 또한 차마 시선을 떼지 못했다.
김경봉씨(68)는 이날 희생자 추모를 위해 제주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다고 했다. 그는 “오늘 아침 청주공항에 도착해 천안을 거쳐 대전까지 왔다”며 “이런 안타까운 참사가 있을 때마다 꼭 현장을 찾아 추모를 하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더 마음이 무겁다”고 덧붙였다.
지팡이를 짚고 분향소를 찾은 60~80대 어르신 세 명은 희생자 중 한 명이 동네 친구의 아들이라고 했다. 어르신들은 “장가도 못 가고…얼마나 불쌍하냐”며 말을 잇지 못하다가 “젊은 사람이 꿈도 못 펼치고 일하다 숨졌다는 게 너무 가슴 아프다”고 했다. 이어 “착하고 성실한 아이였고 부모에게도 효도 잘하던 아들이었다”며 “평소에도 함께 밥을 먹고 지낼 만큼 가까웠다”고 회상했다.
이들은 “아들이 숨졌다는 소식에 친구가 얼마나 충격을 받았을지 차마 연락을 못 했다”며 “희생자의 여동생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분향소를 찾게 됐다”고 말했다.

60대 진모씨도 “지역에서 이런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는 사실에 집에서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추모를 위해 왔다”며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처럼 지역에서도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비극이 발생해 더욱 안타깝다”고 했다.
대전시노동권익센터 소속 40대 최모씨 등 동료 3명도 분향소를 찾았다. 이들은 “소식을 듣고 모두가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참담했다”며 “일하다 숨진 노동자들을 생각하면 남 일 같지 않아 추모를 하러 오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일 오후 1시17분쯤 대전 대덕구 문평동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안전공업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14명이 숨지고 60명이 다치는 등 총 7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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