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석·프라다’ 논란 딛고 4연속 월드컵 진출했지만…韓 여자 축구,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종호의 축생축사]
대회 전 여러 논란 딛고 좋은 경기력 속 업적 이뤄
동아시안컵 우승 등 국제대회서 연달아 좋은 성적
WK리그 등 女축구 전반에 대한 체계적 투자 절실

신상우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대표팀은 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을 앞두고 뜨거운 논란에 휩싸였다. 정신적 지주 지소연(수원FC 위민)은 비즈니스석을 요구하며 여자 대표팀의 처우 개선을 주장했고, 전 국가대표 조소현(버밍엄 시티)은 중국 대표팀의 프라다 협찬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대표팀과 비교했다. 여자 축구 ‘레전드’들의 모습에 일부 팬들은 분노했다.
대표팀은 부정적 여론을 ‘성적’으로 잠재웠다. 조별리그부터 승승장구를 거듭해 8강전에서 우즈베키스탄을 6대0으로 대파하고 준결승에 올랐다. 대표팀은 이 승리로 2027년 브라질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2015 캐나다 대회를 시작으로 2019 프랑스, 2023 호주-뉴질랜드 대회에 이어 4연속 본선에 당당히 진출하게 됐다.
비록 ‘숙명의 라이벌’ 일본에 1대4로 발목 잡히며 결승 진출을 이뤄내진 못했지만 4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뤄낸 건 그야말로 ‘쾌거’다.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도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에게 특별히 서신을 보내 대표팀의 본선 진출을 축하하기도 했다.

여자 축구 대표팀은 2025년 동아시안컵 우승, 이번 대회 4강 등 국제 대회에서 연달아 좋은 성적을 냇지만 현실은 열악하기만 하다. 한국 여자축구의 최상위 무대인 WK리그만 봐도 알 수 있다.
현재 8개 팀으로 꾸려진 리그는 불안정하게 유지되고 있다. 리그 명문팀 창녕WFC가 예산 문제로 2025년 해체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다행히 전남 강진으로 연고를 이전하면서 전남강진스완스 이름으로 새출발했지만 언제 어떻게 팀이 없어져도 이상한 상황은 아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평균 관중 수가 400명대(2025시즌 기준)에 불과하고, 유료로 티켓을 판매해 수익을 얻는 구단은 수원FC가 유일하다.
선수들의 연봉도 문제다. WK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는 아무리 기량이 좋아도 연봉 상한선인 6000만 원 이상을 받을 수 없다. 이마저도 2025년이 돼서야 5000만 원에서 1000만 원 인상된 금액이다.
대표팀에 대한 투자도 부끄러울 정도다. 축구협회는 2025년 여자대표팀 운영 예산으로 19억 원 가량을 책정했다. 남자팀 196억 원의 고작 10% 수준에 불과하다. 2025년 후원사(365억 원)·중계료(136억 원)·입장료(180억 원) 등 수익 대부분이 남자 대표팀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시장성 측면으로 봤을 때 어쩔 수 없다는 게 협회 측 입장이다.

이런 상태로는 세계 최정상급 인재를 배출하기 힘들다. 남녀 대표팀은 한국 축구를 떠받드는 양 날개다. 어느 한 쪽이 불안하면 제대로 날 수 없다.
일본만 봐도 처우 개선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다. 일본은 여자 축구 선수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축구협회가 발벗고 나섰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경기장이 꽉 차지 않아 수익을 내기 쉽지 않지만 비행기 비즈니스석을 제공하고 호텔도 1인실을 주는 등 처우 개선에 힘썼다.
투자는 결과로 이어졌다. 2011년 FIFA 여자 월드컵 우승 이후 일본은 아시아 여자 축구 판도를 주도하고 있다. FIFA 랭킹도 8위로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다. 19위를 마크하고 있는 남자 대표팀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국제 경쟁력을 갖춘 팀으로 성장했다.
우리도 이번 여자 아시안컵을 통해 여자 대표팀의 분명한 가능성을 봤다. 좋지 않은 여건 속에서도 눈에 띨 만한 성적을 내고 있다. 이제 성과에 따른 보상이 투자로 이어져야 한다. 장기적인 계획을 통해 선수 육성에 힘을 쏟고 리그 성장에 지금보다 많은 지원이 이뤄진다면 2010년 U-17 여자월드컵 우승의 영광을 A대표팀에서 재현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종호 기자 phill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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